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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124조 '지역공약 가계부' 들여다보니…

충청 과학벨트, 영남 신공항 등 갈등 불씨…현실성, 타당성 논란도

지난 주 박근혜 정부의 '지역공약 가계부'가 발표되면서 정부의 공약 이행 의지, 실행 계획의 현실성과 재원 문제 등을 놓고 복합적인 논쟁이 재개되고 있다. 대개 '개발' 사업인 지역 공약의 성격 자체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도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지역공약 가계부'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지역공약 106개를 뒷받침할 167개의 지역 사업이 망라됐다. 신규 추진 사업이 96건, 기존 사업에 대한 계속 투자가 71건이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경북(TK) 지역이 23개 사업, 부산·울산·경남(PK)이 35개, 광주·전남·전북(호남권)이 31개, 대전·세종·충남·충북(충청권) 33개, 서울·인천·경기(수도권) 20개, 강원·제주가 각각 12·13개였다.

사업 이행에는 국비·지방비·민자를 합쳐 총 124조 원이 든다. 신규 추진 사업은 전체적으로 84조 원 내외가 될 것으로 추산될 뿐 연차별·재원별 계획은 없다. 게다가 정부는 신규 사업 전체에 대해 타당성 조사를 다시 벌인다는 방침이다. 계속 투자 사업의 재원 규모는 40조 원이다. 국비는 26조 원이며, 이 가운데 6조3000억 원의 집행 시기는 박 대통령의 임기 이후인 2018년으로 잡혀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중앙정부 사업과 지역 사업 전체를 아우르는 '공약 가계부'를 발표하면서 지역공약 이행 예산(국비)으로 향후 5년 간 20조 원 내외를 책정해 논란을 빚었던 바 있다. 특히 지방선거 패배를 우려한 여당의 반발이 거셌다. 그러자 기재부가 이번 '지역공약 가계부'에서는 국비 외에 지방비와 민자 유치 등을 더해 전체 규모를 늘린 셈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상태는 중앙정부로부터 교부금을 받고 있는 실정이며, 민간 투자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물론 신규 사업 96개에 대한 세부 계획이 마련되면 전체 국비 투입 규모도 늘어나긴 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신규 사업도 타당성 조사를 해서 우선순위별로 진행하고,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나온 것은 수정해서라도 꼭 추진하겠다"(1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 보고)고 했다. 하지만 타당성 조사를 거치면 상당수 사업이 축소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 신규 사업의 경우, 예산이 본격적으로 투입되는 시기는 대개 착공이 본격화되는 4~5년 후가 된다. 박 대통령의 임기 말이거나 임기 이후다.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7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정부로서는 재정의 한계가 있으니 타당성 평가를 다시 하겠다고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도 "타당성 평가를 하는 대상은 도로나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이지만, 사실 타당성이 더 없는 것은 특별구역 지정 등 각종 투자 계획인데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논란 되는 사업은?

지역 공약 사업 중 총 13조 이상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보이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은 신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추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GTX는 기존 예비타당성 조사에서도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수도권의 만성적 교통난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다.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나 역세권 개발 논란 등의 여지가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지역공약 사업 중에는 정치권과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계속적인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업도 있다. 계속 사업인 충청 과학벨트 수정안이 대표적이다. 당초 정부는 충북 청원군 일원을 과학벨트의 거점 지역으로 선정하고 핵심 시설인 기초과학연구원(IBS)을 이곳에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미래창조과학부와 대전광역시 간의 양해각서(MOU) 체결에 따라 이 연구원의 입지가 대전의 엑스포과학공원 내로 변경되면서 지역 시민단체와 야당 등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정부의 수정안에 대해 "제2의 세종시 수정안"이라고 규정하고 "박근혜 정부는 약속을 무시하고 과학벨트 근본을 흔들 정도의 수정을 시도하고 있다"(김한길 대표, 4일 대전 현지 최고위원회의)며 '원안 사수'를 주장하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도 지난 5일 대전을 찾아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진행 과정의 문제점도 검토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조건 (수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수정안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는 여당과 야권의 정면충돌 양상이다.

