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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제2외환위기설은 호들갑"…진짜 교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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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제2외환위기설은 호들갑"…진짜 교훈은?

[진단]금융위기 반복 시스템 만든 그들은 누구인가

아시아 신흥국들을 둘러싸고 '제2 외환위기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외환위기의 대표적인 전조로 꼽히는 환율 급등 현상으로 가장 주목받는 나라는 인도네시아다. 루피아 환율은 지난 200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말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메릴린치 보고서를 통해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지만, 내년부터 신흥국 경제가 호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로서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시적 위기'라는 진단이다.

아시아 신흥국 경제가 조만간 회복 불능으로 파탄날 것처럼 위기설을 강조하는 것에는 시장을 흔드는 '게임의 법칙'이 작용한다는 분석도 대두되고 있다. 정말 차분하게 들여다볼 것은 금융위기가 반복되고 있으며, 금융위기가 반복되는 과정에서 부의 양극화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 또다시 아시아 제2 외환위기설의 중심지가 되고 있는 인도네시아. 루피아 가치가 지난 90년대말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로 폭락한 상태다. ⓒAP=연합
"아시아 신흥국 위기, 내년부터 호전"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1990년대말 금융위기로부터 세상을 구했다는 영웅들은 다 어디갔느냐"고 물었다. 크루그먼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인도네시아는 1997~98년 아시아 금융위기의 진원지였으며, 이 금융위기는 10년 뒤 선진국 경제를 집어삼킨 훨씬 더 큰 금융위기의 전단계였다는 점에서, 또다시 공포에 휩싸여야 하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곧바로 "그렇지 않다"고 단언하면서 "차분하게 생각해 볼 것은 우리가 16년 전 금융위기로부터 제대로 배운 교훈이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금융산업을 개혁하기는커녕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급속히 진행됐고,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책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크루그먼 교수에 따르면, 최근의 아시아 금융위기와 몇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유로존 금융위기 모두 지나친 낙관 속에 민간부문에 막대한 외국자본이 넘쳐 흐르게 되는 상황이 위기의 근본이다. 어느 순간 낙관이 비관으로 바뀌고 그때부터는 놀라운 속도로 위기가 가속화된다.

인도네시아와 그리스의 차이

하지만 과거 아시아 신흥국의 금융위기를 돌이켜보면, 현재의 유로존 위기와는 다른 점이 있다. 환율이 급등하면 외채의 부담이 커지면서 경제가 위축된다. 그러나 수출 경쟁력이 외채 부담이 커지면서 생기는 손실을 압도할 만큼 위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의 경우 98년에 국내총생산이 13%나 감소했지만, 2000년부터 탄탄한 회복세를 보이고 2003년에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능가했으며, 지난해에는 97년과 비교할 때 72%나 경제규모가 커졌다.

인도네시아 등 금융위기를 겪은 아시아 신흥국들은 1990년대말에 비해 외채의 비중도 낮은 편이다. 따라서 90년대 식의 외환위기가 되풀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반면 유로존으로 묶여 있어 환율의 자율성이 없는 그리스의 경우 2007년 이후 국내총생산이 20%나 감소했으며 지금도 급격한 경제위축을 보이고 있다. 그리스는 경제회복 자체가 언제부터 가능할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할 정도다.

'세상을 구했다'는 영웅들, 위기 반복의 토대 구축

이 대목에서 크루그먼 교수는 "아시아 신흥국 금융위기는 규제가 완화된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1999년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커버스토리로 "세상을 구한 영웅들"을 다뤘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앨런 그린스펀 의장, 재무장관 로버트 루빈, 재무부 부장관 로런스 서머스에 대한 찬사였다.

크루그먼 교수는 "금융위기가 통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8년 뒤 이런 자신감이 헛된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크루그먼 교수는 "당장 어떤 지역이 심각한 불황에 빠져버리는 광경을 면하게 된다고 해도, '세상을 구했다'고 자찬한 그들이 몇 년 뒤에 더 큰 위기로 세상을 몰아넣을 토대를 만들었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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