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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이래 최대 사기극' 동양 사태, 금융당국도 공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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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 이래 최대 사기극' 동양 사태, 금융당국도 공범!

[편집국에서]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규제의 실패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가 1999년 대우 사태 이후 최대 규모의 사기성 기업어음 피해자를 양산하면서 현재현 회장이 형사처벌될 위기에 놓였다.

현 회장은 경영권 유지를 위해 회사채와 어음을 '갚을 의지나 능력이 없는 것을 알고' 마구잡이로 발행을 지시했고, 급기야는 멀쩡한 계열사까지 경영권 유지를 위해 하루아침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검사 출신의 현 회장을 개인적으로 만나본 뒤 "법조인 출신이라서 그런지 재벌 오너 중 현재현 회장처럼 지적이고, 게다가 인품도 넉넉한 사람이 없다"고 칭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그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의혹들은 충격적이다.

하지만 현재현 회장 일가의 '사금고' 역할을 해왔다는 손가릭질을 받게 된 동양증권에서는 제주지점의 40대 여직원이 회장 지시로, 회장의 말을 믿고 개인투자자들에게 금융상품을 팔았다면서 "개인고객들에게 정말 이러실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 고객님들 (투자금) 전부 상환해주십이요. 끝까지 책임 못져서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절절하게 호소하는 유서를 써놓고 목숨을 끊는 일까지 일어났다.

▲ 동양그룹의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으로 피해를 입은 개인투자자들이 5만명에 육박하고 피해액은 1조원이 훌쩍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런 대형 금융사고가 규제당국의 직무유기가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사진은 9일 동양 사태 피해 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단 항의 시위를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대형 금융사고, 금융당국도 공모했다면 과언일까

여직원 자살 사건에 동양증권 임직원들도 더 이상 회장의 눈치를 보지 않고 현 회장의 자택에 몰려가 항의를 하고, 지난 8일에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회장을 "살인마"라고 성토하면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죄로 검찰에 고소했다.

고소를 담당한 변호사는 "동양증권 직원들도 피해자"라면서 피해자 자격으로 고발이 아닌 고소를 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양증권이 판매한 동양그룹 계열사들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산 투자자들 앞에서 '피해자'를 자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34개 계열사 중 지주회사 격인 (주)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불과 3개 주요계열사의 기업어음이나 회사채를 산 개인투자자만 무려 5만 명에 달하고, 금액은 1조 원대를 넘는다.

그런데 대우 사태 이래 최악의 금융사고가 오너 일가 혼자서 저지를 수 있는 범죄일까? 동양그룹 사태도 시장의 자율기능에 맡겼는데, 어쩌다 일탈한 '시장의 실패 사례'라고 치부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

동양그룹 사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채비율이 급증하는 등 이상조짐을 보였다. 이때라도 동양그룹 경영진이 자구노력을 제대로 했다면 그룹이 하루아침에 공중분해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그룹의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동양증권의 사기성 기업어음과 회사채 발행이 집중됐다. 이런 행위가 가능했던 것 자체가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규제의 실패라는 것을 보여준다. 동양그룹 사태의 피해자들이 금융당국과 신용평가업체들도 '사기극의 공범'이라고 성토하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2011년 동양증권이 투자자의 서면 확인 없이 계열사 기업어음을 판매한 '불완전 판매' 행위를 적발해 기관경고 조치를 하고도 그동안 사실상 수수방관했다.

청와대, 금감원장, 산업은행장의 비공식 회동

금융당국의 규제 실패가 고의성이 짙은 정황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그리고 홍기택 산업은행장 등이 동양사태가 불거지기 직전 비공식 모임을 갖고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에게 시간적인 여유를 주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특정금전신탁에 대한 규제를 피하는 동양증권의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 등에 대해 알고도 적극 대처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금전신탁은 원래 개인투자자들이 기업에 대한 정보도 잘 모르면서 특정기업에 함부로 투자하지 못하도록 판매 단위가 크고 분할판매를 못하게 되어있다.

하지만 동양증권은 고객의 돈을 받아 모아 동양 계열사의 기업어음 등을 사도록 유도하면서 이런 규제를 피하는 동시에 개인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금융당국의 수수방관 속에 동양그룹의 사금고처럼 동원된 계열사는 동양파이낸셜대부도 있다. 동양파이낸셜대부는 대출과 어음할인, 담보제공 등 다양한 방법으로 다른 계열사들에 무려 1조5000억 원을 부당대출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사실상 동양그룹의 사기 행각을 눈감아주는 처신을 하는 동안,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사기성 어음을 발행할 자격을 유지해준 공모자가 있다.

자본잠식 기업에도 투자 등급 매기는 신용평가사?

바로 신용평가업체들이다. 신용평가사들은 자본잠식 상태인 동양 계열사에도 채무 상환 능력이 인정되는 B등급을 주고 있었는가 하면, 줄곧 우량 등급을 주다가 법정관리 한 달 전부터 무려 5단계를 초스피드로 떨어뜨렸다.

피해를 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동양그룹의 사기성 어음 발행 행태는 2011년 LIG그룹 사건과 판박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금융당국의 방치와 신용평가업체들의 석연치않은 뒷북 등급 조정 등이 빼닯았다는 것이다.

LIC그룹 오너 일가는 이미 사기성 어음 발행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동양그룹도 LIG건설의 경우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검찰은 현재현 회장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사기성 기업어음(CP) 발행 등의 혐의가 있다며 현 회장과 정 사장을 고발한 사건을 즉시 특수1부(부장검사 여환섭)에 배당하고, 현 회장 등을 출국금지시켰다.

특수1부는 대기업 비리와 정·관계 로비 등 대형 수사를 담당하는 부서로 지난해 LIG그룹의 2000억 원대 사기성 CP 발행 사건을 수사해 구자원 회장 등 일가 3명을 기소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LIG그룹 사건을 맡았던 특수1부가 동양 사건을 맡았다는 점에서 최소한 현재현 회장 등 경영진의 배임 혐의 입증은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사기죄까지 적용이 가능할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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