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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70대 노인들에게 전쟁을 선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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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70대 노인들에게 전쟁을 선포하다

[이슈] 분신자살 낳은 밀양 송전탑 결국 밀어붙여

한국전력이 지난해 9월부터 8개월간 중단됐던 밀양 송전탑 공사를 오는 20일께 재개한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격렬한 반발이 여전한 가운데 공사가 재개될 예정이라 반대 주민들과의 충돌이 우려된다.

소음, 경관 침해, 전자파…10년 동안 논란인 밀양 송전탑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과 한국전력 간의 갈등은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1년 당시, 정부는 전력 수급 기본 계획에 따라 울산시 울주군의 신고리 핵발전소(5·6호기)에서 경상남도 창녕군 북경남 변전소까지 송전탑 161개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 중 69개가 밀양시(청도면, 부북면, 상동면, 산외면, 단장면)에 집중됐다. 한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15만4000볼트 송전탑이 아닌, 765킬로볼트(76만5000볼트)의 송전탑이었다.

▲ 지난 1월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앞에서 밀양송전탑대책위원회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 반대 촉구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35층 건물의 높이에 맞먹는 거대한 765킬로볼트 송전탑은 24시간 내내 코로나 소음(기계음)을 일으킨다. 송전탑이 방출하는 전자파도 문제다. 주민들은 국제암연구소가 고압 송전선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2B 등급(발암 가능)으로 분류한 점 등을 근거로 전자파의 위해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송전탑 건설을 생존권 침해로 규정하고 반대에 나섰다.

대부분 60, 70대 고령자로 구성된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반대 대책 위원회'를 중심으로 격렬한 반발이 이어졌다. 급기야 지난해 1월 16일 경남 밀양시 산외면 주민 이치우(74) 씨가 송전탑 건설에 항의해 분신자살했다. 그가 소유한 논 약 1223제곱미터(370평)의 시가는 6억9000만 원이 넘었다. 그러나 송전탑에서 80미터 가량 떨어져 있다는 이유로 보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거듭된 토론회에도 결국 합의 실패

이에 국민권익위원회가 2009년 12월부터 6개월간 23차례 갈등조정위원회를 운영했다. 지난 2011년엔 주민과 한국전력 간에 18차례의 대화가 진행됐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조경태 의원(민주당)이 주관한 한국전력-주민 간 토론회도 지난 2월부터 이달 13일까지 6차례나 열렸다.

그러나 밀양 사태는 도돌이표만 그렸다. 대책위원회가 제시한 대안은 △기존의 345킬로볼트 송전선 용량을 증대 △신고리 5·6호기가 완공될 2020년 이후로 송전탑 건설을 유예한 뒤 지중화(송전선로를 땅에 묻어 콘크리트로 막는 방식) △전문가 협의체 구성을 통한 합의 도출 등이다. 그러나 한국전력은 사실상 이를 모두 거부했다.

"한국전력, 70대 노인에게 전쟁 선포하나"

이에 대책위원회는 16일 논평을 내고 "한국전력은 결국 70대 노인들에게 전쟁을 선포하는가"라고 규탄했다.

대책위원회는 "한국전력 조환익 사장은 밀양을 7차례나 방문하고 한국전력 사장으로서는 처음으로 경과지를 직접 방문해 주민들의 호소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런데 결국 돌아온 것은 5월 20일경 공사를 강행한다는 소식과 주민들이 줄기차게 요구한 '전문가 협의체'를 거부한다는 말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책위는 "지난 8년 동안 밀양 주민들은 한국전력의 온갖 속임수와 거짓말에 속아왔다"며 "이미 주민들간의 극심한 분열과 (한국전력 측의) 금전 매수 등으로 마을은 만신창이가 되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주민간의 분열은 이미 가시화된 지 오래다. 지난 1월 9일, 선출 과정을 알 수 없는 '주민 대표단'이 독단적으로 한국전력으로부터 10억 원을 받은 사실이 폭로되며 논란이 인 바 있다. 2월 20일에는 한국전력이 협약 체결의 대상이라 주장하는 '밀양시 5개면 주민 대표단'의 실체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당시 대책위는 대표단을 '실체를 알 수 없는 유령 조직'으로 규정했다.

대책위원회는 한국전력이 구성하려 하는 '밀양 갈등 지원 협의회'도 주민을 분열시키려는 시도의 연장선상으로 간주했다. 이들은 "그동안 수수방관하던 지역 국회의원, 밀양 시장, 극소수 찬성 측 주민 대표를 중심으로 '갈등 지원 협의회'를 구성하는 이유는 결국 다수의 반대 주민들을 물리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수작"이라고 주장했다.


밀양 송전탑 때문에 겨울철 전력 대란?


겨울철 전력 수급 문제 때문에 송전탑 건설이 시급하다는 한국전력의 주장에도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전력은 밀양 송전탑이 건설되지 않으면 오는 12월 가동 예정인 신고리 3호기와 2014~2019년까지 완공 예정인 신고리 4~6호기의 전력을 수송할 수 없다고 한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김제남 의원(진보정의당)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 회견을 열어 한국전력의 이러한 주장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정부와 한국전력은 모든 장비를 총동원한다 하더라도 밀양 구간 공사가 최소한 8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그러므로 밀양 765킬로볼트 송전탑 공사를 당장 진행한다 하더라도 송전탑은 최소 2014년 1월 말이 넘어야 완공할 수 있다.

문제는 당장 오는 12월부터 신고리 3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한국전력은 밀양 송전탑이 건설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고리 3호기만 운행하면 신고리 3호기에서 나오는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낼 수 없다고 강조해왔다. 결국 한국전력 스스로, 최대한 빨리 밀양 송전탑 공사를 끝내도 몇 달간 신고리 3호기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인정한 셈이다.

김제남 의원은 "그러므로 정부와 한국전력의 주장대로라면 밀양 송전탑 공사가 완공될 때까지 신고리 3호기를 가동해서는 안 된다"며 "정부와 한국전력은 신고리 3호기가 가동되지 않으면 전력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하겠지만 이런 주장 역시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신고리 3호기 총발전량, 전체의 1.7퍼센트

애초에 전력 수급 대란에 대한 예측 자체가 "거짓말"이라는 것. 김제남 의원의 말에 따르면 신고리 3호기의 총발전량은 1400메가와트로 전체 전력 공급(2013년 하계기준 8100만 킬로와트)의 1.7퍼센트에 해당한다. 따라서 신고리 3호기가 없으면 전력 대란이 일어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는 "동계 피크였던 지난해 12월 26일에는 월성 1호기, 영광 3·5·6호기, 울진 4호기가 중단된 상태였는데도 예비 전력이 3985메가와트, 예비율이 5.2퍼센트로 전력 대란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그는 "따라서 정부와 한국전력이 밀양 송전탑 공사 중단으로 인해 전력 대란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력 대란을 핑계로 공사를 강행하려는 음모이자 술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전력 관계자는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말할 수 없으며 공사가 재개되는 20일께에 공식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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