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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뮴 낙지', 아무나 '막' 먹어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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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카드뮴 낙지', 아무나 '막' 먹어도 되는가?

[안종주의 '위험사회'] 위험에 '평균'은 없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떤 위험에 처할지 아무도 모른다. 갑작스런 폭우로 개울을 건너다 물에 휩쓸려 목숨을 잃기도 하고,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 돌진하는 차량에 치이기도 한다. 신종플루 등 각종 전염병과 질병의 위협에 시달리기도 한다. 식중독이나 식품 속 유해물질도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다.

이런 위험들 가운데 어쩔 수 없는 위험이 있고 우리가 얼마든지 피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스키를 타다가 넘어져 큰 부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는 위험은 스키만 타지 않으면 피할 수 있는 위험이다. 반면 길거리나 실내에서 흡연자들이 마구 담배를 피운다면 간접흡연의 위험은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피하기 어렵다.

위험은 두 가지 성격을 함께 지니고 있다. 위험을 일으키는 유해물질(hazard)의 특성과 이 물질에 얼마나 노출될 가능성(probability)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독성이 강한 것일수록 더 주의를 하고 위험을 느낀다. 하지만 아무리 독성이 강하고 위험한 성격을 지녔다고 하더라도 노출될 가능성이 없으면 그것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는 산골마을에서 1년 내내 한 발 짝도 외부로 나가지 않는 사람에게 교통사고의 위험은 제로다. 반면 자동차로 매일 100㎞ 이상씩 다니는 사람에게 교통사고는 매우 현실적인 위험이다.

위험은 이를 바라보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위험 정도를 느끼는(perception) 것이 판이하게 다르다. 전문가들과 위험 관련 규제 기관(예를 들자면 농림수산식품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은 위험은 과학적이고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고 이런 평가를 바탕으로 위험 인식과 위험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한국인들이 벼락 맞아 죽을 위험이 얼마고 미국산 수입 쇠고기를 먹고 인간광우병에 걸릴 위험도가 얼마냐 따위를 따진다. 그래서 전문가들과 규제 기관들은 이 위험은 저 위험보다 얼마나 더 위험한지를 비교한다. 그리고 인구 평균적인 위험에 대해 관심을 쏟아 어떤 유해물질에 어떤 농도로 평생 노출될 경우 인구 10만 명 당 한 명이 질병에 걸릴 위험을 따진다. 이를 바탕으로 위험 관리를 하며 공중과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을 하려 한다.

반면 일반 공중은 위험을 매우 직관적이고 절대적으로 받아들인다. 이들은 위험이 전혀 없는 제로 리스크를 지향하며 인구 평균적이 아닌 나 자신에게 그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고 싶어 한다. 공중은 여행, 스키, 흡연(간접흡연은 제외), 음주와 같은 자발적 행위에 따른 위험 수준이 자연재해와 같은 비자발적 위험보다 1000배 이상 높다고 하더라도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려 한다. 반면 비자발적인 위험에 대해서는 제로 리스크를 원하며 약간 위험하다 하더라도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또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위험이나 식별하기 어려운 위험, 영향이 즉각 나타나지 않고 오랜 시간이 지나 나타나는 위험, 새로운 위험, 통제 불가능한 위험, 매우 두려운 위험, 지구재양을 초래하는 위험, 치명적인 위험, 집단에 따라 달리 작용하는 불공평한 위험, 미래 세대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위험, 쉽게 줄일 수 없는 위험 등에 대해서도 더 크게 위험을 느낀다는 것이 위험 인식을 연구하는 사회학자, 심리학자 등에 의해 드러났다.

▲ 최근 낙지 내장에 카드뮴이 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었다. 과연 낙지 머리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주장대로 아무나 '막' 먹어도 안전한가? ⓒ연합뉴스

전문가들과 식약청과 같은 위험 규제 기관은 공중의 이런 위험 인식을 바탕으로 위험 관리(리스크 매니지먼트)와 위험 소통(리스크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최근 문제가 된 낙지 내장의 카드뮴 위험과 관련한 리스크 커뮤니케이션과 위험 관리는 제대로 됐는지를 따져보자.

지난 번 글에서 필자는 서울시의 발표 결과를 바탕으로 낙지의 몸통과 다리는 먹되 낙지의 내장은 먹지 않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 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 9월 30일 연체류(낙지, 문어) 및 갑각류(꽃게, 홍게, 대게) 국내산 109건과 수입산 87건 등 모두 196건(낙지 67건, 문어 46건, 꽃게 47건, 홍게 21건, 대게 15건)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식약청은 검사 결과 납과 카드뮴 모두 기준치(2.0ppm) 이하였다고 밝혔다. 식약청은 내장을 포함한 낙지의 경우 카드뮴은 국제적 잠정주간섭취허용량(PTWI, Provisional Tolerable Weekly Intake)인 7㎍/㎏(몸무게)(유럽연합은 카드뮴의 경우 독성과 발암성이 커 2009년 이를 2.5㎍/㎏으로 이보다 3배가량 더 강화한 바 있다)의 평균 1.48%, 최대 10.06%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표 1).

