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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20년 전에도 "케인스 동성애자…" 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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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20년 전에도 "케인스 동성애자…" 망언

"케인스는 동성애자라서 이론 부실, 제국주의 침략은 옳아"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49). <금융의 지배(2010)>, <증오의 세기(2010)>, <시빌라이제이션(2011)>, 최근 <로스차일드>까지 국내에도 한 권 한 권이 자료로 가득한 방대한 분량의 저서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다.

그는 지난 2009년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힌 당대 최고의 경제사학자이자 문명사학자로 불린다. 영화배우 같은 외모와 달변으로 국내외 각종 컨퍼런스에서 스타급 석학으로 각광받는 학자이기도 하다.

특히 그는 <금융의 지배>에서 '차이메리카'라는 신조어로 미국과 중국의 공생관계를 묘사하고, '차이메리카' 체제도 중국의 급격한 부상과 미국의 쇠퇴로 얼마 못 가 끝날 것이라고 전망해 미 제국주의의 몰락을 기대하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 당대 최고의 경제사학자이자 문명사학자로 불리는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 제국주의적 시각으로 악명높은 그는 최근 20세기 최고의 경제학자 반열에 올라 있는 케인즈에 대해 "동성애자라서 미래에 관심이 없어 이론에 흠결이 있다"고 평가절하한 강연 발언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AP=연합뉴스

"케인즈는 동성애자라서 당대만 생각한 경제이론 만들어 "

하지만 지난 2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세계적 휴양지 칼스배드에서 증권투자사 알테그리스가 주최한 회의에서 특강에 나선 퍼거슨이 500여 명의 투자자와 분석가들을 순식간에 침묵하게 만든 '망언'을 선보였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외신들에 따르면, 퍼거슨은 경제위기에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한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에 대해 "그는 동성애자이고 자식을 가질 뜻이 없었기 때문에 미래를 염두에 두지 않는 자"라며 "그의 경제이론은 당대만 생각한 것"이라는 요지로 케인스주의 경제학을 근본적으로 평가절하했다.

자신의 발언이 뒤늦게 기사화되면서 논란이 되자 퍼거슨은 블로그를 통해 "케인스에 관해 나는 멍청한 발언을 두 번이나 했다"고 '전폭적인 사과'를 했다. "아이가 없더라도 미래 세대를 걱정할 수 있는데 생각이 짧았으며, 케인스의 아내인 리디아 로포코바가 임신을 했다가 유산한 사실을 깜빡했다"고 '실수'를 인정했다.

하지만 대경제학자의 이론을 '동성애' 탓으로 평가절하하는 당대 최고 경제사학자의 '논리' 자체는 엉겹결에 나올 성질의 것이 아니다.

"20년 전에도 같은 논리로 케인스 이론 공격"

5일(현지시간) 케임브리지대의 교수이자 경제학자인 마이클 킷슨은 트위터를 통해 퍼거슨의 사과는 "말뿐인 사과"라면서 "그의 발언은 즉흥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며, 같은 내용의 발언을 20년 전에도 들었다"고 지적했다.

킷슨 교수는 <비즈니스인사이더> 인터뷰에서 "1990년대 초 케임브리지대 세인트 캐서린칼리지에서 퍼거슨 교수가 주도했던 역사학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면서 "당시 퍼거슨은 케인스가 단기적인 관점을 갖고, 미래 세대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특히 킷슨 교수는 "그때도 퍼거슨은 이런 주장의 근거로 케인스가 동성애자였고 자식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킷슨 교수는 "당시 나는 퍼거슨 교수의 편협함과 케인스의 이론에 대한 그의 무지함에 무척 놀랐었다"고 회고하면서 "때문에 케인스에 대한 이번 발언도 즉흥적인 아니라 확신에 찬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 미시건대의 경제학자 저스틴 울퍼스도 트위터를 통해 퍼거슨 교수가 2000년에 출간한 저서 '피티 오브 워(The Pity of War)'에서 케이스의 사상은 그의 성 정체성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고 전했다.

크루그먼과 맞짱 뜰 수준의 경제전문가?

퍼거슨은 경제학계에서는 작은정부·긴축재정을 옹호하는 보수주의적 시장주의자로 분류된다.

그는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 고정 칼럼니스트인 당대 최고 경제석학으로 꼽히는 폴 크루그먼과 독설을 주고 받는 논쟁으로도 여러 번 화제가 됐다.

퍼거슨은 정부의 과감한 지출에 의한 경기 부양을 옹호하는 크루그먼을 맹렬히 비난하면서 얼마전 사망한 마거릿 대처의 긴축정책을 이상적인 경제정책으로 높이 평가하는 입장에 서있다.

퍼거슨은 지난달 30일에도 밀켄연구소가 주최한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해 "빚을 많이 진 국가의 성장 속도가 느려진다는 이론은 여전히 사실"이라면서 "이미 빚을 많이 진 정부가 더 많은 빚을 내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이론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망언은 퍼거슨이 크루그먼과 논쟁을 벌일 만한 경제학적 논리력을 가진 학자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들게 만들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학자의 업적을 연구 성과가 아닌 개인 상황에 기초해 분석한 첫 사례"라고 퍼거슨의 발언을 비판하면서 "그의 분석 방식대로라면, 퍼거슨 교수의 경제관은 부유함과 명성에 기초한 것이고, 따라서 그는 실직자와 빈자의 곤경을 상관하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퍼거슨은 "장기적으로 보아 우리는 결국 죽는다"는 케인스의 유명한 비유조차 "그가 장기적 안목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는 근거"로 삼았다.

