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지진 이틀 연이어…사용후핵연료 위협

[후쿠시마 아마겟돈]<10>"직격 위치에 발생하면 게임 끝"

일본 기상청이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과학포럼에서 "지금도 후쿠시마 원전에서 태평양으로 매일 방사성 물질이 배출되고 있고, 방사성 물질의 비율로 볼 때 원자로 건물 지하에서 용융 연료와 직접 접촉한 물이 흘러나오는 게 틀림없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후쿠시마현에 이틀 연속 지진이 발생했다.

후쿠시마 원전에 타격을 줄 또 한 번의 지진이 발생한다는 것은 '후쿠시마 아마겟돈'을 초래할 가장 우려스러운 시나리오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의 1,2,3호기는 '멜트다운'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정작 가장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은 4호기에 있는 '사용후연료' 저장 수조의 상황이다.

▲ 20일 후쿠시마 원전 인근에서 강진이 이틀 연속 발생했다. 이번 지진은 언젠가 후쿠시마 원전을 직격하는 위치에서 강력한 여진이 발생할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AP=연합뉴스

사용후핵연봉 1300여개 냉각 수조 불안불안

이곳에는 '냉온정지' 상태에 이르지 못한 1300여개의 사용후 핵연료봉이 냉각수에 담겨져 있다. 그런데 냉각수를 공급하는 배관에 문제가 생겨 사용후연료 저장 수조에 충분한 냉각수가 들어가지 못한 상태라는 사실이 최근 드러났다.

게다가 2011년 3.11 지진 때 저장 수조의 하부 구조물 자체도 심각한 손상을 받은 상태여서 여진이 계속되면 어느 순간 일시에 저장 수조가 밑에서부터 무너져 내릴 수 있다는 경고가 끊이지 않았다. 만일 실제 이런 사태가 닥치면 "게임 끝"이다.

그런데 20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25분께 후쿠시마현 하마도리(浜通り) 지역에서 리히터 규모 5.9로 추정되는 지진이 발생했다.전날에는 오전 7시 44분께 비슷한 장소에서 규모 4.3의 지진이 발생했다.

20일 지진의 진원지는 북위 37.1도, 동경 140.7도 지점이고 진원의 깊이는 약 17킬로미터다. 하마도리는 후쿠시마현 동부로 태평양에 가까운 곳이며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북쪽으로 약 25킬로미터 거리에 있다.

이 영향으로 도쿄도(東京都)를 기준으로 서쪽에 있는 시즈오카(靜岡)현에서 혼슈(本州) 최북단에 있는 아오모리(靑森)현에 이르는 도호쿠(東北)·간토(關東) 지역에 진도 1∼5의 지진이 관측됐다. 이와키시를 포함해 후쿠시마 현내 여러 지역에서 진도 5가 기록됐고 도쿄도에서는 진도 1∼3이 측정됐다. 오전 2시 30분에 규모 3.9의 여진이 발생하는 등 3시 50분까지 5차례의 여진이 이어졌다.

2년만에 찾아온 강력한 여진, 이번엔 원전 무사하다지만...

일본 기상청은 진도 4 정도의 여진이 1주일가량 이어질 가능성이 있고 지역에 따라 낙석·절벽 붕괴 등 위험이 우려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후쿠시마현이 진도 5의 흔들림을 겪은 것은 2011년 9월29일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규모 5.6의 지진이 발생하고 나서 약 2년 만이다.

후쿠시마 현 주민은 이번 지진으로 밤새 불안에 떨었고 부상자도 발생했다. 이와키 시에서 한 여성(32)이 깨진 거울에 상처를 입는 등 2명이 경상을 당했다.

이 지역에서는 건물이 강하게 흔들려 물건 낙하가 많았다. 이와키역 앞에 있는 한 도서관에서는 서적 5만여 권이 선반에서 떨어져 임시 휴업하기로 했다.

후쿠시마 원전 운영업체인 도쿄전력은 1∼6호기에 대한 순찰을 완료한 결과 오염수 탱크를 포함해 이날 오전 6시58분 기준으로 이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젠가 후쿠시마 원전 일대를 직격하는 위치에서 비슷한 규모 정도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 이번 여진은 '후쿠시마 아마겟돈'의 초침이 빨라지고 있다는 경고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