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이번에 서울시가 분석·발표한 낙지와 문어 머리(내장)에 들어있는 카드뮴 양은 한 달에 한번을 먹더라도 유럽연합 식품안전국(EFSA·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이 허용한 기준을 훨씬 웃돌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서울시의 분석에 문제가 없다는 전제가 있다.
대한민국에서 또 유해 식품 파문이 터져 나왔다. 이번에는 낙지와 문어다. 해당 유해 물질은 카드뮴이다. 파문은 서울시로부터 나왔다. 서울시는 지난 13일 충격적인 보도 자료를 내놓았다. 이를 토대로 언론은 본격적인 보도를 시작했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낙지·문어의 머릿속 먹물과 내장에서 기준치를 최고 15배나 초과하는 중금속이 검출돼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시중에 유통된 연체류 14건과 생선 14건 등 총 28건을 수거해 중금속 함량을 검사한 결과 낙지와 문어 머리에서 카드뮴이 기준치인 1㎏당 2.0㎎보다 높게 검출됐다고 13일 밝혔다.
낙지 머리는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중국산 냉동품에서 1㎏당 최고 29.3㎎의 카드뮴이 나오는 등 수입산 6건과 국산 3건 모두에서 기준치 이상의 카드뮴이 검출됐다. 문어 머리도 가락시장에서 수거된 국산 생물의 카드뮴 검출량이 1㎏당 최고 31.2㎎에 달하는 등 국산 4건에서 카드뮴 함량이 기준치를 넘었다.
다만 주꾸미 머리 1건(1.3㎎)과 명태, 생태, 대구의 내장 및 알 14건에서는 카드뮴이 기준치보다 적게 들어 있었다. 그동안 낙지 머리, 생선 내장 등은 먹지 않는 부위로 취급되어 안전 검사에서 제외돼 왔으나 연포탕, 내장탕 조리를 통해 일부 시민들이 즐겨먹고 있어 검사가 실시됐다.
시 관계자는 "낙지나 문어 등 연체류를 요리할 때는 반드시 먹물, 내장을 제거해 섭취하기를 바란다"며 "이번 결과를 식약청 등에 통보해 연체류의 안전 섭취 방법과 홍보 방안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카드뮴은 체내에 쌓이면 등뼈, 손발, 관절이 아프고 뼈가 약해져 잘 부러지는 이타이이타이병이나 단백뇨, 골연화증, 전립선암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 보도를 접하는 순간 "아! 또 유해 식품 파동이 터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리고 그 예감대로 시간이 갈수록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 낙지 음식점은 손님의 발길이 끊겨 울상이다. 사태가 이렇게 번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나섰다. 낙지는 머리만 먹는 것이 아니라 몸통과 다리도 함께 먹는 것이므로 내장이 아닌 낙지 전체를 대상으로 해 카드뮴 농도를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 서울시 낙지 전체에 대한 카드뮴 기준 초과 여부. ⓒ서울시·식품의약품안전청 |
이렇게 계산하면 문제가 되는 것은 중국산 냉동 낙지 머리 1건밖에 없으므로 크게 염려할 바가 못 된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식약청의 공방에 소비자는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우왕좌왕한다. 머리를 먹어도 좋은지, 나쁜지 헷갈린다. 그리고 그동안 중금속 낙지 머리를 맛있게 즐겨 먹은 사람들은 건강에 문제가 없을까 걱정한다.
정말 낙지 머리와 내장, 먹물이 그렇게까지 문제가 될 정도인가. 왜 낙지와 문어 머리와 내장, 먹물에 카드뮴이 많이 들어있는 것일까. 한 달에 한두 번 먹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는가. 낙지와 문어가 그렇다면 다른 해산물이나 육류, 그리고 기타 식품에는 중금속이나 유해 물질이 들어있지는 않은가. 아마 소비자들은 이런 부분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2009년 유럽연합 식품안전국은 새로운 데이터 분석에 근거하여 식품 중 카드뮴의 주 섭취허용량(Tolerable Weekly Intake)을 2.5㎍/㎏(사람 몸무게)으로 낮추었다. 60㎏ 성인이 1주일에 카드뮴을 150㎍, 즉 0.15㎎까지 섭취하면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문제가 된 낙지와 문어 머리에서 검출된 카드뮴(낙지 머리 1㎏ 당 최고 29.3㎎의 카드뮴) 양으로 환산해서 계산해보면 일주일에 낙지 내장을 5g 이상 먹으면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카드뮴 섭취는 낙지 머리(내장)와 먹물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다른 해산물과 각종 채소와 곡류를 통해서도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므로 실제로 낙지 머리는 일주일에 2~3g 이상 먹어서는 안 된다는 분석을 할 수 있다. 낙지 한 마리가 아무리 작아도 20~30g(보통은 150g 이상)은 족히 될 터이므로 한 달에 한 번도 곤란하다는 것이다. 결론은 적어도 낙지 머리는 아예 먹지 말라는 것이 된다.