▲ 카드뮴 위해 평가 결과(*국민건강영양조사(2008)).. ⓒ식품의약품안전청

식약청은 이런 위험(위해) 분석을 바탕으로 낙지는 머리(내장)째 먹어도 좋다는 메시지를 공중에게 발표했다. 과연 그럴까.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낙지 머리를 안심하고 하루에 2~3마리씩, 일 년에 수백 마리씩 먹어도 건강에 아무런 위해가 되지 않을까. 지금부터 이를 찬찬히 따져보자.

서울시 조사 결과와 같이 식약청 조사에서도 내장(머리) 부위는 다리 부분에 견줘 카드뮴 함량이 34배가량 높았다. 문어의 경우 내장 부위가 다리 및 몸통 부위보다 카드뮴 함량이 22배 이상 많았다. 꽃게, 홍게, 대게의 경우도 내장 부위의 카드뮴 함량이 8~51배나 높았다(표 2). 연체류와 갑각류 모두 내장 부위에 카드뮴 등 중금속이 집중적으로 들어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이로써 서울시의 조사 결과 자체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다만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한 위험 소통, 즉 리스크 커뮤니케이션에서 큰 차이가 날 뿐이다. 한쪽(서울시)은 "내장 부위는 되도록 먹지 말라"는 것이고 다른 한쪽(식약청)은 "별 문제가 없으므로 안심하고 먹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중은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추어야 할지 헷갈린다. 식품 전문가나 독성 전문가, 중금속 전문가, 그리고 이들이 관여하는 관련 학회 등 전문가 집단에서도 확실한 답을 내놓지 않는다. 그래도 낙지와 문어는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떤 것이 낙지 카드뮴과 관련한 현명한 위험 인식이고 위험 관리일까.

▲ 1마리당 카드뮴 평균 함량 산출값(㎍은 0.000001g). ⓒ식품의약품안전청

식약청은 2008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 국민의 주당 낙지 섭취량을 5.49g으로 계산해 잠정주간섭취허용량(PTWI) 초과 여부와 그 정도를 분석했다. 주당 낙지 섭취량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1년에 단 한 번도 먹지 않는 사람도 수두룩하고 반면 하루가 멀다 하고 낙지를 먹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이런 평균은 실제 개인들의 개별 위험을 살피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낙지가 많이 잡히는 해안가 지방에서 낙지를 즐겨 먹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가 일주일에 서너 차례 낙지를 먹고 한 번 먹을 때마다 한 마리 당 150g 정도 되는 낙지 2~3마리를 먹는다고 하자. 그의 주간 낙지 섭취량은 900(최저)~1500g(최대)이 된다. 이는 한국인의 평균 주간 낙지 섭취량인 5.5g의 163~273배나 된다.

이 정도가 되면 그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카드뮴 함량이 매우 높은 낙지 내장을 함유한 낙지만 계속 먹을 경우 카드뮴 주간 섭취허용량의 무려 16~27배나 된다. 가능성이 높은 경우를 따져 카드뮴 농도 평균치인 낙지만 먹는다 해도 카드뮴 섭취 주간섭취허용량을 훌쩍 넘게 된다.

낙지를 즐겨 먹는 사람은 낙지만 먹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조개, 생선, 해조류 등과 함께 야채, 밥과 빵 등 곡류도 함께 먹을 것이다. 이들 식품을 통한 카드뮴 섭취량은 앞선 계산에서 죄다 빠져 있으므로 이들을 함께 고려한다면 낙지를 즐겨먹는 사람의 경우 카드뮴 섭취량은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식약청은 대한민국 평균 수치를 내세워 대한민국 모든 사람이 안심해도 좋다는 리스크 메시지를 내놓았다. 필자의 메시지는 다르다. 낙지를 전혀 먹지 않는 사람과 기껏해야 한 달에 한 차례 정도 낙지를 먹는 사람은 낙지 속 카드뮴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낙지를 즐겨 먹는 사람, 적어도 1주일에 한 차례 이상 먹는 사람은 낙지 몸통과 다리는 먹되 머리는 먹지 말라는 리스크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위험 메시지는 평균 수치를 내세워 전달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식품을 섭취하는 행태도 다양하므로 이런 저런 조건에 걸맞은 메시지를 개발해 전달해야 한다. 특히 식품 관련 위험은 유해물질 취약 계층(카드뮴의 경우 어린이와 임신부 등)이나 그 식품을 즐겨 먹는 사람들까지 모두 아울러서 그들이 위험을 회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메시지를 만들어 발표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 낙지 머리(내장) 카드뮴 오염 파동은 자연을 오염시키면 먹을거리도 오염되고 그 결과 우리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것도 점차 줄어든다는 것을 우리들에게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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