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표를 정홍원 국무총리가 반려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뜻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청와대의 발표가 나왔다. 이에 따라 기초연금 개편안의 내용을 놓고 청와대가 주무 부처인 복지부와 이견을 빚어 왔다는 일부의 관측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27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은 (진 장관이) 사표를 낸 것도 알고 계셨고, (정 총리의) 사표 반려도 대통령과 상의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표를 직접 반려한 것은 정 총리지만 결정 자체는 박 대통령이 내렸다는 뜻이다. 청와대가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복지 정책을 책임진 장관이 중도 사퇴함으로써 야기되는 국정 혼란상을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여진다.
진 장관은 앞서 이날 오전 복지부 출입기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 사의를 표명했음을 알렸고, 사표를 제출했으나 정 총리는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장관의 사표를 받을 수 없다"며 반려했었다.
진 장관이 기자들에게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물러나는지 사유를 밝힌 것은 아니지만, 그가 "복지부 장관으로서의 책임을 통감하기 때문에 사임하고자 한다"고 한 부분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초 기초연금 공약 후퇴로 인한 논란에 대해 박 대통령을 대신해 책임지는 게 아니겠느냐는 풀이가 있었지만, 박 대통령이 그의 사표를 반려하면서 '청와대와 복지부 간의 의견차가 진짜 이유 아니겠느냐'라는 관점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같은 해석은 일부 야당 의원들이 공식 제기하기도 했다.
앞서 이날 오전 야당 단독으로 소집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 김용익 의원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하는 방안이 국민연금을 위태롭게 한다고 거의 모든 학자들이 반대했는데도 결국 그 방향으로 결정됐다"면서 "청와대과 복지부가 설왕설래한 것 같다. 복지부는 국민연금이 위태로우니 당연히 이 안(연계안)을 쓰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남윤인순 의원도 "진 장관의 경우, 지난번 복지부에서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연계했을 때 상당히 문제 많다는 것이 이미 인수위 시절 국민 여론을 통해 확인됐다"며 "이 때문에 복지부는 국민연금과 연계하지 않는 안을 청와대에 보고했다가 '다시 검토해 보라'는 대통령 지시가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윤 의원은 "그래서 연계안을 만들어 발표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진 장관 행보가 이해가 안 간다. 본인이 '무기력하다'는 얘기를 하며 오락가락한 부분이 있다"며 "복지부가 기초연금안 마련 과정에서 어떤 고충과 논의가 있었는지 국회와 머리를 맞댔어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유감을 표했다.
이같은 설왕설래 속에 진 장관이 정 총리와 청와대의 만류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의 뜻이 확인된만큼 진 장관으로서도 쉽게 거취를 결정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무책임하다"는 야당의 공세도 부담스럽다. 그러나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사이의 이견설이 힘을 얻는 상황에서 진 장관이 사의를 거둬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 구상을 적극적으로 방어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정홍원 총리가 진 장관의 사표를 반려하며 "국민을 위해 정기국회가 마무리될 때까지 본인의 임무를 다해주길 바란다. 장관으로서 다시 잘해 주리라 믿는다"고 밝힌 대목은 사실상 정기국회가 마무리될 때까지 논란을 수습하고 야당의 공세에 대응해달라는 지시로 읽힌다. 그러나 사퇴 이유로 '무력감'을 토로해 온 진 장관이 박 대통령의 뜻을 대리한 정 총리의 주문을 선뜻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청와대도 박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를 통해 공약 수정을 공식화한 지 하루 만에 주무부처 장관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난처한 상황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박 대통령이 직접 "공약 포기가 아니다"며 방어전을 진두지휘하는 마당에 진 장관이 노인의 날 초청 오찬에 불참하는 등 엇박자를 냈기 때문. 거듭된 만류에도 진 장관이 사퇴 입장을 고수할 경우 복지 공약 후퇴의 책임은 고스란히 박 대통령에 쏠리는 점도 부담스러운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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