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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여성만으로 배심원 구성, 인종차별적 사법시스템"

[분석]"이게 미국식 정의냐? 흑인사회 폭발 조짐"

비무장 흑인 소년을 히스패닉계 백인이 살해한 사건에 대해 배심원이 무죄평결을 내리면서 21세기의 미국 사법시스템이 여전히 인종차별적인 시각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무죄평결을 충격으로 받아들인 훅인 사회에서는 이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며, 폭력사태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명 흑인 인권운동가 앨 샤프턴 목사는 "오는 20일 전국 100개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혀 치안당국의 경계태세도 한층 강화되고 있다.

이번 시위를 '조직적 운동' 차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샤프턴 목사의 발언으로 볼 때,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의 "내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연설 50주년(8월 28일)까지 이어질 경우 새로운 사태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92년 'LA폭동'의 악몽을 떠올리기도 한다.

(☞관련 기사: "후드티 입은 흑인은 살해 각오해야 하나")

▲ 지난 13일 '히스패닉계 백인의 비무장 흑인 소년 살해사건'에 대해 배심원단이 무죄평결을 내린 이후 흑인 사회를 중심으로 항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AP=연합

백인 피고인에 배심원 모두 백인 여성?

배심원단이 무죄평결을 내린 이번 사건은 지난해 2월 미국 플로리다 주(州) 샌퍼드에서 자경단원 조지 지머먼(29)이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당시 17세)을 총으로 쏴 살해한 사건이다.

문제는 배심원단 자체가 '인종차별'적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배심원 6명 중 5명이 백인이고, 한 명이 히스패닉이다. 게다가 모두 여성이다. 배심원단은 '히스패닉계 백인이 흑인 소년에게 위협을 받아 정당방위로 살해한 것"이라는 취지로 무죄평결을 내렸다.

<뉴욕타임스>의 흑인 칼럼니스트 찰스 블로는 "기괴할 정도로 동질성을 지닌 배심원단은 지머먼의 동료일 수는 있어도, 마틴의 동료는 분명히 아니다. 게다가 이 소년은 재판에 참여할 수도 없는 상태에서 이런 배심원단이 구성됐다는 것 자체가 이미 미국의 사법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흑인 주민 30%, 배심원 자격은 없어?

사건 발생 지역인 플로리다 주 샌퍼드는 흑인 인구가 30%나 되는 데도 배심원단에 흑인은 한 명도 끼지 못했다. 배심원단의 인종적 구성에 따라 유.무죄 판결 비율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통계적으로도 확인된다.

2001∼2010년 플로리다 주 재판 700건 중 전원 백인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의 경우 흑인 피고인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비율이 81%였다. 반면 배심원단 중에 흑인이 1명이라도 포함됐을 경우 흑인 유죄 판결 비율이 71%로 떨어졌다.

특히 흑인이 백인을 살해했을 때 사형 판결을 받는 비율은 흑인이 흑인을 살해했을 때보다 22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플로리다처럼 악법 존재하는 곳에서 공연 안한다"

무죄평결로 지난 2005년 플로리다 주에서 도입된 이후 미국 21개 주로 퍼져나간 '정당방위법'(Stand Your Ground)'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플로리다 주의 '정당방위법'은 상대로부터 신체적 위해를 당하지 않더라도 심리적 위협을 느끼게 하는 경우에도 총기 등 살상무기 사용한 자기방어를 허용하고 있다. 게다가 살상무기의 사용 범위를 자택으로 제한하지 않았다.

문제는 '지머먼 사건'이 보여주듯, 현실적으로 이 법을 방패막이로 삼을 수 있는 자는 주로 백인이라는 점이다. 비무장 흑인이라고 해도 총을 가진 백인이 '심리적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라고 주장하면서 총을 쏴 죽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강력범죄 예방이란 취지에서 마련된 이 법이 시행된 이후 무고한 흑인 피해자가 속출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2005년 이후 4년간 흑인을 사살한 백인에게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비율은 34%인데 반해 백인을 사살한 흑인의 구제 비율은 3.3%에 불과했다.

단지 범죄를 저지를 것 같다는 이유로 흑인인 마틴 트레이번을 뒤쫓다 시비 끝에 총을 쏴 죽인 지머먼은 사건 당일 '정당방위법'에 따라 경찰에 체포되지 않았다. 44일 동안 자유로운 상태였던 지머먼이 기소된 것 자체가 흑인 사회의 격렬한 반발 때문이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 스티비 원더는 무죄평결에 항의하면서 "플로리다에서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이 폐지되기 전에는 그곳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그런 법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전세계 어디든 공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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