인화성이 강한 또 하나의 지역사업은 박 대통령의 영남권 공약이었던 신공항 추진 사업. 이 사업은 '지역공약 가계부'에는 아예 빠져 있다. 이석준 기재부 2차관은 "동남권 신공항 사업은 올해 예산에 10억 원을 반영해 항공수요 조사에 착수했다"며 "조사가 끝나면 입지를 선정하고 예비타당성 조사에 들어간다"고 지속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사업성이 없다는 분석이 지속 제기돼 온 데다 구체적 입지 선정 문제 등이 겹겹이 남아 향후에도 정부에 적잖은 정치적·행정적 부담을 안길 전망이다.

'민자 유치' 계획에 야당·전문가 "현실성 문제"

재정적 부담을 둘러싼 논쟁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국비 투입 대신 BTL 방식 등 민간 자본의 투자를 적극 유치해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 공약은 공약대로 지키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데 대해서는 현실성과 적합성 양 측면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기재부의 발표 이후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정부는) 'SOC 등의 분야는 민간자본 유치 등을 적극 활용'한다고 하나, 민자사업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민자 시장이 빈사상태인 상황에서 민간투자 확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124조 원에 달하는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에 대한 실현 가능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는, 선언적 의행의지만 있는 말뿐인 가계부"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최재성 의원도 정부의 방안에 대해 "차기 정부와 국민에게 재원 부담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발상"이라고 비판했고, 진보정의당도 "인천공항고속도로, 서울지하철 9호선, 우면산터널 등에서 민자 사업의 폐해가 드러난 바 있다. 국민들의 교통요금, 통행료 부담이 늘어날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변창흠 교수는 "세대 간으로 보면, 지금 타당성이 없는 사업을 하고 그것을 30~40년 동안 이후 세대에게 부담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또 '재원부담에서 지자체의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 "지방비 부담을 늘리겠다는 것"이라며 "지방재정 여건을 고려할 때, 지방비 부담 증가는 현실을 무시한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정부는 보다 현실성 있는 재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해답은 'MB감세 완전철회'를 통해 왜곡된 세제를 정상화시키고, 19%대로 하락한 조세부담률을 MB정부 이전 수준인 21%대로 적정화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공약의 '진짜 문제'는…

실현 가능성만이 문제인 것도 아니다. 선거 시기 지역공약이 가지는 특수한 성격 때문에 이를 둘러싼 논란은 중층적인 양상을 띠기도 한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하지만 사실상 대규모 토건사업을 통해 건설업계의 배만 불리게 된다는 지적이 있다. 현재 한국사회의 구조에서 토건사업이 실제로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의심도 많다. 그러나 어떤 정치세력도 선거 국면에서 이런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어렵다. 표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새누리당은 공약 원안 추진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강은희 원내대변인은 5일 "새누리당은 대선과정에서의 지역별 공약을 예정대로 최선을 다해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단순하게 예비타당성 조사만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중요한 요소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도 같은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경제성이 낮거나 타당성이 없는 신규 사업을 보류하거나 재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의 공약 뒤집기"라고 비판했다. '공약 가계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여야 모두 '공약이니 지켜야 한다'는 전제를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의원 수 5석의 소수 야당인 진보정의당이 정책위 논평을 통해 "공약은 지키는 것이 옳지만 천문학적인 재원 규모를 볼 때 지난 대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박 대통령이 대형 토목사업 중심의 선심성 공약을 무책임하게 내놓았던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 것 정도가 그나마 정치권 내의 다른 목소리다.

진보정의당은 "새누리당이 원하는 '원안 그대로' 추진하다가는 전 국토가 토목건설 공사장이 될 수밖에 없다"며 "토목 기반이 아닌 지식 기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약속과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진보정의당은 지난 대선에서 후보 단일화를 통해 민주당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동남권 신공항 등의 지역 사업은 박 대통령과 문 후보의 공동 공약이었다. 표를 외면할 수 없는 정치권의 누구도 지역공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변창흠 교수는 "한국의 정치 구조가 계층이나 계급이 아닌 지역에 기반을 두다 보니 지역 이기주의성 공약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기존의 뉴타운이나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의 공약이 실제로 지역 발전에 효과가 없었고 오히려 부담만 되고 있는 부분 등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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