물론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해도 낙지 다리와 몸통까지 먹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이번 낙지 카드뮴 검출로 낙지 먹기가 내키지 않는 사람은 머리 부분과 먹물을 빼고 맛있게 드시기 바란다. 카드뮴이 가득 들어있는 부위를 손쉽게 제거할 수 있는데도 일부러 먹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 발암 물질인 카드뮴 다량 검출 파문을 불러온 낙지. 이를 계기로 낙지 먹기가 겁나거나 께름칙한 사람들은 내장 부분을 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연합뉴스 |
낙지 머리 카드뮴 검출 사건 전에도 많은 식품 유해 물질 파동이 있었다. 이를 여기서 일일이 살펴보기는 힘들 것이다. 워낙 많은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금속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려고 한다.
낙지 카드뮴 파문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막지와 문어 등은 몸에 매우 좋은 보신 식품으로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또 문제가 된 카드뮴은 공해병의 원조 격인 이타이이타이병의 원인 중금속이 아닌가. 뿐만 아니라 카드뮴은 니켈, 비소, 크롬 등과 더불어 몇 안 되는 발암 중금속에 속한다. 카드뮴은 전립선암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해병의 대명사는 이타이이타이병과 미나마타병이다. 이 두 공해병 모두 일본에서 터져 나왔다. 이타이이타이병은 카드뮴 중독 공해병이고 미나마타병은 유기수은으로 인한 공해병이다. 이 두 공해병 모두 공장 폐수에 들어있는 카드뮴과 수은이 각각 농경지와 바다를 오염시켜 인근 지역 농어민들이 카드뮴이 다량 들어있는 쌀과 수은이 축적된 물고기를 수십 년간 먹어오다 치명적인 공해병에 걸려 숨지거나 불구가 돼 일본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 문제가 돼 이제는 각종 교과서에 등장하는 역사 속의 질병이다.
카드뮴을 비롯한 중금속은 맛으로 느끼거나 눈으로 구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낙지에, 그리고 음식물에 얼마큼 들어있는지를 아무도 알 수 없다. 중금속은 대개 몸속에 축적된다. 납, 수은, 카드뮴 따위는 뼈 등에 축적된다. 그래서 이타이이타이병의 경우 뼈 속에 카드뮴이 축적돼 뼈가 잘 부러지고 온 몸이 쑤시고 아파서 중독 환자들은 "이타이(아프다)! 이타이(아프다)!"를 소리쳤다. 공해병 이름도 그래서 붙여진 것이다.
낙지나 문어에는 카드뮴이 축적될 뼈는 없지만 먹물이나 내장 등에 상대적으로 카드뮴 농도가 높을 수 있다. 낙지나 문어는 망망대해에 사는 것도 아니고 연안에, 특히 낙지는 갯벌에 살기 때문에 갯벌이 중금속으로 오염될 경우, 또 갯벌 주위에 사는 수생 생물들이 해양 오염으로 중금속에 오염된 먹이를 먹었을 경우 낙지는 이들을 먹게 되고 자연스레 카드뮴 같은 중금속을 몸에 축적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몸 가운데에서도 내장이나 먹물에 중금속이 쌓인다.
카드뮴은 도금, 염색, 축전지, 건전지 등 산업과 농약과 비료 등 농경 과정에서 다량 발생한다. 이것이 흙과 물, 공기를 오염시켜 하천과 강을 거쳐 바다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먹이사슬을 통해 낙지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또 카드뮴은 암석의 풍화작용 등 자연 상태에서도 대기 중으로 흡수되어 들어가는 중금속이다.
