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박근혜 정부도 원전에 대한 사회적 불안감을 인정해 이명박 정부에서 세운 '원전 비중 확대' 계획을 '비중 유지'로 전환하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초안을 발표했다. 전력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전제로 한 '비중유지'는 사실상 원전 증설을 의미하기 때문에 '탈원전'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하지만 '원전 비중 확대'에서 '원전 비중 유지'로 전환한 것 자체는 의미가 있다.
원전이 더 이상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라는 신화는 후쿠시마 사태와 국내 원전비리로 깨졌다는 것을 국내 '원전 마피아'들도 부인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도 원전은 이제 '사양 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 출신 전문가들도 인정하는 변화다. <편집자>
▲ 후쿠시마 사태로 수산물도 일일이 방사능 측정기를 들이대야 하는 상황을 겪으면서도 원전을 더 지어야 한다는 주장은 누가 하는 것일까? ⓒ연합뉴스 |
후쿠시마 사태가 남일 아닌 뉴욕주민들
1986년 체르노빌 사태 이후 최악의 원전 사고인 후쿠시마 사태가 발생한지 2년이 넘었다. 후쿠시마 제1원전 6개의 원자로의 상황은 여전히 암울하며, 4개의 원자로는 심각하게 손상됐다. 매일 막대한 량의 방사능에 오염된 지하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8만3000여 명의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강제로 떠나야 했다. 지난 10월 9일 6명의 원전 작업원이 방사능 오염수에 피폭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런 사고들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후쿠시마의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자,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다.
최근 나는 뉴욕에서 열린 '후쿠시마 사태가 주는 교훈'이라는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토론회는 저명한 핵전문가들이 모여 후쿠시마 위기와 막대한 보조금이 투입되고 있는 미국의 핵산업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토론에 패널로 참석한 전문가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피터 브래드포드와 그레고리 야스코,, 핵공학자 아미 군더센과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 등이었다.
브래드포드는 파워포인트를 동원해 다양한 에너지원이 개발돼 핵산업의 쇠퇴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또한 패널들은 뉴욕에서 30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인디언포인트 원전의 안전 문제에 대해 집중 토의했다.
인디언포인트는 각종 안전 사고를 일으킨 전력이 있으며, 단층지대에 위치해 많은 뉴욕주민들의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1960년대 원자력에너지위원회는 최고 등급의 핵사고가 발생할 경우 펜실베이니어 규모의 지역이 오염돼 사람들이 거주할 수 없는 지역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디언포인트에서 핵사고가 터지면 뉴욕뿐 아니라 더 큰 범위까지 사람이 살 수 없는 지역이 될 수 있다.
인디언포인트 원전을 끼고 산다는 것은 주변 반경 50마일 지역에 거주하는 2000만 명의 삶을 대상으로 러시안 룰렛 게임을 하는 것과 같다.
인디언포인트 원전이 지금 당장 가동을 중단해도, 대체에너지원이 개발되고 전력공급이 가능해질 2020년까지 공백을 메울 에너지가 충분히 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힐리리 클린턴이 상원에 있을 때 인디언포인트의 폐쇄를 요청했다. 인디언포인트에서 사고가 날 경우 주민들을 대피시킬 여유가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1974년 이후 미국에서는 신규 원전이 건설되지 못하고 있지만, 65개 원전에서 100개의 원자로가 가동되고 있다. 상당수가 노후되고, 단층 지대에 있고, 적절한 규정을 지키지도 않은 채 가동되고 있다.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험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978년 이후 처음으로 두 개의 원자로 건설을 승인했다. 당시 야스코 위원장은 4-1로 통과된 안건에 유일한 반대표를 던졌다.
미국의 '원전산업 면책법'의 의미하는 것은?
핵에너지의 비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핵연료의 사이클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핵연료가 태워지면서 막대한 방사성 물질이 나오기 때문에 완벽한 작동이 되어야 한다.
핵폐기물을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지 않도록 저장하려면 25만 년 동안 보관해야 한다 이렇게 장기간 보관이 가능한 영구적 부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핵연료를 태우는 목적은 물을 끓여 증기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전기를 생산하는 터빈을 돌리기 위한 것이다. 이런 단순한 목적을 위해 왜 이렇게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가?
월스트리트에서는 미국 정부가 전면 보증하지 않는데 핵발전소 건설에 자금을 대지 않는다. 보험사들도 핵원전에 대해 보험을 들어주지 않는다. 1957년 제정된 '원전산업 면책법'은 멜트다운이 일어날 경우 모든 비용은 국민이 지도록 하고 있다.
핵발전처럼 단 한 번의 예측 불가능한 사고로 그토록 장기간에 걸쳐 파멸적인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전력생산 방식은 없다. 어떤 형태의 에너지원도 방사능이라는 '조용한 폭력'을 내재하고 있지 않다.
핵에너지는 필요하지도 않고, 보험으로 보상되지도, 경제적이지도, 대피할 수도 없으며, 무엇보다 안전하지 않다. 핵발전이 유지되고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가공할 로비와 현대사회에 부적합한 에너지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독재적 권력이 낳은 산물이다. 후쿠시마의 교훈을 망각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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