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21세 직원과 와인 마시며 "외롭다"
15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먼저 윤 전 대변인이 피해 인턴직원과 가진 술자리에 대해 윤 전 대변인의 해명과는 다른 정황이 포착됐다. 윤 전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30분 정도 술자리를 가졌다'고 주장했으나, 당시 동석했던 운전기사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술자리는 2시간 동안 계속됐다고 반박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수행 중 성추행 의혹으로 전격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 시절이던 지난 1월 4일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앞두고 물을 마시고 있다. ⓒ자료사진 |
또 윤 전 대변인은 당시 좌석 배치에 대해, 자신과 인턴직원은 마주보는 자리에 앉고 자신의 오른편에 운전기사가 앉았다고 했지만 이는 운전기사의 증언과는 다르다. 운전기사는 자신이 윤 전 대변인의 왼쪽에, 인턴직원이 오른쪽에 각각 앉았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윤 전 대변인은 인턴직원에게 '오늘이 내 생일인데 아무도 축하해 주지 않아 외롭다'고 하는 등 '작업 멘트'로 해석될 수 있는 이야기를 건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운전기사는 자신이 처음부터 끝까지 술자리에 동석한 것도 아니며, 중간에 화장실에 한 차례 다녀왔고 로비로 이동한 후 막판에는 차를 먼저 빼기 위해 10분 정도 먼저 일어났다고 말했다. 술자리에서 성추행이 이뤄졌다면 이 시간일 개연성이 높다.
현지 관계자는 윤 전 대변인이 이 술자리가 끝난 이후 호텔에 마련된 임시 사무공간에서 새벽 2시까지 술을 더 마셨고, 이후에도 알 수 없는 장소에서 술을 더 마신 것으로 보인다며 그 근거로 새벽 4시쯤 술이 더 취한 상태에서 기자들에게 목격된 바 있다고 전했다.
"새벽에 4~5차례 전화, 방으로 불러 올라갔더니 알몸으로…"
새벽 4시 이후 '다음날 아침'의 상황은 더 중요해진다. 이날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라 윤 전 대변인이 인턴직원의 '엉덩이를 만진' 것은 술자리에서가 아니며 다음날 아침 인턴직원을 방으로 부른 상태에서였을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윤 전 대변인은 자신이 전날 저녁 인턴직원에게 '모닝 콜'을 부탁했고 이에 따라 인턴직원이 방으로 올라와 경황이 없는 중에 속옷 차림으로 문을 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 전 대변인이 이날 새벽 인턴직원에게 4~5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었다는 증언도 있다.
이 인턴직원은 자정까지 이어진 술자리 이후 숙소로 돌아와 자고 있었는데, 새벽 5시까지 윤 전 대변인으로부터 2~3차례 전화가 와 있었고 6시가 넘어 전화를 받게 됐다는 것이다. 윤 전 대변인은 통화가 이뤄지자 그 동안 전화를 받지 않은 것에 대해 화를 내며 자신의 방으로 올라오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방으로 가자 윤 대변인이 나체로 엉덩이를 만져 놀라 울며 뛰쳐나왔다는 것이 <동아일보> 보도의 골자다.
이후 주미 한국문화원 관계자가 1차례, 청와대 관계자를 포함한 복수의 한국 측 관계자들이 1차례, 윤 전 대변인이 1차례 각각 인턴직원의 방으로 찾아가 사과 내지 무마를 하려 했으나, 그는 계속 울면서 방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문화원 관계자가 최초로 방을 찾아간 시각은 7시20분께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인턴직원과 같은 방을 썼던 문화원 직원으로부터 자초지종을 듣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말도 들었다.
이후 청와대 관계자를 포함한 2차 방문이 이뤄졌던 7시30분께, 인턴직원과 같은 방을 썼던 문화원 소속 직원은 "더 이상 근무하지 않겠다"며 울며 자신의 상관들에게 소리를 쳤다고 <한겨레>가 워싱턴 현지발로 보도했다. 경찰 신고도 이 직원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 직원은 문화원에 사표를 냈다.
