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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사건 재구성…엉덩이 'grab'부터 줄행랑 귀국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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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사건 재구성…엉덩이 'grab'부터 줄행랑 귀국까지

'그날 밤'의 전말, 도대체 무슨 일이?

'윤창중 사태'의 파장은 일파만파 번져 가고 있다. 새로운 사실들도 속속 확인돼 지면이나 전파를 타고 있다. 그러나 새로 밝혀진 사실 위주로 보도가 이뤄지다 보니, 파편화된 정보가 나열되는 경우가 많다. 청와대와 윤창중 전 대변인 등의 주장이 엇갈리는 경우도 있다. 각 측의 주장과 언론 보도를 종합해 이번 사건을 최초 발생 시점부터 시간 순으로 종합·재정리했다. <편집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1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지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워싱턴 W호텔, 7일 21:30~24:00

윤창중 전 대변인은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만찬이 끝나고 숙소인 페어펙스 호텔로 돌아가던 중, 수행비서 역할을 하던 인턴직원과 운전기사에게 '술을 한 잔 하자'며 숙소가 아닌 다른 호텔 바로 향한다. 술자리에서 윤 전 대변인이 가운데, 인턴직원은 그의 왼쪽, 운전기사는 오른쪽에 앉았다.

술자리는 자정 넘어서까지 이어졌으며, 운전 때문에 콜라만 마신 운전기사를 뺀 윤 전 대변인과 인턴직원은 와인 2병을 나눠 마셨다. 윤 전 대변인은 이 자리에서 인턴직원에게 "너와 나는 잘 어울린다", "오늘이 내 생일인데 아무도 축하해 주지 않아 외롭다" 등의 말을 건넸다.

자정이 넘어 바가 문을 닫자, 술자리는 호텔 측의 배려로 로비로 장소를 옮겨 계속됐다. 운전기사는 로비로 이동한 이후 술자리가 파할 때쯤 차를 미리 빼러 윤 전 대변인과 인턴직원보다 10분 먼저 일어났다. 둘만 있는 상황에서 '엉덩이를 움켜쥔' 성추행이 일어났다는 것이 경찰에 신고된 내용이다.

윤 전 대변인은 이 술자리가 '그동안 업무 처리 미숙으로 인턴직원을 심하게 질책한 데 대한 위로 성격'이었다고 주장하며, 시간은 "30분 정도"라고 했다. 신체 접촉에 대해서는 "(술집을 나오며) 허리를 툭 한차례 치면서 '앞으로 잘 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 이렇게 말한 게 전부였다"고 하고 있다. 자리 배치에 대해서는 자신과 인턴직원이 마주보고 앉고, 자신의 오른쪽에 운전기사가 앉아 성추행이 불가능했다고 주장한다.

워싱턴 페어팩스호텔, 8일 00:00~04:00

윤 전 대변인은 숙소로 돌아와서도 호텔에 마련된 임시 사무공간에서 현지 요원 등과 함께 새벽 2시까지 더 술을 마셨다. 윤 전 대변인은 이후에도 호텔을 나가 어딘가에서 술을 더 마신 것으로 보인다는 증언도 있다. 새벽 4시, 그는 술에 만취한 듯한 모습으로 자신의 호텔 방 주변에서 방미 일정을 동행취재한 기자들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윤 전 대변인은 '30분' 간의 술자리 이후 바로 방으로 가서 잠들었다며, 자신을 목격했다는 기사를 쓴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그 시간대에 나를 본 것이 확실한가? (아니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 페어팩스호텔, 8일 04:00~06:00

인턴직원이 잠들어 있어 받지 못했지만, 윤 전 대변인은 인턴직원에게 새벽 5시까지 2~3차례, 이후에도 1~2차례 전화를 걸었다. 6시에 잠에서 깬 인턴직원이 전화를 받자 윤 전 대변인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화를 내며 자신의 방으로 올라오라고 지시한다.

인턴직원이 방으로 올라가자 윤 전 대변인이 문을 열었다. 속옷도 입지 않은 알몸이었다. 이 모습을 보고 인턴직원이 놀라 울며 뛰어나갔다는 것이 최초 알려진 '2차 성추행'의 내용이었다.

그러나 윤 전 대변인이 알몸인 상태로 인턴직원의 엉덩이를 만졌거나 성관계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14일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됐다. 윤 전 대변인이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하며 인턴직원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는 15일자 <내일신문>의 보도도 있다. 이는 공개된 공간인 호텔 바에서의 성추행보다 훨씬 중죄다.

윤 전 대변인은 새벽에 전화를 걸었다는 이야기는 한 적이 없고, 전날 저녁 '모닝 콜'을 부탁해 인턴직원이 자신의 방으로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고 하고 있다. 그는 이날 아침의 상황에 대해서는 "브리핑 자료를 갖다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누구세요?' 하면서 거의 동시에 문을 열었더니 '가이드'(인턴직원을 지칭함)였다. 그래서 '여기 왜 왔어? 빨리 가!' 하고 문을 닫았다. (인턴직원이) 방에 들어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페어팩스호텔, 8일 07:00~08:00

피해를 당한 인턴직원은 방에 돌아와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을 느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인턴직원과 방을 같이 쓰던 주미 한국문화원 직원은 이를 자신의 직속상관인 문화원장에게 보고한다. 7시20분께 문화원장이 방을 찾아왔고, 피해자는 '윤 전 대변인이 알몸으로 문을 열어주었고 성관계를 요구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사가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보다 덮으려고만 한다고 느낀 이 직원은 경찰에 신고해야겠다고 판단한다. 7시30분경 청와대 홍보수석실 관계자가 문화원장과 함께 이 방을 찾아 '경찰 신고만은 하지 말아 달라'며 회유를 시도했지만, 문화원 직원은 "더 이상 근무 안 하겠다"고 울며 소리를 쳤다. 이 직원은 실제로 사표를 냈다.

