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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무기 40~50개, 그 가공할 시나리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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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무기 40~50개, 그 가공할 시나리오는?

[정욱식의 북핵이야기]<19> 박근혜-오바마, 2016년을 생각해보라

박근혜 정부와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 공조기간은 미국의 대선이 예정된 2016년까지이다. 그런데 조속히 북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열지 못하면 가공할 만한 시나리오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10개 안팎의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이 스스로 공언한 것처럼 "핵 억제력"을 늘려갈 경우 2016년까지 40개 안팎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몇 가지 사실관계를 확인해보면 이러한 추정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4월 초 북한은 불능화되었던 5메가와트 실험용 흑연감속로를 복구해 재가동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이 원자로를 재가동하면 북한은 핵무기 1~2개 분량에 해당하는 8킬로그램 정도의 플루토늄을 매년 생산할 수 있다. 또한 영변에 있는 현대식 우라늄 농축 공장을 가동하면 매년 40킬로그램 정도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고, 이는 핵무기 2개 분량에 해당한다.

그런데 복병이 있다. 바로 완공을 눈앞에 둔 30메가와트급 실험용 경수로이다. <38 노스>가 영변에 건설 중인 경수로의 최근 사진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이르면 올해 여름부터 이 원자로를 가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미 이 원자로에 연료를 제공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 시설도 가동 중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북한이 이 경수로를 핵무기 개발용으로 전용할 경우 2016년까지 16개의 핵무기를 추가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지난 2008년 6월 27일 북한은 비핵화 의지를 보이기 위해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2013년 4월, 북한은 흑연감속로의 재가동을 선언했다. ⓒ 뉴시스

또 하나의 복병도 있다. 북한이 제2의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만약 그렇다면, 북한의 핵 능력은 훨씬 강해질 수밖에 없다. 약 2000개의 원심분리기로 가동되는 비밀 시설로 우라늄 핵폭탄을 만들면 매년 2개 정도를, 저농축 우라늄을 30메가와트 경수로 연료로 사용해 플루토늄을 만들면 매년 5~6개를 추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추정을 토대로 ISIS는 북한이 2016년까지 최대 48개의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30메가와트 경수로에 매력 느낄 듯

우라늄 농축 시설과 30메가와트 경수로 사이의 관계는 세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첫째는 북한이 농축 프로그램을 고농축 우라늄 생산용으로만 사용하는 것이다. 둘째는 농축 프로그램을 경수로 연료 제공용으로만 사용하는 것이다. 셋째는 두 가지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이 가운데 첫째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낮다. 고농축 우라늄만 생산하면 30메가와트 경수로를 가동시킬 연료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시나리오도 고성능 핵폭탄을 만드는데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은 농축 프로그램의 일부는 고농축 우라늄 생산에 사용하면서 경수로 연료 생산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추정하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북한이 전력난 해소용으로 경수로 운영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30메가와트 경수로 자체적으로도 전력을 생산할 수 있지만, 이 경수로의 운영 노하우를 살려 더 큰 규모의 경수로 건설에 나서려고 할 것이다.

둘째는 경수로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경수로는 일반적으로 3~5퍼센트 농도의 저농축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한다. 이에 따라 경수로 가동 후 나온 사용후 연료를 재처리하면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는 있지만 그 농도가 70% 정도여서 무기급인 90% 이상에는 못 미친다. 그러나 경수로에 사용할 저농축 우라늄의 농도를 10% 수준으로 높이면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다고 한다.

북한으로서는 전력난도 일부 해결하고 "핵 억제력"도 증강시킬 수 있는 방법이 바로 경수로 가동에 있는 것이다. 북한이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채택하면서 그 방도 가운데 하나를 "자립적 핵동력 공업을 발전시키고 경수로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시간은 한미동맹의 편이 아니다

정리하자면, 북한은 공개된 핵 시설만으로도 2016년까지 약 40개를, 여기에 비밀 농축 시설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약 50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더구나 미국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퇴임 직전에 경고했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보유 시점도 2015~16년이다. 만약 북한이 40~5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는, 이 가운데 일부를 탄도미사일에 장착하게 된다면, 한반도 정세는 어떻게 될까? 세 가지 상황을 가정해볼 수 있다.