이후 7시40분에서 8시경 윤 전 대변인이 직접 이 방을 찾았다는 증언이 나온다. 그러나 인턴직원과 문화원 직원은 계속 방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경찰 출동이 임박한 상황 속에서 윤 전 대변인은 피해자를 만나지 못하고 다시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인들의 조찬 간담회를 수행하러 간다. 경찰은 이후 현장에 도착해 피해 증언을 들었다. 워싱턴 경찰이 한국 측에 대해 '피해자에게 더 이상 접근하려 시도하지 말라'는 요청을 한 것도 이런 맥락 속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사건 은폐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나?
이후 경제인 조찬 간담회에 참석했던 윤 전 대변인은 9시30분께 이남기 홍보수석을 만나 영빈관 인근에서 5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이 대화를 전후해, 경찰 신고 이후 청와대 홍보수석실 관계자들이 대책 회의를 갖고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을 결정했다는 보도가 이날 조간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이남기 수석과 윤 전 대변인, 전광삼 선임행정관이 1차 대처 방안을 논의한 끝에 윤 전 대변인이 일단 귀국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거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긴급 대책회의 결과 윗선, 즉 이 수석이 윤 대변인의 귀국을 결정했다', '이 수석은 윤 대변인을 일단 격리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이야기 등이다. 정부 고위관계자가 <한국일보>에 "조기 귀국은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외국 현지에서 범법을 저지른 한국 관리를 본국으로 빼돌리려 했다면 이는 외교 사안으로 비화될 수 있는 문제로,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본건'보다 오히려 더 심각한 행위다. 단 이 수석은 이같은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전 대변인의 귀국 항공권을 예약한 것이 주미대사관 측, 정확히는 해외문화홍보원 측이라는 보도가 나옴에 따라 '윤창중 단독범행설'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단 윤 전 대변인 스스로도 조찬 간담회를 전후해 '오늘 가장 빠른 한국행 비행기가 몇 시냐?'. '내 여권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는 증언도 나온 만큼, 귀국 종용 의혹은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사에서 추가로 규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수석과 윤 전 대변인이 만난 시각을 고려하면, 당초 발권(카드 결제) 시각으로 알려졌던 오전 9시54분은 '예약 시간'이라는 설도 있다.
'은폐' 의혹 美한국문화원 "본국에서 함구령"
청와대 홍보수석실 뿐 아니라 주미대사관 측도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심의 눈길을 받고 있다. 현지에서는 "(청와대와 대사관은) 은폐하려고 숨기기에 급급했다", "윤 씨를 도피시키려고 공항으로 보내려고 했다" 등의 반응이 나온다. 특히 피해 인턴직원과 같은 방을 썼던 한국문화원 직원의 사직 경위에 대해 관심이 집중된다.
이 직원의 사직 이유에 대해 문화원은 '원래 관둘 예정이었다'고 하고 있지만, 사직이 예정된 직원에게 대통령 방미와 관련된 중요 업무를 맡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필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을 앞둔 시점에 사표를 낼 리도 만무하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사건에 대한 충격 또는 상부의 안이한 대응에 실망해서 사표를 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당시 인턴으로 일했던 한 학생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그분(문화원 직원)은 이달 말까지 일하고 그만두려고 했었는데 예상보다 일찍 그만두게 됐다고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사직이 예정됐던 것은 맞지만, 8일의 사의 표명은 돌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신문은 이 직원이 성추행 사건의 전말을 인턴직원으로부터 듣고 자신의 상관인 문화원 고위관계자에게 보고했으나 이들이 사건을 덮으려 하는 반응을 보이자 격분해 경찰에 신고한 것이라는 의혹을 전했다.
이처럼 의혹에 중심에 서 있지만, 문화원은 "본국으로부터 함구령이 있었다"며 언급을 피하고 있다고 <문화일보>가 이날 전했다. 문화원의 상급기관인 대사관에서는 최영진 주미대사가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맞다. 서울에서 이뤄지는 진상규명 과정을 기다려 보자"고 말을 아끼고 있다. 정작 서울에서는 "미국 수사당국을 지켜보고 있다. 모든 진실은 거기서 규명될 것이다. 더 보탤 말이 없다"(13일, 김행 청와대 대변인)며 미국만 바라보고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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