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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에 삼계탕 먹은 당신은 '퇴마사'?

[이상곤의 '낮은 한의학'] 복날, 삼계탕에 열광하는 이유는…

복날에 삼계탕집 앞은 하루 종일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렇게 사람들이 복날에 삼계탕을 먹는 이유를 알려면 '복(伏)날'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은 이렇게 적고 있다.

<한서(漢書)>에서 이르기를, 음기가 일어서고자 하나 양기에 눌려 상승하지 못하는 날이 바로 복날이다. 화제(和帝·89~104년) 때 처음으로 온종일 복폐를 명령했다. 그 주에 이렇게 일렀다. "복날에는 온갖 귀신들이 다니니, 온종일 문을 닫고 다른 일에 간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여기서 귀신은 바로 더위에 체력이 떨어져 질병을 일으키는 역귀다. 옛날에는 이를 돌림병이라고 불렀다. 지금으로 말하면 세균성 혹은 바이러스성 질환의 전염병일 것이다. 더위에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역귀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최선은 체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동의보감>도 <황제내경>도 질병과의 싸움에서 예방을 금과옥조로 내세웠다. 내 몸이 튼튼하면 병마가 침투하지 못한다. 실학자도 같은 견해를 내세웠다.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귀신의 기운이 몸의 허약한 틈을 타서 침입하는 것은 이치에 당연하다"며 허약한 체질을 강화해야 돌림병을 예방한다고 강조하였다.

몸을 어떻게 튼튼하게 할 것인가? 병을 귀신이 일으키는 것으로 보았으니 당연히 주술적인 성격의 처방이 없었을 리 없다. 닭이 바로 그 처방이었다. 닭은 때에 맞춰 새벽을 알린다. 옛사람은 이렇게 때를 아는 닭을 하늘과 통한 동물로 간주하며 신령스럽다고 여겼다. 하늘과 통하는 영물이니 당연히 주술의 힘도 강하다고 여겼다.

<오행지(五行志)>에는 닭이 능히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고 했으며, 도홍경은 산중에서 도를 닦는 사람은 흰 닭이나 흰 개를 길러야 귀신을 물리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권했다. 실제로 닭은 정신 질환 처방에도 이용되었다.

스스로 성현으로 착각하고 오가는데 분주하여 그치지 않는 정신 질환 환자는 흰 수탉을 국이나 죽으로 먹는다.

옛날 선비들은 이런 닭을 다섯 가지 덕을 갖춘 짐승으로 평가하였다. 첫째는 머리에 관을 쓰고 있어서 문(文), 둘째 발에 날카로운 발톱이 있어서 무(武), 셋째 적과 잘 싸우는 용기가 있으므로 용(勇), 넷째 먹을 것을 얻으면 서로 가르쳐 주므로 인(仁), 다섯째 때를 알려주므로 신(信)이라 하였다.

▲ 삼계탕. 삼계탕은 인삼, 황기와 같은 몸을 강화하는 최고의 약재와 귀신을 물리치는 동물이라는 닭에 대한 옛사람의 믿음이 만들어낸 세계 최고의 보양식이다. ⓒ뉴시스

일반적으로 보면 몸을 강화하는 데는 인삼, 황기, 녹용 등이 좋다. 그러나 이런 약재는 값이 비쌌다. 예를 들면, 옛날에는 인삼 한 쪽이 금 한 쪽과 거래될 정도로 비쌌다. 심지어 인삼을 상품으로 둔갑하고자 인삼 내부를 파고 도라지를 넣어 아교풀로 붙인 기록도 실록에 전해진다.

삼계탕의 기원은 분명하지 않다. 다만, 비싼 약재가 들어간 귀한 음식이다 보니 대중들이 접근하기 힘든 음식이었다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대중화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예전에는 삼계탕에 무엇을 넣었을까? 황기를 넣은 닭이 최고의 보신이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은 황기닭을 여름 보양식으로 즐긴다. 물론 효능은 약간 다르다. 황기는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에게 좋은 약물로 피부 장벽 기능을 강화한다.

인삼이 몸을 강화하는 데다 귀신은 물리치는 닭의 영험까지 더했으니 복날의 음식으로는 삼계탕이 제격이었을 것이다. 한국인이 기가 세듯이 한국 닭도 기가 세 약용으로 특별한 대접을 받았던 것일까? <본초강목>은 우리나라 닭에 대한 특별한 찬사를 보탠다.

닭은 조선의 평택에서 서식한다. 조선은 현토 낙랑의 땅을 말한다. 약용으로는 조선의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본초강목>은 이어서 다른 닭과 구별하고자 몇 종류로 나누어 설명하는 친절함도 보인다, 조선 닭은 장미계로 꼬리가 길어서 3~4척(尺) 이며 요동산은 식계, 각계로 맛이 좋다. 남월산은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늘 운다. 특히 남해산 석계는 물 때를 알아서 조수가 만조되면 운다.

조선 닭의 명성이 알려진 탓인지 중국 사신이 오면 한결같이 요구한 것은 수탉의 붉은 벼슬을 요리한 계관육이다. 이것은 수탉의 양기와 붉은 벼슬의 양적인 힘이 더해진 정력을 강화하는 최고의 음식으로 여겼다. 지금으로 말하면 '비아그라' 정도로 여긴 듯하다. 이런 계관육을 대접 받은 사신은 어떤 트집도 잡지 않았다는 웃지못할 기록도 전한다.

삼계탕은 단순한 보양식이 아니다. 세계 최고의 영약인 인삼과 세계 최고의 닭이 어우러진 세계 최고의 여름 건강이다. 최고의 약용 닭인 전래종은 어떤 특성이 있었을까? 1910년 국권 침탈 당시 일본의 기록을 보면, 지금의 육계와는 다른 전래종에 대한 기술이 나온다.

한국의 재래종 닭은 그 털이 '갈색 레그혼'과 흡사하고 체질이 강건, 활발하다. 비상력이 강하고 부화육추를 잘한다. 체중은 1.8~2.5킬로그램 내외이며 산란력은 떨어져 1년간 겨우 90개 정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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