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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기간 최소 10만 년, 쓰레기 처리도 '박근혜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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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기간 최소 10만 년, 쓰레기 처리도 '박근혜 스타일'?

[토론회] 사용 후 핵연료 문제 공론화 놓고서 갑론을박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사용 후 핵연료 처리의 공론화 방안을 놓고 토론회가 열렸다.

사용 후 핵연료는 핵발전소 원자로에서 핵분열 후에 배출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사용 후 핵연료 관리 방식(직접 처분, 소멸 처리, 재처리 등) 중 특히 재처리 방식을 강력히 주장하면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가 마치 한국의 오랜 숙원이었던 것처럼 회자되는 모양새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재처리 논의에 앞서 사용 후 핵연료 관리 문제를 민주적으로 공론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고리 원자력 본부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신고리 1, 2호기 전경. 오른쪽이 신고리 1호기. ⓒ뉴시스

독성 최소 10만 년 지속…사회적 합의 필요

사용 후 핵연료에는 우라늄235와 플루토늄239를 비롯한 여러 가지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다. 재처리 방식을 택하면 사용 후 핵연료에 남아있는 이 유효 물질들을 회수할 수 있다. 이를 재사용해 핵무기의 연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 이 때문에 국제 사회와 환경 단체는 재처리 방식이 핵 확산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40년간 한국과 원자력 협력 협정을 맺어온 미국 역시 핵 비확산 정책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한국이 요구하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에 반기를 들었다. 이렇듯 국제 사회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사용 후 핵연료 문제를 국내에서 성공적으로 공론화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영희 가톨릭대학교 교수(사회학과)는 "핵폐기물 중에는 독성이 최소한 10만 년 이상 지속하는 고위험, 고준위 폐기물도 포함돼 있다"며 "그러므로 사용 후 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는 포괄적 이해당사자로서 시민 사회가 폭넓게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 15일에는 산업자원통상자원부가 전라남도 영광에서 '사용 후 핵연료 공론화 추진 계획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환경 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무산됐다. 설명회가 아니라 사실상 핵폐기장 부지 선정을 위한 절차라는 이유였다.

이영희 교수는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하려면 △공학적 방벽(독성 물질이 깊은 지층에서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안전하게 보관하는 기술) △지질학적 방벽(활성 단층이 없는 안전한 지질학적 특성) △사회적 방벽(시민과 지역 주민들로부터 사회적 신뢰성 획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영희 교수는 "이 세 가지 방벽 중 어느 한 가지라도 빠지면 고준위 핵폐기물의 안전하고 안정적인 처분은 불가능하다"며 "그런데 지금까지 정부와 핵폐기물 처분 전문가들은 공학적인 방벽과 지질학적인 방벽에만 주의를 기울여왔다"고 지적했다.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시급히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의 기존 핵확산 정책 변함없어"


현재 각 핵발전소에 임시 저장된 사용 후 핵연료의 포화 비중은 2012년 6월 말 기준으로 67퍼센트(월성 1호기~6호기)에서 81퍼센트(고리 1호기~5호기) 정도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주장대로라면, 고리 핵발전소는 오는 2016년이면 사용 후 핵연료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고 정부는 사용 후 핵연료 관리 문제를 논의할 자문 기구인 공론화위원회를 올 상반기 이내로 출범시킬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김정화 원자력환경과장의 말에 따르면, 정부는 공론화위원회의 독립적, 자율적 논의 여건을 최대한 보장하고 공론화 결과를 존중할 예정이다. 또 공론화위원회의 위원 구성도 특정 분야의 과다 대표를 방지하고자 분야별 참여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명호 생태지평연구소 사무처장은 "사용 후 핵연료에 대한 재처리 방식을 고수하고 신규 핵발전소 부지를 지정하는 등 정부의 기존 핵 확산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부지 선정은 공론화의 가장 마지막 단계인데, 정부는 부지 선정 문제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명호 사무처장은 "정부가 계속해서 과거와 동일한 방식으로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만 강조한다면 어느 단체도 정부와 파트너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영국은 10년간 논의…폭넓은 의견 수렴이 중요

한편, 한국보다 먼저 사용 후 핵연료 공론화 과정을 거친 외국의 모범 사례로 영국의 사례가 제시됐다. 정익철 지앤에스이노베이션 대표이사는 영국 환경부가 조직한 방사선폐기물관리위원회(CORWM, Committee of Radioactive Waste Management)를 바람직한 사용 후 핵연료 관리 정책 공론화 방안으로 꼽았다. CORWM은 공론화위원회의 모델이기도 하다.

2003년 11월 독립 기구로 출범한 CORWM은 2년 6개월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쳐 그 결과를 정부에 전달했지만 아직까지도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CORWM은 공론화 과정에서 일반 대중 및 이해 관계자로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과학적, 객관적 분석을 통해 장기 관리 대책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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