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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독립 이후 첫 민주적 정권교체 결과는 '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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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독립 이후 첫 민주적 정권교체 결과는 '반미'?

[분석]"경제 부흥 외치는 샤리프, 변화 가져올까"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대테러전쟁 핵심동맹국인 파키스탄이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한 1947년 이후 민주적인 선거를 통한 최초의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루면서 미국과의 관계설정이 어떻게 달라질지 주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최대 야당 후보가 반미성향이 강하며, "집권하면 테러와의 전쟁에서 파키스탄의 역할을 끝내겠다"는 등 공약을 내걸었기에 미국과의 대테러 정책에서 군사적 협력에 상당한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연정을 구성해 세번째 총리에 오를 것으로 유력해진 나와즈 샤리프를 총체적으로 평가해볼 때 샤리프가 미국과 대립하는 듯이 보이는 모습은 득표를 위한 전략에 가깝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파키스탄 독립 66년만의 첫 민주적 정권교체를 이뤄내며 세번째 총리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나와즈 샤리프. ⓒAP=연합

"철강재벌 가문 출신의 샤리프, 아무도 예상 못한 화려한 복귀"

1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는 "샤리프는 현실주의자"라면서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샤리프는 총선 직후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미국과 쟁점에 되는 현안들을 매듭지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집권하면 미국과의 관계가 상당히 좋을 것이며, 한층 관계를 발전시켜나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총선 결과 샤리프의 승리가 확정적이자 "파키스탄의 새 정부와 함께 이 지역 일대의 공동 이해관계를 긴밀하게 협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언론들이 샤리프가 이끄는 파키스탄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에 갈등을 일으키는 데 조심스러울 것으로 보는 이유는 파키스탄 정치인 중 어느 누구보다 '세속적인 감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타임>은 "샤리프는 미 관료들과의 회동에서 '나는 친미주의자'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샤리프는 철강재벌 가문 출신으로 파키스탄에서 가장 부유한 펀자브 주 총리를 두 차례 재임하는 등 강력한 정치적, 재력적 기반을 갖춘 인물이며, 두 차례의 총리 집권 당시 국영기업 민영화와 규제완화 등 시장주의 정책을 펼친 바 있다.

"테러 정책이 아니라 전략난 해결이 표심 좌우"

나와즈 샤리프가 이끄는 '나와즈무슬림연맹'의 선임 부총재이자, 과거 샤리프가 두 차례 집권 당시 재무장관을 지낸 사르타지 아지즈는 "재계에서 샤리프의 집권에 대해 낙관론과 큰 기대감을보이고 있다"면서 "경제 부흥이 우리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샤리프는 이번 총선에서 파키스탄 경제의 고질병으로 거론된 문제들에 대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피력했다. 파키스탄은 지난 5년간 연평균 3%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인구 증가율을 따라잡기에 급급한 수준이며, 물가상승률은 연간 두 자릿수를 기록해 사실상 경제가 점진적으로 악화됐다.

특히 전력난은 파키스탄의 경제성장률을 5%나 갉아먹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파키스탄의 총선의 승부를 좌우하는 단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전력"이라고 지적했다.

주민들은 이번 총선에서 선거 유세가 본격화된 4월 이후 투표 방해 행위를 하면서 최소 130명을 살해한 일상적인 테러공격을 두려워한다.

집권당의 믿기 어려울 정도의 부패행각도 주민들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문제다. 이번 총선에서 샤리프가 이끄는 정당은 과반수(172석)에는 못미치지만 127석으로 연정 구성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승리를 거둔 반면, 집권당은 부패와 무능이 부각되면서 125석에서 30석 정도로 급감하며 3위에 그쳤다.

하지만 <타임>은 "하루에 20시간 정도 전기가 끊기는 일도 드물지 않은 전력난은 많은 유권자의 표심을 결정짓는 문제"라면서 "일감이 있어도 전기공급이 안돼 공장이 놀고,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고 전했다.

<타임>은 "차기 정부가 전력공급 차질 문제를 뚜렷하게 개선할 수 있다면 다음 총선 승리도 떼 논 당상"이라면서 "만일 차기 정부가 전력 문제를 다루는 데 실패한다면 전임 정권과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키스탄의 대 테러 정책은 경제와도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파키스탄은 테러 정책에 대한 협조의 대가로 미국으로부터 한 해 몇 십억 달러에 달하는 원조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샤리프가 섣불리 미국의 테러 정책에 비협조적으로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미국의 무인기가 멋대로 파키스탄 영공을 침범해 테러 용의자의 은신처로 보이는 장소를 폭격해대면서 파키스탄 주민들의 반미감정이 극도로 악화됐다는 점에서 샤리프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샤리프는 파키스탄 탈레반 조직들과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은 "탈레반의 세력에 숨통을 틔워주는 결과만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미 워싱턴 소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I)의 앤서니 코즈먼은 "샤리프는 파키스탄 탈레반 문제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면서 미국과의 협력이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흘려왔다"면서 "이런 메시지들로 볼 때 대 테러 정책과 관련한 미국과 파키스탄의 긴장관계가 완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집권당의 '철저한 무능과 부패' 덕 본 샤리프

반면 파키스탄 내부의 많은 전문가들은 샤리프가 파키스탄 내의 이슬람 반군 격인 파키스탄탈레반운동(TTP)과 협상에 나선다고 해도 별로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파키스탄 지부장 알리 다얀 하산은 "TTP는 파키스탄을 자기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거나 정권을 잡으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적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따라서 파키스탄 정부와 TTP는 다시 대립 국면으로 가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990년 총리직에 올랐다가 부패 혐의로 3년 만에 해임되고, 1997년 재집권 2년 만에 페르베즈 무샤라프 당시 육군참모총장의 쿠데타로 총리에서 물러난 뒤 "누구도 예상 못한" 세번째의 집권 기록을 세우게 되는 샤리프.

샤리프의 화려한 귀환은 국민의 신망이 높았으나 암살당한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남편이자 현 대통령인 자르다리가 이끄는 집권당의 '철저한 무능'에 대한 국민의 분노 덕에 가능한 측면도 많다는 점에서. 샤리프가 '구시대의 인물'의 한계를 벗어나 파키스탄의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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