먼저 한반도 전쟁 발발 가능성이다. 어느 일방에 의한 의도적인 전면전 가능성은 낮다고 하더라도, 우발적 무력 충돌 및 확전의 위험성은 이미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북한은 핵무력이 증강될수록 그 위력을 믿고 정전체제를 무력화하려는 군사 모험주의적 행태를 지속하려고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도 '능동적 억제'를 공식화한 상태이다. 핵심 골자는 북한의 도발 시 "현장 지휘관이 먼저 조치를 취하고 나중에 보고하라", "도발 원점뿐만 아니라 지원세력과 지휘세력까지 응징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확전불사론이다. 여기에 더해 북한의 핵무기 사용 징후시 선제타격까지 검토하고 있다. 작은 불꽃 하나가 큰 화재로 이어지는 봄철 산불처럼 한반도 정세는 갈수록 위태로워지고 있는 것이다.

남북한의 무력 충돌 발생 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이렇다. 북한은 핵 위협을 동원해 미국의 개입을 저지하려고 할 것이다. 특히 북한이 오키나와와 괌, 더 나아가 하와이와 미국 본토까지 다다르는 핵미사일을 보유하게 될 경우 이러한 가정은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물론 미국이 북한의 위협에 굴복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오히려 미국은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재확인시키기 위해 대북 무력시위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이처럼 북한의 핵 모험주의, 남한의 '능동적 억제', 미국의 '확장 억제'가 악순환을 형성하면 한반도는 정전체제가 그 뿌리부터 흔들리면서 열전(熱戰)의 위험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북한의 핵무력이 질량적으로 강화될수록 한국의 핵무장론도 커지게 될 것이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한국민의 60~70%가 핵무장에 찬성하고 있다. 이에 비춰볼 때 북한의 핵보유량이 40~50개로 늘어나면 남한의 핵무장론도 동반 상승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 또 다시 북한의 위협과 한국의 핵무장론을 '이중 억제'하고자 핵 투발수단을 동원한 무력시위에 나서면 한반도 정세는 더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도 2013년 봄에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현상유지의 한 축이 북한-남한-일본으로 이어지는 핵 도미노 현상을 예방하는 데 있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현상유지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점을 예고해주는 대목이다.

북한발 핵확산의 우려도 커지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북한은 경제적 목적이든,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든, 이란 등 다른 나라에 핵을 수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핵보유량이 늘어날수록 이러한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북한과 이란이 2012년 9월 '과학협력협정'을 체결한 것도 이러한 우려를 부채질한다. 이 협정에는 "양국은 전문성을 교환"하고, "과학 연구 장비를 함께 사용"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시리아와 2002년에 과학협력협정을 맺고 시리아에 원전 제공을 시도했다는 전례를 들어, 북한-이란 협정이 핵과 미사일 협력 강화의 전주곡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한편 북한은 6자회담 합의를 통해 핵을 외부에 이전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미 6자회담 합의 무효화를 선언한 상태이다. 또한 2013년 4월 1일에는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한 법'을 제정하면서 "핵무기나 그 기술, 무기급 핵물질이 비법적으로 루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담보하기 위한 보관관리체계와 질서를 세운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눈에 띄는 대목은 "비법적으로"라는 표현이다. 양자 협정을 체결한 이란과의 핵·미사일 거래는 합법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염두에 둔 표현일 가능성이 높다.

만약 미국이 북한과 이란의 핵 거래를 구체적으로 포착할 경우 북한이 금지선(red line)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하곤 모든 수단을 동원하려고 할 것이다. 한반도 전쟁 위기가 급격히 고조될 수 있는 또 하나의 위험한 시나리오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미국의 딜레마도 커지게 된다. 미국은 북한의 핵 수출이 포착되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핵전쟁의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대북 군사행동에 나서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는 한반도, 그런데도 인내를?

지난 5월 초 한미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된 것처럼, 한미동맹의 대북정책은 '봉쇄'의 성격이 짙다. 외교적으로는 까다로운 대화 조건을 제시하면서 북한을 고립화시키고, 경제적으로는 다양한 수준의 제재를 총동원하고, 군사적으로는 억제와 보복 능력을 강화하는 데에 방점이 찍혀 있다. 또한 대북 압박은 중국에 아웃소싱하고 있다.

이러한 봉쇄 위주의 정책은 그 의도 여부와 관계없이 현상유지의 장기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반도에서의 현상유지가 과연 지속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봉쇄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북한의 핵 능력은 강화될 것이고, 북한은 '게임 체인저'가 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정전체제를 핵심으로 하는 한반도 현상유지 체제는 불안정성은 가중되는 반면에 지속가능성은 위축될 공산이 크다. 이는 부지불식간에 장기간의 현상유지를 염두에 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나 이와 흡사한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한다. 재검토의 핵심은 평화적인 현상 변경, 즉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면서 북핵 문제를 여기에 녹여낼 수 있는 능동적인 태도이어야 한다. 시간은 결코 한미동맹의 편이 아니다. 그리고 시간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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