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종북 척결' 앞세운 국정원, 국내 파트 해체할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종북 척결' 앞세운 국정원, 국내 파트 해체할까?

과거 전횡, 혼란 도마에…국정원 "개혁 방향, 말할 단계 아냐"

국가정보원 개혁이 청와대와 여야 등 모든 이들이 동의한 의제가 되면서 향후 어떤 방향으로 개혁이 진행될지 관심이 모인다. 국내 파트의 대폭 축소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개혁 주체를 놓고는 '국정원 스스로 하면 된다'는 청와대 및 여당의 주장과, '국회가 나서야 한다'는 야당의 입장이 대립되고 있어 당분간 가닥을 잡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국정원과 여당은 그간의 관행이었던 정보요원들의 국회 및 행정부처 등 기관 출입을 폐지하고, 국내정보 수집 기능을 축소하되 대북 및 온라인 파트는 오히려 강화해 국정원 내 다른 파트로 넘기는 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의 한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정원의 국내 파트를 북한과 국내 등 두 가지로 다시 분리해 재정비해야 한다"며 "북한과 관계없는 국내 파트는 깨끗하게 정리하는 게 맞다"고 순수 국내 파트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 핵심관계자는 또 "국정원의 기관출입 폐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신문에 말했다.

국정원과 여당은 또 국정원의 정치 개입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를 더 끌어올리는 쪽으로 국정원법을 개정하는 선에서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야당과 여론이 이 정도의 수위에 만족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여당은 또 개혁 주체와 관련해서는 먼저 국정원이 자체 개혁 방안을 마련해 오면 이를 토대로 국회에서 논의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스스로 개혁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던 것과 궤를 같이한다. 반면 민주당은 이날 "국정원 개혁은 박근혜 정부나 국정원의 몫이 아니고 국회와 국민의 몫"(전병헌 원내대표)이라고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정원 측은 관련 보도에 대해 "아직 말씀드릴 단계가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국정원 대변인은 이날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지시한 국정원 개혁 방안이 어떻게 마련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아직 공개할 수 없다며 여권과의 교감 하에 개혁안이 준비되는 것인지 등 다른 질문에 대해서는 "모른다"고만 잘랐다.

▲국가정보원 개혁이 여야정 공통의 의제가 되고 있지만, 개혁안을 마련할 주체 및 구체적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정원이 보도 내용에 대해 공식 확인을 하지 않고 있어 향후 입법부와 행정부 간, 여야 간의 논의를 지켜볼 수밖에 없지만, 국정원 국내 파트의 축소는 정치적 중립을 위해 오랫동안 제기돼 온 화두다.

최근 남재준 원장 체제의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전격 공개하면서 정치판에 때 아닌 'NLL 정국'을 불러온 것은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차단 여론에 불을 당겼다. 남 원장은 이에 대해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 그렇게 (공개)했다"고 해 야당과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을 샀다.

게다가 국정원 대변인은 2007년 정상회담 녹취 당시의 상황에 대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활동에 이용된 녹음기를 "국정원 것"이라고 대변인을 통해 주장했다가 번복하는 등 불필요한 논란까지 빚었다. 녹음기가 국정원 것도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설사 '국정원 것'이라 한들 행정수반인 대통령의 통치행위를 지원한다는 행정기관의 본분을 저버리고 자산과 정보를 사유화하려했다는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렵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을 '정보 수집 대상'이라고 밝혀 파문을 자초하기도 했다. 지난 5일 <뉴시스>에 따르면 국정원 대변인은 "(공개된 대화록은) 청와대에 압박을 주거나 보고하기 위해 만든 게 아니다"라며 "우리의 필요에 의해, 고유 업무(정보의 수집)를 수행하기 위해 회담록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당장 '지휘권자인 대통령이 정보 수집 대상이냐'는 반발이 나왔다.

이처럼 정치판에 풍파를 일으키는 국정원의 좌충우돌은 비단 최근의 일만이 아니다. 대선 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2009년 2월 취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정치권을 사찰 대상으로 삼아 온 것으로 전해진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2월 부서장 회의에서 "종북 좌파들은 북한과 연계해 어떻게든 다시 정권을 잡으려고 한다"고 한 발언이 언론에 밝혀져 충격을 줬고, 2010년 6.2 지방선거와 2011년 4.27 재보선 당시에도 비슷한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야당은 물론 여당도 사찰 대상이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은 세종시 수정 논란이 한창일 당시 한나라당 내 친박계 이종혁, 현기환 의원을 사찰했다는 의혹을 샀다. 당시 국정원에 대한 항의에서 '총대'를 맨 것이 바로 작년 대선 총괄선대본부장을 지낸 김무성 의원이다. 심지어 친이계인 정태근, 정두언, 남경필 의원 등도 사찰 대상이 됐다. 이들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2선 퇴진을 주장한 데 대한 보복으로 사찰을 당했다고 주장했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민주당 정권에서도 국내 정치인과 기업인 등에 대한 도청이 이뤄졌다. 지난 2005년 이른바 '안기부 X파일' 사건에서는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에 걸쳐 전직 국정원장 5명이 조사를 받고 일부는 구속 기소됐다. 최초의 정권교체 직전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후보가 김정일의 돈을 받았다'는 허위사실 유포를 교사한 이른바 '북풍 사건'도 국정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당시 권영해 부장)의 작품이었다.

이처럼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 잦은 것은 스스로 수사권을 가진 막강한 기관이면서 업무 범위에 국내 정치, 경제, 사회 등 일반 분야가 포괄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때문에 여당 일각에서조차 "국내 파트는 깨끗이 정리하는 게 맞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여당과 청와대 일각에서는 '국내에 종북 세력이 있는데 국내 파트를 폐지할 수는 없다'는 인식이 있어 그나마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날 여당 핵심관계자가 "그렇다고 북한의 대남심리전에 대응한 국정원의 임무까지 막을 순 없는 일"이라고 한 것이나 "정치권에 종북세력이 있다면 국내정치 파트를 완전히 없애기 어렵다"는 지난 4일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의 발언 등에 이어, 청와대에서도 국내 정치·경제 분야에 '친북 세력'이 존재한다면 이는 국정원의 업무 대상이 된다는 시각이 감지된다. '종북·친북세력'의 존재를 근거로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권한을 유지하려는 이같은 관점은 향후 야당과 시민사회와의 갈등을 예고한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