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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연이틀 "새누리당 뿌리는 독재"…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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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한길, 연이틀 "새누리당 뿌리는 독재"…왜?

'민주 대 반민주'로 전선 명료화 시도…정기국회 전망은?

민주당이 '이석기 사태' 이후 전선을 '민주 대 반민주'에 그으며 야권의 결집을 시도하려는 모양새다. 특히 김한길 당 대표가 선봉에 서서 연이틀 "새누리당의 뿌리는 군사독재정권"이라는 발언을 쏟아내며 정세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여당과 청와대 역시 그들대로 강경 입장으로 선회한 가운데여서, 9월 정기국회 전망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김한길 대표는 9일 오후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과 한국정당정치' 학술회의 축사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불행한 것은 민주주의 위기의 중심에 국정원이라는 국가 정보기관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국가정보기관은 국민의 정부 이전까지 정치공작과 인권유린의 대명사였다. 중앙정보부와 안전기획부는 간첩을 잡는 것보다 간첩을 만들어내는데 소질이 있다는 말까지 있었다. 이러한 국가정보기관을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국익을 위한 정보기관으로 탈바꿈시켰다"며 "그런데 이명박 정권 5년과 박근혜 정권 출범 6개월 만에 국가정보원은 사라지고, 유신시대 중앙정보부가 부활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국정원 개혁'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의도다.

이어 김 대표는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그 뿌리가 다르다. 민주당이 김구, 신익희, 김대중, 노무현의 맥을 잇고 있다면, 새누리당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의 맥을 잇고 있다"면서 "새누리당은 그 뿌리가 독재정권, 군사쿠데타 세력에게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 역사를 부정하고 시대의 변화를 거부하면서 틈만 나면 종북 몰이 매카시즘에 기대기에 여념이 없다"고 했다. 전날 4.19 묘지 참배에서 했던 발언을 이틀째 그대로 되풀이한 것이다.

김 대표는 정국의 해법은 박근혜 대통령이 쥐고 있다고 강하게 몰아붙였다. 앞서 그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얼마 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나치 수용소를 찾아가서 머리를 숙이고 사죄하는 사진들이 신문 1면을 장식했다"며 최근 박 대통령이 러시아 G20 회의에서 메르켈 총리를 만난 것을 언급한 후 "(메르켈은) '나는 직접 책임질 일이 없으니 사과할 일도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박 대통령께서도 참고할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에둘러 촉구했다.

김 대표의 말에는 정국 해법에 대한 나름의 고민이 담겨 있다.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사과와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이라는 민주당의 요구를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박 대통령의 책임을 인정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김 대표의 말은 1954년생인 메르켈 총리가 나치 정권의 범죄에 직접 책임이 있어서 사과한 것이 아니듯, 국정원 사태에 대해 박 대통령 역시 직접 책임이 없음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시사한다. 그러면서도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유감 표명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냐'는 우회적 요구인 셈이다.

이는 '이석기 사태'를 전후로 '국정원이 뭘 잘못했느냐'는 여당의 적반하장과 야당 내 강경파들을 동시에 상대하고 설득해야 하는 김한길 지도부가 장외 투쟁을 접고 국회로 회군할 수 있는 명분을 바라고 있는 상황의 반영이기도 하다.

단 김 대표의 이같은 양가적 입장은 야당 나름의 '마지노선'이다. 김 대표는 전날 4.19 묘지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만나는 것이 우리 목표가 아니다.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국정원을 전면 개혁해야 하는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남을 제안한 것이지 대통령과 만남을 앙망하려고 텐트에서 대기하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장기전을 생각하며 나온 것이고, 자꾸 추석연휴(이후)를 얘기하는데 난 설날까지도 갈 수 있다"며 집권세력이 야당의 요구를 계속 모른체할 경우 장외투쟁이 더 장기화될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 ⓒ프레시안 자료사진

여당 '단독 국회 불사' 강경론…'귀국 보고회 형식 회동 추진' 등 온건론 축소

그러나 '이석기 사태' 후 새누리당 내에서는 최경환 원내대표,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등의 주도로 여당 단독 국회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기류가 불거지고 있다. 이는 야당의 국회 복귀를 압박하기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반발만 사기 쉽다는 점에서 9월 정기국회 전망을 더욱 오리무중으로 만들고 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9일)까지 정기국회 의사일정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책임 있는 집권여당으로서 국민을 대신해 내일부터 상임위를 열도록 하겠다"며 단독국회론에 불을 지폈다. 윤상현 수석부대표도 "정기국회 의사일정에 대해 합의를 못해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9월 3일 국회의장께서 전체 의사일정안 협의 요청을 보내왔지만 민주당의 비협조로 아직까지 되고 있지 못하다"며 거들었다.

여당 한편에서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박 대통령의 귀국 이후 귀국 보고회 형식으로 여야 대표와 만남의 자리를 만드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중재론도 나왔고, 청와대 역시 그 정도는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마저 '이석기 사태' 후 쑥 들어간 상황이다. 청와대는 또 '집권세력의 뿌리는 군사독재'라는 김한길 대표의 말에 매우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에는 여야 원내지도부 근처에서는 "추석 이전에는 의사일정 협의 자체가 없다"는 말이 나왔고, 이를 뒤집으면 추석 이후에는 국회가 열릴 수 있다는 뜻이 되느니만큼 '추석 이전 여야정 회동→추석 이후 국회 정상화'라는 가설이 설득력 있게 정가를 떠돌았으나 이 역시 불투명해졌다. 김한길 대표가 '설날'을 거론한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다만 민주당 내 한 중진 의원은 국회 정상화 전망과 관련해 "원래 추석 전에는 국회가 잘 되지 않는다. 추석 전후로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들끼리 밀고 당기고 할 것이고, 10월에는 국정감사가 있지 않느냐"며 국감을 계기로 국회가 일부라도 돌아갈 수밖에 없지 않냐는 전망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현안이 있는 상임위는 언제든지 열겠다"(8일, 이언주 원내대변인)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상임위 심사, 법사위 검토까지 다 하되 본회의 가결 시점만을 여야 협상 대상으로 삼겠다는 전술인 셈이다.

여당 내에서도 황우여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비석은 홀로 설 수 있을지 몰라도 문은 가장 간소한 문이라도 두 개의 기둥이 필요하다. 우리는 하나의 기둥으로 비석을 세우려 하지 않고 최소한 두 개의 기둥으로 대문을 세우겠다"며 "정당정치에 있어서 타 당을 무시하고 혼자 서려 한다면 비석은 세울지 몰라도 우리 모두가 함께 들어갈 문을 세우지는 못할 것"이라고 당 내의 '단독국회론'과는 일정 부분 선을 긋기도 했다. 하지만 황 대표의 당내 입지 등을 고려할 때, 국회 정상화의 열쇠는 야당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이상 박 대통령의 손에 있다는 분석이 더 타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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