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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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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은 바로…

[親Book] 최정태의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

가을은 책을 읽는 계절이다. 그러나 정작 가을에는 책이 덜 팔리고 실제로도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 우리나라 가을은 얼마나 멋진가? 이런 가을에 책을 읽는 것보다는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는 것이 더 어울릴 것도 같다. 그러니 이 아름다운 가을날, 책은 손에서 멀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혹시 이 가을에 책도 읽고 여행도 할 수 있는 도서관으로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며칠 전 업무로 제주도 몇몇 도서관을 다녔다. 가을 단풍 여행객과 수학여행 학생들로 공항은 만원이고 비행기 좌석 구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정작 제주에 도착해서는 그 많은 여행객들을 거의 만나지 못했다.

나는 도서관으로만 돌아다녔으니, 그곳을 찾는 여행객이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 자리 잡은 크고 작은 도서관에서 책과 자료를 읽고 뭔가를 찾는 시민들을 보면서, 이제 여기에 가끔은 여행객들이 함께 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더 굳히게 되었다.

▲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최정태 지음, 한길사 펴냄). ⓒ한길사
이런 생각이 들 때 종종 꺼내보는 책이 있다. 최정태 부산대학교 명예교수가 2006년 한길사에서 펴낸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이 바로 그 책이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에는 마치 많이 들어 알고 있지만 정작 가보지 못해 제대로 알지 못한 비경을 만난 것 같아 손이 가볍게 떨리기도 했다.

도서관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기에 이름들은 들어보았던, 아니 도서관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한 두 곳의 이름은 익히 들었을 그런 도서관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름다운 사진들과 함께 느닷없이 내 눈 앞에 펼쳐졌다. 아, 도서관이 이렇게도 아름다운 곳이구나 하고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저자가 이 지상에서 보르헤스의 말처럼 고귀한 책들로 무장한 고독과 비밀의 공간으로서의 진정성을 담은 도서관들을 찾아 세계 여러 나라를 직접 다녔다는 이야기에서 모든 앎과 그 앎에서 시작되는 애정과 사랑은 역시 길을 나서 직접 찾아가 만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요즘 우리나라엔 제주 올레길 이후 걷기 열풍이 불고 있는데, 저자는 이미 수 년 전부터 이 지구 위에서 존재하고 있는 아름다운 도서관을 찾아 길을 나섰고, 그 결과물로 바로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이라는 아름다운 책 한 권이 태어난 것이다. 이 책은 도서관 분야 책으로는-그런데 혹시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른다-나름 꽤 사람들에게 주목받은 것 같다.

이 책이 보여준 도서관은 우리나라처럼 도서관이라면 그저 줄 서 기다렸다가 사방이 막힌 좁은 책상 자리 하나 구해 하루 종일 수험서 등과 씨름하는 그런 인고의 공간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사람들도 도서관다운 도서관, 아름다운 도서관이 가까이 있기를 바라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이 계기가 된 것인지는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요즘 지어지는 새로운 도서관들은 나름대로는 도서관 본래의 역할과 가능성을 은근히 드러내는 아름다운 도서관들이 건립되고 있다. 이제 우리 주변에서도 아름다운 도서관들이 하나 둘씩 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최근 급격한 사회 변화와 책과 같은 매체의 변화로 인해 도서관도 앞으로 살아남을 것인지 아니면 사라질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세상의 변화를 제대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도서관인들 이 지상에 그저 작은 흔적을 남기고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소개한 몇 곳의 도서관들을 보자. 도서관들은 오랜 시간 지금과 같은 변화와 충격을 이겨내고 인간이 만들어 낸 숱한 희망의 기록을 보존하면서 인류의 미래를 만들어 왔다. 그러한 위대한 여정이 도서관 구석구석에 꼼꼼하게 담겨있다. 지금도 이런 도서관의 위대한 아름다움은 끊임없이 세상에 봉사하려는 헌신적 사서들의 몸짓을 매개로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도서관은 이 지상에서 천국에 떠 있는 별이 될 것이다.

그런 도서관이 있는 곳은, 그런 도서관을 매일 만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바로 지금 그 도서관이 바로 천국이 아닐까? 나도 그런 천국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으니, 이 땅에도 아름다운 도서관들이 천국의 별이 되어 떠오를 것이라 믿는다.

다만 아쉽게도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도서관은 무수하게 많이 존재하는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들의 아주 극히 일부이다. 도서관 전문가인 저자가 평생 꿈꾸어온 도서관 여행길에서 만나본 후에 우리에게 소개한 곳이 겨우 6개국 15곳뿐이고, 그 중에 우리나라에 있는 도서관은 규장각과 해인사 장경판전 두 곳 뿐이다. 그러니 책을 읽고 나서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면 이제 직접 아름다운 도서관을 찾아 나서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책의 무덤인 도서관이 아니라 책의 궁전이자 지혜와 천국의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는 아름다운 도서관들을 찾아 길을 나설 것을 권하고 있다. 물론 지금도 인터넷 등에서 어렵지 않게 아름다운 도서관들을 볼 수 있겠지만, 그것으로는 진짜 아름다운 도서관을 만나봤다고 할 수 없다. 직접 찾아가 책과 책 사이 공간들로 이루어진, 오랜 역사를 통해 구축된 책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들을 만날 때 비로소 진정한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나도 우리 땅 여러 곳에 있는 도서관을 다녀봤는데, 그 안에 담긴 진정 아름다움이 무엇이었을까 되짚어 본다. 가득한 책들과 독자, 그 사이에서 둘을 맺어주는 사서가 친절과 미소로 도서관 공간을 가득 채운 도서관이야말로 정말 아름다운 도서관이라고 믿는다.

이제는 낙엽 떨어져 우울한 이 가을에 어느 곳에선가 오롯이 긴 세월 사람들과 함께, 사람의 이야기들을 담아내 희망을 빚어내고 있는 어느 아름다운 도서관을 찾아 그 안에서 나만의 희망을 만들어 내는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주변 곳곳에서 그런 도서관이 있는지, 찾아보고 만나보고 느껴보기 위해, 이 가을 <지상의 아름다운 도서관>을 가방에 넣고 길을 나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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