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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싱크탱크' 미래연 "증세없는 복지는 립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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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싱크탱크' 미래연 "증세없는 복지는 립서비스"

복지공약 축소 vs 증세…보수 내에서도 논쟁점

박근혜 정부가 수정해 내놓은 세법 개정안마저 졸속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세금과 복지 문제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이른바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 축소를 전면 주장한 반면 보수진영 내에서도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이같은 주장이 나온 곳이 박근혜 정부의 개국공신이라고 할 만한 국가미래연구원(미래연)이라는 점은 더욱 눈길을 끈다.

미래연은 14일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의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한가'라는 발표 동영상과 발표문을 인터넷 홈페이지(☞·바로가기)와 뉴스레터 등에 실었다. 신 교수는 발표에서 "복지에는 반드시 재정이 소요되기 때문에 과세, 증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 없이 복지를 한다는 것은 '말(言) 유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과연 복지는 증세 없이 가능한가, 매우 부정적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영국의 복지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는 시사점"이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20세기 초부터의 영국 복지정책 역사를 되짚으며 "경제가 성장한다고 해서 실업·빈곤·복지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빅토리아 여왕 집권기 같은 최고 번성기에 최악의 복지문제가 대두되었다"며 "체제 안정과 사회 발전을 위해 복지문제 해결은 필수적 과제"라고 지적했다. "복지 문제를 방치하면 심각한 사회불안과 체제불안이 야기되고 결국 남미와 같은 치명적 나락으로 빠져들게 될 수 있다"는 솔직한 우려다.

신 교수는 "국민적 복지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증세는 불가피하다"며 "증세 없는 복지 증진은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국민적 복지 요구를 선제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정치 리더십"이라며 박 대통령에 대한 간접 비판으로 읽힐 수 있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신 교수는 김광두 미래연 원장, 최외출 영남대 교수,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 김영세 연세대 교수 등과 함께 박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5인 공부 모임'의 멤버다. 신 교수가 이사를 맡고 있는 미래연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독립적 연구기관으로 재출발을 천명했으나, 지난 대선 기간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다. 신 교수의 발표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보수언론은 '증세를 하느니 차라리 복지 공약을 축소 수정하라'는 쪽으로 방향을 이끌었다. 이날 <조선일보>는 '공약 먼저 재조정한 뒤 복지 위한 증세 설득해야' 제하의 사설에서 "다시 내놓은 세제 개편안에는 문제의 근원인 공약 재조정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정부는 우선 복지 공약을 실현 가능한 순서에 따라 재조정하고, 거기에 맞춰 현실적인 재원 조달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모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정직밖에 없다. 우리가 당초 이러이러한 공약을 내세웠지만 그 모두를 이행하는 것은 재정적 형편에 비추어 무리이기 때문에 시급성과 실현가능성의 두 기준에 따라 공약을 재조정하겠다고 국민에게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라는 해법을 주문했다.

<중앙일보> 역시 사설을 통해 공약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중앙>은 "'5년간 135조원'이라는 '박근혜 복지공약'은 경기가 좋아도 재원 조달이 어려운 버거운 공약"이라며 "책임 있는 대통령이라면 사정 변화를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에게 '복지공약 조정'부터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신문은 "대통령부터 실무자까지 질서 있는 정책 추진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동아일보>는 아예 1면에 '세제개편-동아일보의 제언'이라는 기획성 기사를 실었다. 1면 머리기사 제목은 "'복지=세금' 고백하고 공약 재검토하라"였다. <동아>는 "자신의 공약에 지나치게 집착한 박근혜 대통령에게서 이번 사태의 근원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대선후보 시절 국민들의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명분으로 '증세 없는 복지'를 주장했고 대통령이 된 다음에도 고집을 꺾지 않아 결국 이런 사달이 벌어졌다"고 했다.

신문은 "많은 경제·재정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집권을 한 후에는 결국 증세 논의를 시작하거나 공약 우선순위를 일부 조정할 것으로 기대했다"며 "하지만 '국민과의 약속이니 지키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는 어찌된 일인지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해졌다"고 비난했다. 공약을 지키려는 것이 잘못이라는 투다. 신문은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착한 정부 콤플렉스'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게 <동아일보>의 판단"이라며 "공약을 번복하지 못하겠다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후보 시절에 예상했던 것보다 재정 여건이 어렵다. 국민들이 원하는 복지를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다'고 솔직히 고백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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