이에 대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케인스의 말은, 시장에 맡기면 실업·경기침체 등이 장기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시장주의자들을 향해 무책임하다고 비판하는 의미"라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의 필요성을 강조한 말을 퍼거슨이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퍼거슨이 망언을 늘어놓는 대목의 청중 분위기에 대해 "5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회의장은 일시에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고 전했다.

퍼거슨이 경제이론에 대해서 크루그먼과 논쟁할 수준이 되는 경제전문가로 떠받들여지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느끼게 한 것이다.
아베 신조 능가하는 제국주의적 시각

그뿐이 아니다. 문명사학자로서 퍼거슨은 영국 출신으로 대영제국을 숭상하는 제국주의적인 관점에서 문명사를 다루는 편향성이 강한 학자로 악명이 높다.

2년전 최성각 풀꽃평화연구소장은 니얼 퍼거슨의 <증오의 세기> 서평에서 "망치로 한 대 맞았고, 그 통증은 가히 아연실색할 만하다"고 탄식하며 소개한 한 대목은 왜 이런 평가가 나오는지 잘 보여준다.

퍼거슨의 '제국주의적 시각'은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침략 부정' 망언을 능가할 정도의 주장들을 양산하고 있으며, 이 책 곳곳에 이런 내용들이 곳곳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최 소장이 개탄한 한 대목이다.

"20세기를 의문의 여지없이 독특한 세기로 만든 두 번째 특징은 겉으로 보기에 문명화된 사회의 지도자들이 이웃 나라 국민들에게 가장 원시적인 살해 본능을 폭발시켰다는 점이다. 이는 여전히 20세기의 역설로 남아 있다. 독일인들은 아마존의 인디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 밑에서 발전된 무기로 무장한 그들이 선사 시대의 동기에 자극 받은 것처럼 동유럽에서 전쟁을 일으켰다." (840쪽)

세상에 이럴 수가? 이 똑똑한 학자가 혹시 어디 아픈 건 아닐까? 아마존의 인디언들이 언제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여성을 강간하고, 사지를 하나씩 하나씩 자르고, 임신한 여성들의 장기를 꺼내고, 산 채로 해부당한 임신부들의 뱃속에 고양이를 넣고, 톱으로 신체를 양단하고, 어린아이들을 건물에 내던져 죽이거나 허공에 던진 뒤 총질을 해 죽이고, 자신이 살해당해 죽을 구덩이를 파게 한 뒤 목덜미에 총을 쏴 죽이고, 사람을 발가벗긴 뒤 독가스실로 넣어 죽이거나 혹은 생체 실험을 했단 말인가?

아마존의 인디언들이 비록 그 잘난 문명 따위는 일으키지 않았지만, 언제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을 갑자기 나병이나 습진으로 여기고 지상에서 말끔히 절멸시켜버려야 한다고 인종 청소를 했단 말인가? 아마존 인디언들에 대한 이런 기막힌 오해가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저자는 "유전적으로 인종 간 차이가 거의 없다"(41쪽)는 대전제 아래 히틀러 비판에 소매를 걷어붙이지 않았던가.

퍼거슨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네오콘들의 이념적 동지로 환영받기도 했다. 그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침략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들 말하겠지만, 만약 그 나라를 침략함으로 인해 그 나라에 경제적인 부와 정치적인 안정을 가져다주고, 그 나라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게 된다면 우리는 그 일을 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최성각 소장이 서평에서 "문명과 '민주적으로 선출된 지도자'를 지나치게 과신하는 이 머리 좋고 성실한 백인학자가 '제국 쇠퇴 이후의 무정부주의'를 염려하는 제국 안정론을 펼치는 학자라는 것은 책을 통해 이미 느꼈다. 하지만 이 대목을 보면서, 한술 더 떠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인종주의자는 아닌지, 싶었다"고 개탄할 만하다.

또 최 소장은 " 저자가 10여 년의 긴 세월 동안 열심히 모으고 여러 사람의 각별한 협조 아래 펴낸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지난 100년 동안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가한 끔찍한 폭력을 몸서리치게 추체험하게 된다"며 "그러나 불필요한 개입으로 끝내 패하고 만 미국의 베트남 전쟁 이야기나 미국 CIA가 라틴아메리카에서 군부 독재자를 앞세워 벌인 참혹한 암살과 고문, 또 걸프전, 동티모르 학살, 미국 내 인종 차별로 인한 백인들의 만행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기피하거나, 언급했다고 하더라도 히틀러와 스탈린, 일본군의 폭력에 할애한 방대한 양에 비해 소략하기 그지없다"고 지적했다.

퍼거슨은 경제사와 문명사를 넘나들며 다방면에서 방대한 양의 저술과 해박한 역사지식을 자랑하지만, 그것이 진실을 직시하는 보증수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당대 학자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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