전날 술자리에 동석한 운전기사는 이 시점에서 "조찬 간담회에 가야 하는데 7시30분이 돼도 (인턴직원이) 안 내려오더라. 그래서 전화를 했는데 다른 여성이 받았다. 이 여성은 격앙된 목소리로 '○○○씨는 이제 일 안 하니 전화하지 말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사건 무마에 실패하자, 문화원 및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에는 윤 전 대변인을 대동하고 다시 이 방을 찾았다. 역시 방문은 열리지 않았다. 윤 전 대변인은 피해자를 만나지 못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인들의 조찬 간담회를 수행하러 간다. 간담회는 8시부터 9시까지였다.

윤 전 대변인은 일부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사과 또는 사건을 무마하려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문화원장 역시 사건 파악 차원에서 간 것이지 무마나 회유의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그는 당초 "윤 전 대변인과 동행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으나, 15일 조간신문에는 그가 "(동행 여부를) 말할 수 없다"고 달라진 말을 했다는 보도가 실렸다.

워싱턴 페어팩스호텔, 8일 08:00~09:00

경찰이 호텔로 출동해 피해자 증언을 청취했다. 경찰은 한국 측에 '피해자에게 더 이상 접촉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경찰 출동 사실을 전해 들은 윤 전 대변인은 조찬 행사 중에도 수시로 호텔에 남은 관계자들에게 연락해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변인의 서울행 비행기 표가 예약된 시간은 9시께이며, 주미대사관 측에서 표를 수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블레어하우스 인근, 8일 09:00~09:54

전광삼 홍보수석실 수석행정관으로부터 상황 보고를 받은 이남기 수석은 '쇼크'를 받았다고 했다. 전 행정관은 보고 시점에 대해 9시30분경이라고 밝혔다. 이 수석은 윤 전 대변인을 불러 블레어하우스(박 대통령의 숙소인 영빈관) 인근에서 5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청와대 홍보수석실 관계자들이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윤 전 대변인이 귀국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이 수석이 윤 전 대변인을 만나 귀국 지시를 했다는 말도 있다. 이는 윤 전 대변인의 주장이기도 하다. 이 수석은 이를 부인했다.

이 수석은 10시부터 시작하는 박 대통령의 연설에 참석해야 해 시간이 없다며 '영빈관에서 가까운 내 숙소로 가 있으라'고 자신의 방 열쇠를 건넸다. 이 수석의 숙소인 윌라드호텔과 영빈관은 걸어서 5~10분 거리, 이 두 곳에서부터 페어팩스호텔까지는 차로 10분 거리다.

윤 전 대변인은 윌라드호텔에 들렀다가, 9시54분에는 이미 워싱턴 인근 덜레스공항에 도착해 있게 된다. 이날 오후 1시35분 출발인 한국행 비행기 표를 본인의 신용카드로 결제한 것이 이 시각이다.

워싱턴 시내에서 공항까지는 차로 30분 거리다. 이때 윤 전 대변인이 택시를 탔다는 것이 청와대 측의 주장이었으나, 실제로는 한국문화원이 제공한 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에서는 이 수석이 윤 전 대변인이 만난 시각을 착각했거나, 9시54분이 결제 시각이 아닌 예약 시간이 아니냐는 의문도 나오고 있다. 9시30분께 이 수석과 만나 5분 간 대화한 윤 전 대변인이 윌라드호텔에까지 들렀다가 공항에 갔다면 10시 전에 도착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워싱턴발 LA행 비행기 안, 8일 15:00(뉴욕시간)~17:35(LA시간)

워싱턴 일정을 마치고 로스앤젤레스(LA)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는 긴급 대책회의가 열렸다. 최영진 주미대사가 비행기 탑승 전 미 국무부 측으로부터 "윤 (당시) 대변인이 미국에 다시 오게 될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15일 <문화일보>가 전한 미국 측의 이같은 메시지는 윤 전 대변인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는 그의 혐의가 경범죄 수준을 넘어서는 심각한 것이라는 정황이 될 수 있어 주목된다. 기내 회의에는 최 대사와 외교장관, 청와대 홍보수석실 및 부속실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내 대책회의 직후 박 대통령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당초 청와대는 대통령이 사건을 인지한 시점이 9일 오전 9시라고 했으나, 실제로는 이보다 먼저 보고됐다는 것이다. LA 도착(현지시간 오후 5시30분께) 직전 보고가 이뤄졌다고 해도 다음날 오전 9시보다는 15시간 넘게 먼저 안 셈이다.

긴급회의에서는 사태 현황 및 대응방향 등이 논의됐고, 본국에 연락해 민정수석실로 하여금 윤 전 대변인이 귀국하면 조사를 하도록 했다.

인천공항, 9일 16:55(한국시간)

윤 전 대변인이 단독 귀국했다. 수행원도 없이, 손가방 하나만 든 모습이었다. 입국 후 그는 자신의 카드로 결제한 항공권의 마일리지 적립을 항공사에 직접 요청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귀국한 윤 전 대변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조사 장소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청와대 안으로 불러들인 것은 아니다. 민정수석실은 윤 전 대변인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나?", "알몸이었나?", "피해자에게 '나는 변태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는 8일 오전 7시20분경 피해 인턴직원이 문화원장을 만나 한 얘기를 윤 전 대변인에게 확인하는 과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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