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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신부님, 스님! 과학책 좀 읽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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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신부님, 스님! 과학책 좀 읽으시죠?

[프레시안 books] 강상욱의 <예수님도 부처님도 기뻐하는 과학>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겨울방학부터 나는 책방 출입을 시작했다. 이모가 <어린왕자>, <꽃들에게 희망을> 같은 예쁜 책을 선물한 게 계기였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24㎞ 떨어진 서점까지 시외버스를 타고 가서 내가 살 수 있던 책은 <삼중당 문고>가 전부였다. 시간은 많고 수중의 책은 적었던 시절에는 'V(구입)<
그 사이에 책과 관련한 모든 상황이 변했다. 책을 구입하고자 24㎞를 '여행'해야 하기는커녕 엉덩이 한 번 뗄 필요가 없다. 책 가격은 거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보고 싶거나 궁금한 책이 있으면 그냥 산다. 게다가 가끔은 친절하게도 출판사가 책을 보내주기도 한다. 하여 서가는 부족하고 아직 읽지 못한 책은 책장에 꽂히지 못하고 바닥이나 책상 위에 뉘어진 채로 쌓여 간다. 이제는 'V(구입)>>V(독서)'인지라, 연초에 바닥에 깔려 있던 책이 연말까지도 그 자리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지경이니 읽은 책을 또 읽는 일이란 없으며, 일부만 슬쩍 보는 책도 많고, 정독을 하더라도 2~3일간 내 손에 머물다 서가로 옮겨진다. 그런데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한 달 내내 손에서 놓지 않는 책이 있다. 아내에게는 <성서>가 그것이고 내게는 <좋은 생각>이라는 잡지가 그것이다. <좋은 생각>에서 지식을 얻으려는 사람은 없다. 다만 잡지를 읽다보면 '아름다운 사람들의 밝은 이야기'를 통해 뇌와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그 얇은 잡지를 한 몫에 읽지 않고, 매일 매일 정해진 날짜에 맞추어서 아껴 읽는다.

▲ <예수님도 부처님도 기뻐하는 과학>(강상욱 지음, 동아시아 펴냄). ⓒ동아시아
내게 갑자기 딱 <좋은 생각> 같은 과학책이 한 권 다가왔다. <예수님도 부처님도 기뻐하는 과학>(강상욱 지음, 동아시아 펴냄)이 그것이다. 처음 책 제목을 들었을 때는 "왜 공자님은 뺐어?" 이렇게 약간 빈정대기도 했지만 책을 들자 곧 빠져들어 한숨에 다 읽었다. 빈정댈 때는 '과학'에 방점을 두었기 때문이고, 빠져들었을 때는 전혀 다른 곳에 방점이 '찍혔기' 때문이다.

20개 장 가운데 몇 장의 제목만 뽑아 보면 이렇다. '슬플 때 같이 슬퍼하고 기쁠 때 같이 기뻐하라', '연꽃의 연잎처럼 살자', '해탈의 경지', '자연과의 조화',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사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긍정은 긍정을 부른다.' 제목만 보면 생활 철학을 다루는 책이다.

그런데 같은 장들의 부제는 이렇다. '전자의 이동 원리', '친수성과 소수성', '원자에서 분자로', '르샤틀리에의 원리', '반데르발스 힘', '산화와 광분해', '나노 입자는 나노 입자끼리, 고분자는 고분자끼리' (부제는 모두 화학과 관련이 있는데, 이것으로 저자가 화학자, 그것도 나노 기술에 관심이 많은 화학자임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각 장의 서두에 (몇 개의 장은 초반에) 예수님과 부처님의 말씀이 나온다. 이어서 그 말씀이 전하는 가르침이 과학이 자연에서 관찰하는 현상과 관련되어 있다는 설명을 한다. 그리고 거의 매번 '긍정정인 생각'의 자신과 세상을 바꿀 수 있음을 강조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제2장 '연꽃의 연잎처럼 살자-친수성과 소수성'은 "애욕을 끊고 연연해하지 말며 고운 연꽃처럼 더러운 것을 받아들이지 말라" 하는 법구경의 말씀으로 시작한다. 몇 천 년 동안 불교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는 연꽃의 연잎은 더러워지지 않는다. 심지어 물에 젖지도 않는다.

