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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시리아 사태 본격 개입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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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시리아 사태 본격 개입 못하는 이유

[해외시각]"서구의 중동지배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을 대상으로 사린 가스 등 화학무기를 여러 차례 사용해 100~150명이 사망했다"고 공식 확인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 반군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지원'을 승인했다.

하지만 지원 형태는 시리아 반군 측이 요구해온 대전차 무기와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등의 수준에도 못미치는 일부 무기 지원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에서 시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 반대여론이 많고, 러시아 등이 미국의 본격적인 군사 개입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개막된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도 시리아 내전 사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입장 차이가 커서 별다른 합의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국제 전문 칼럼니스트 기디언 래치먼은 "미국에게 시리아 사태에 더 깊이 개입할 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과거에 살고 있다"면서 서방 열강들이 중동을 지배하는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음은 '서구의 중동 지배는 끝나가고 있다(The west's dominance of the Middle East is ending)'이라는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아일랜드 에니스킬렌의 휴양단지 로크에른에서 17일(현지시간)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양자회담을 하고 있다. 회담 후 두 정상은 시리아의 모든 정파가 참여하는 평화회담을 제네바에서 개최키로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냉랭한 분위기 속에 논의를 미룬 것에 불과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중동 지배,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시리아 사태에 미국이 더 깊숙이 개입할 것을 촉구하는 사람들은 세상이 달라진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그들은 미국이 중동을 지배할 수 있고, 지배를 계속해야 할 입장인 것을 상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예전처럼 중동을 지배하는 것은 더 이상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실패, 대불황, 아랍의 봄, 미국의 에너지 독립 전망 등 4가지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10년 사이 미국은 중동의 정권들을 군사력으로 매우 신속하게 제거할 능력이 있지만, 국가 재건 능력은 형편 없다는 것을 알게됐다. 10년이 지나도록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는 불안정하고 분쟁으로 황폐화된 채 남아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시리아 반군에게 무기를 지원할 명분을 제시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본격적인 개입은 꺼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고, 그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려고 총공세를 펴고도 바라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런 미국이 시리아 반군에 무기를 지원하는 정도로 기대할 효과라는 게 있을까?

대불황도 서방권이 개입의 부담을 짊어지기 어렵게 하고 있다. 유럽의 군사비 지출은 급감 추세다.

미국의 국방예산도 감축에 들어갔다. 이라크 전쟁 비용만 직간접적으로 3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한 미국 정부는 지출의 40%를 국채로 조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중동에 새로운 부담을 짊어지는 것을 꺼려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세번째 변화로는 아랍의 봄이 있다. 이집트의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는 미국의 오랜 동맹이자 고객이었다. 하지만 2011년 초 미국은 무바라크의 퇴진을 막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같은 중동의 동맹국들은 미국의 이런 대응에 충격을 받았다.

오바마 정부가 무바라크의 퇴진을 막지 않은 것은 옳았다. 시리아 유혈사태 같은 상황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무바라크의 퇴진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보자면 이제 미국은 중동의 운명은 중동의 사람들이 결정해나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미국이 중동에 대해 거리를 둘 여유가 생긴 측면도 있다. 셰일 가스 혁명으로 미국의 중동의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서구 열강의 중동 정책, 이익 지키기 수준

중동에 대한 서구의 지배가 끝나가고 있다고 해서, 서구 열강들이 자기들의 이익을 지키려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걸프 지역 곳곳에 군사기지를 두고 적대세력이 중동을 장악하는 것을 막으려 할 것이다. 또한 이란은 미국에 위협적인 존재라서 핵프로그램에 대한 공격은 여전히 선택지로 남아 있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이슬람 무장세력도 요주의 대상이다. 이것은 서방권이 시리아 반군에 대한 지원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은 시리아를 둘러싼 지정학적 개입은 여전히 긴밀하게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중동에 대한 직접적인 서구의 식민지 시대는 오래 전에 끝났고, 이제 비공식적인 제국의 시대도 끝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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