공기와 토양, 물 등에서 발견되며 식물과 동물에 순차적으로 농축된다. 담배에는 카드뮴이 들어 있으므로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견줘 상대적으로 카드뮴에 더 많이 노출된다. 카드뮴은 일차적으로 콩팥에 독성이 있고, 뼈 속의 미네랄을 제거하며, 국제적으로 발암물질로 분류되고 있다.
식품은 비흡연자들에게 주요 카드뮴 오염원이 되고 있다. 사람들은 곡류 및 곡류 가공품, 채소, 너트류, 콩류, 전분성 원료, 감자, 육류, 육류 가공품 등을 통해 주로 카드뮴에 노출되고 있다. 또 해조류, 생선 및 해산물, 영양보조제, 버섯, 초콜릿 등의 다른 식품에서도 카드뮴 양이 많이 있을 수 있지만 이들 식품은 서양에서는 그리 많이 섭취하는 편이 아니어서 주요 노출원으로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낙지와 문어 머리까지 즐겨 먹는 음식 문화를 가진 곳에서는 해산물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낙지 먹물과 머리까지 먹고 싶으면 카드뮴이 연안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오염 관리를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다.
낙지와 문어와 같은 연체동물 말고도 우리가 주의해야 할 먹을거리는 많다. 과거에도 종종 문제가 된 적이 있지만 참치, 고등어, 상어와 같은 지방이 많은 푸른 생선을 주의해야 한다. 특히 대형 생선인 참치에는 수은 함량이 비교적 높을 가능성이 있다. 이 외에도 폴리염화비페닐(PCB)과 같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이면서 환경호르몬 물질(내분비계 장애물질)도 지방에 잘 녹으므로 먹이사슬을 통해 참치와 같은 대형 어류에 축적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어린이와 임신부의 경우 참치 캔을 일주일에 일정량 이하로 먹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청과 환경보호청, 그리고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는 메틸수은의 참치 중 허용기준치를 1ppm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임산부와 가임 여성에게 일주일에 340g 이상의 참치통조림을 섭취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수은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유일한 금속으로, 어패류의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이 가속화된다. 수은이 몸에 다량 축적될 경우 뇌와 중추신경계, 신장 기능에 심각한 손상을 가하며, 특히 태아와 영아의 뇌와 신경 발달에 악영향을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4년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이 참치 등 6종의 생선류에 대해 수은 함량을 조사한 결과 참치와 새치류에서 일반 생선의 기준치 0.5ppm 이상이 나왔고 참치 통조림의 경우는 그 이하로 검출됐다. 우리나라 식품위생법에서는 심해성 어류와 참치류의 중금속 허용 기준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혈액 중 중금속 농도가 선진국에 견줘 매우 높다는 점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08년 전국의 18세 이상 남녀 23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우리 국민의 혈액 내 수은 농도는 3.8㎍/ℓ으로 나타나 미국의 0.82㎍/ℓ, 독일의 0.58㎍/ℓ보다 4배 내지 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의 혈액 내 카드뮴 농도 역시 미국과 독일의 2배를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조사대상자의 4.9%인 114명은 독일 기준인 15㎍/ℓ를 초과해 지속적 관찰과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의 혈중 수은 농도가 높은 것은 주로 식품, 특히 어패류 섭취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래서 식약청은 수은이 많이 축적될 수 있는 참치 섭취에 특히 임신부와 어린이들이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인간광우병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소의 척수나 뼈 등을 먹는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듯이 중금속 중독을 피하기 위해서는 문어나 낙지의 머리와 내장, 생선의 내장, 닭과 소, 돼지 등의 간이나 콩팥 등의 내장 등을 먹는 습관을 버리는 것이 필요하다. 간이나 콩팥 등은 이른바 특수 부위라고 해서 별미처럼 먹고 있다.
하지만 유독 물질을 걸러내고 해독하는 기능을 하는 이런 장기에는 중금속과 같은 유해 물질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있을 수 있다. 이런 부위를 먹는다고 해서 건강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 이런 부위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어쩌다 한두 번 먹는 것까지 위험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자주 즐겨 먹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겠다.
낙지 머리(내장) 카드뮴 다량 검출 파문을 그렇고 그런 또 하나의 위해 식품 해프닝으로 치부하지 말고 이를 우리의 식품 문화를 고쳐나가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그리고 정부 당국은 이번 일을 계기로 식품 중 중금속을 비롯한 유해 물질의 규제 기준과 섭취 허용 농도 등을 최신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재검토할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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