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총리는 이번 승리로 오는 2017년까지 다시 4년을 무사히 집권하면 총 11년간 총리를 지낸 영국의 마거릿 대처를 능가하는 유럽 내 최장수 여성 총리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독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기독교민주당(CDU)-기독교사회당(CSU)은 41.5%(311석)의 득표율로 25.7%(192석)를 득표한 제1야당 사회민주당(SPD)을 압도적으로 따돌렸다.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2일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해 자축하고 있다. ⓒAP=연합 |
유로존 위기 이후 유일한 연임 성공힌 지도자
독일 현지 언론들은 물론 유럽의 주요 언론들은 총선 전부터 메르켈 총리의 3연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총선 결과보다는 "도대체 승리의 비결이 뭐냐"는 분석에 몰두했다.
메르켈은 좌우 정파를 가릴 것 없이 유로존 위기가 불거진 2010년 이후 유로존에서 연임에 성공한 유일한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국내 보수 언론들도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외국 지도자가 메르켈 총리라는 점에서 '승리의 요인'을 열거하고 있다. 주로 '실용주의적 리더십', '엄마 리더십'에 대한 찬가다. 민심이 원하는 방향에 맞춰,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침착하게 해결해줄 것이라는 신뢰의 리더십이 돋보인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후쿠시마 사태를 계기로 원전 영구 폐기 정책을 결정한 것이 업적으로 꼽힌다. 메르켈의 변신술에 원전 폐지를 외쳐온 녹색당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 정도다.(후쿠시마 사태 직후 녹색당 지지율이 28%까지 올랐다가 이번에 8%대 득표에 그쳤다.)
하지만 가장 인상 깊은 분석은 총선 투표가 시작되기도 전에 "내용도, 논란도, 비전도 없이 결과는 뻔한 따분한 총선"이라고 메르켈 총리의 승리 요인을 비평적으로 보도한 <도이치벨레> 방송의 폴커 바게너 보도국장의 칼럼이다.
다음은 칼럼의 주요 내용(☞원문보기)이다.
"유로와 부채의 관리자로 기록될 것"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중요한 개혁을 미루고, 사회민주당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시절 '어젠더 2010'이라는 복지 축소 정책의 과실을 누리고 있다. 역사의 아이러니다. 메르켈은 재임 중 자신이 해야할 개혁은 무기한 연기했다.
메르켈의 집권 2기는 주로 돌발적인 사건들에 대처하면서 지나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남유럽의 부채위기 등이다. 누구도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메르켈은 이 사태들에 적극 대응했다. 원전 정책을 바꿔버렸다. 물리학자 출신이자 오랫동안 원전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자였던 그가 하룻밤새 원전 영구 폐기 정책을 채택한 것이다. 비범한 대처다. 하지만 메르켈의 집권2기를 상징할 만한 업적은 아니다.
훗날 역사는 메르켈을 유로의 관리자, 부채의 관리자로 기록할 것이다. 유로존 위기 관리는 메르켈의 업적으로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찬사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메르켈이 그리스, 스페인 등 파산 위기에 몰린 국가들에 대해 강요한 긴축 노선은 많은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유럽연합은 유로존 위기가 시작된 이후 보다 독일화되었다. 유럽연합이 기업이라면, 메르켈은 최고경영자에 비유할 수 있다. 교착 상태에 빠진 브뤼셀을 보라. 중요한 현안은 모두 보류됐다. 모두가 일이 속개될 수 있도록 독일이 결정해주길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따분하고 전반적으로 내용 없는 총선이 보여준 한 가지가 있다면, 유럽 전체가 위기에 빠진 가운데 독일만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이다.
메르켈 승리의 최대 요인은 유로존 위기를 잘 헤쳐온 것이다. 메르켈이 보여준 엄격함과 일관성에 대해 독일 유권자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메르켈의 정책이 가져올 대가에 대해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해 신경쓰지 않는다. 태풍 전야의 고요함을 즐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메르켈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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