그 이유를 저자는 독일 본 대학의 식물학자 빌헬름 바르트로트가 2001년 에 발표한 'The lotus-effect : nature's model for self cleaning surfaces'라는 논문을 토대로 설명한다. "앗! 어렵겠는데!" 이런 생각이 드시는가? 걱정 놓으시라. 여기서 저자의 미덕이 발휘된다. 그는 복잡한 물리·화학적인 내용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한다.

먼저 용어를 정리해 준다.

"물을 좋아하는 성질을 친수성이라고 부르고, 물을 싫어하는 성질을 소수성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현상을 설명한다.

"어떤 물질이 친수성인지 소수성인지를 구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이 쓰인다. 어떤 표면에 물방울을 올려놓고 접촉각이 90도 이하면 친수성, 90도 이상이면 소수성이라고 한다. 연잎이 물에 젖지 않는 이유는 바로 표면이 소수성이기 때문이다. 만약 친수성이었다면 물에 흠뻑 젖어 나중에는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그 모습을 유지할 수 없다."

이어서 원리를 알려준다.

"그러면 왜 연잎은 소수성일까? 그 이유는 연잎에 돋은 나노 돌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물방울이 자기보다 훨씬 작은 크기의 나노 돌기와 닿을 때, 그 닿는 면적이 작게 되고 접촉각이 100도보다 커서 연잎은 소수성을 갖게 된다. 연잎은 소수성이 아주 강해서 '초소수성' 물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는 이 현상이 우리 삶과 밀접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예를 제시한다.

"연잎이 항상 깨끗한 것을 '연잎 효과'라고 부르는데, 이 연잎 효과를 이용한 페인트가 나오기도 했다. 로터산 페인트라는 상표로 나온 제품인데 이 페인트를 바르면 연잎 효과에 의해 집 표면이 항상 깨끗하게 유지된다."

위 내용에는 6장의 컬러 사진이 첨부되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다른 과학책과의 차이는 지금부터 드러난다.

"연잎은 누군가 닦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항상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다. 부처님이 (…) 하필 연잎을 예로 든 것은 스스로의 자정 작용 때문이 아니었을까? (…) 어떤 악의 유혹이 마음 한 구석에 솟구칠 때 우리는 스스로 어떠한가를 돌이켜봐야 한다. 그럴 때 스스로 더럽혀지도록 내버려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유혹으로 더럽혀질 가능성이 있을 때마다 연잎처럼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기능을 마음속에 담고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 연잎처럼 살자."

이 책은 과학책일까, 아닐까? 그것은 독자가 어떻게 읽느냐에 달렸다. 어떤 신문의 서평 기자는 "140쪽에 불과한 이 책이 왜 양장본인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난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내게 있는 독일어판 <어린왕자>가 양장본인 이유와 같다. <예수님도 부처님도 기뻐하는 과학>은 과학적 정보를 얻는 책이 아니라, 삶을 성찰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읽을 책이기 때문이다. 얇다고 120분 만에 후딱 읽어치울 책이 아니라, 하루에 한 꼭지씩 일주일에 5번, 4주 동안 나누어서 읽으면서 삶을 성찰하고 가슴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부어 넣을 일이다. (서평을 쓰느라 한 번에 다 읽어버렸다. 아까운 생각이 든다. 다시 읽고 싶다. 아마도 이 책은 올해 내가 두 번 읽는 유일한 책이 될 것 같다.)

결론이다. 이 책은 <좋은 생각>의 과학 버전이다. 연말에 목사님, 신부님, 스님께, 그리고 장로님, 집사님, 보살님께 선물하기에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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