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G20 정상 회의'를 앞두고 시위대 해산을 위해 '음향 대포'를 도입하기로 했다는 경찰의 발표를 듣고 나의 귀를 의심했다. '설마 경찰이 난청과 이명을 유발할 수 있는 음향대포를 시민들에게 발사할까?' 하는 의구심 때문 이었다. 그러나 '음향 대포' 시연회까지 여는 것으로 보아 '새로운 장비'의 도입에 대한 경찰의 의지는 확고해 보여 심히 우려스럽다.
이번에 도입하기로 한 '음향 대포'는 2500㎐(헤르츠)에서 최대 152㏈(데시벨)의 소음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이 정도의 소음은 제트기 이륙 시의 소음(약 140㏈)을 능가하고, K2 소총 격발 시 소음(155㏈)과 큰 차이가 없다. 경찰은 가급적 120㏈ 이하로 적용 기준을 엄격히 준수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급박한 시위 현장에서 경찰의 이런 약속이 잘 지켜질지 걱정이 앞선다.
또 경찰이 말한 기준인 120㏈ 또한 시민들에게 고통을 주기에 충분한 소음이며, 장시간 노출되어도 인체에 해가 없다는 의학적 증거는 그 어디에도 없다. 10월 1일 경찰이 안전성을 자신하며 열었던 '음향 대포' 시연회에서 110데시벨 정도의 소음에도 참석자들이 고막의 통증 등을 호소한 것이 그 위험성을 방증한다.
▲ 2009년 11월 미국 피츠버그 G20 정상 회의에서 등장한 지향성 음향 대포. ⓒAP |
소음성 난청의 한 형태인 '급성 음향 외상'은 짧은 시간동안 갑자기 큰 소음에 노출된 후 발생한다. 주로 난청과 이명 증상을 호소하며 심한 경우 고막 천공도 발생한다. 이런 큰 소음에 노출되면 소리를 듣는 기관인 귓속 달팽이관의 외유모 세포와 청신경 세포가 파괴되어 난청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급성 음향 외상'이 무서운 것은 큰 소음에 한번만 노출 되어도 청력 손실을 초래 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처럼 빌딩이 둘러싸인 곳에서는 소리가 반사되어 소음의 강도가 더 커질 가능성도 있어 우려스럽다.
'급성 음향 외상' 환자는 초기에 치료를 시작해도 완치될 확률이 매우 낮다. 소음이 심한 작업장에서 장기간 일하다가 발생하는 일반적 소음성 난청에 비해 '급성 음향 외상'은 치료가 더 어렵고 예후도 더 나쁘다. 그래서 지나치게 큰 소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예방에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G20 정상 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우리 국민 모두가 같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시위 진압 장비까지 도입하는데 동의하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시위가 쉽게 진압 될 것이라는 경찰의 얄팍한 예상과는 달리 시위 현장에서 고통스러운 '음향 대포'의 소음이 커질수록 시민들의 분노는 몇 배 더 커질 것 같아 매우 걱정스럽다.
최근 들어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을 자주 이야기 한다. 그러나 경찰 버스로 둘러싼 차벽도 모자라 이제는 시민들을 향해 '지옥의 소리'로 불리는 '음향 대포'까지 발사하면서 어떻게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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