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파키스탄의 요구에 따라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북부 발루치스탄주(州)의 샴시 공군기지에서 미군 병력 철수를 완료했다. 샴시 기지는 파키스탄 북부에서 아프간 남부에 걸친 이른바 '아프팍' 지역에서 무인정찰기 작전의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
미군의 철수는 29대의 항공편을 통해 이뤄졌다. 비행기 9대는 사람을, 20대는 무인정찰기 등 미군의 장비와 물자를 실었으며 이날 정오께 마지막 비행기편이 샴시를 떠나 아프간으로 향했다고 <알자지라> 방송 등 외신이 전했다.
<AP> 통신은 샴시 기지에서의 철수가 인접 지역에서의 무인정찰기 작전을 감소시키는 요인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군 당국이 다른 장소를 이미 물색해놓아 작전 능력에 차질이 생기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은 대미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파키스탄군 고위관계자는 이날 미국 <NBC> 방송에 "우리 영토로 들어오는 모든 미국 무인정찰기를 격추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최근 이란에서 미군의 최신 기종 RQ-170 무인기가 추락해 미국이 곤경에 빠진 상황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이다.
파키스탄 의원들도 미군 무인기가 파키스탄 내로 들어올 경우 요격할 능력이 있는지를 공군에 질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자지라>는 의원들의 질의에 파키스탄 공군참모총장이 "무인기를 격추한다는 결정은 정치적인 것이며, 만약 (격추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면 공군은 임무를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11일(현지시간) 미군 철수가 완료된 샴시 기지에서 파키스탄군 장병들이 보초를 서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아프간 주둔 나토군의 보급선 또한 지난 2주간 차단된데 이어 앞으로도 '몇 주' 동안 더 봉쇄될 것이라고 유수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가 밝혔다. 길라니 총리는 이날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 "신뢰에 금이 갔다. 우리는 함께 일하고 있지만 서로를 믿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파키스탄은 지난달 26일 오폭 사건 직후 미군 10만을 포함해 13만 규모인 아프간 주둔 나토군의 보급선을 봉쇄했다. 보급로가 봉쇄되기 전에는 아프간으로 들어가는 나토군 보급 물자의 절반가량이 파키스탄을 거쳐 갔었다.
한편 파키스탄 정부가 파키스탄 탈레반(TPP)과 평화협상을 벌이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는 미군과 나토군이 아프간 탈레반과 전투를 벌이는 와중에 파키스탄은 먼저 발을 빼겠다는 본격적인 신호로 해석돼 관심이 집중됐으나 TPP 대변인은 협상설을 부인했다.
TPP의 2인자 마울비 파키르 모하메드 사령관은 지난 9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파키스탄 정부가 선의의 표시로 탈레반 145명을 이미 석방했으며 바자우르, 스와트, 남(南) 와지리스탄 지역 등에서 평화협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음날 에사눌라 에산 대변인 등 복수의 TPP 관계자들은 이같은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파키스탄과 TPP사이에 진행되는 협상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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