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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제국 상징 트라팔가 광장, '反대처 시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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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영제국 상징 트라팔가 광장, '反대처 시위' 비상

영국 경찰 "사전체포라도 해야 하나" 고심

서방권 국가지도자들이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사망을 계기로 '대처리즘' 찬양에 나서고 있는 것과 반대로 영국 국민들 상당수는 "대처 전 총리야 말로 영국을 망친 망국의 지도자"라며 '대처리즘'에 대한 증오감을 표출하고 있다.

10일 <인디펜던트> 등 영국 언론들은 "대처의 공과를 둘러싸고 영국의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고 전할 정도다.

대처리즘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오는 13일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는 것을 시작으로 장례식 당일인 17일까지 리즈, 브리스톨, 리버풀 등 전국 주요도시에서 '반 대처 시위'와 '사망 축하 파티'를 열겠다고 밝혔다.

▲ 지난 8일 "딩동! 마녀가 죽었다"고 쓰인 종이를 들고 대처 전 총리의 죽음을 기뻐하는 한 영국 시민. ⓒAP=연합

장례식 때까지 시위 예고에 초비상

때문에 17일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치러질 장례식을 앞두고 영국 경찰에 초비상에 걸렸다. 현재 대처의 장례식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필립 공 등 왕실 인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을 비롯해 세계 각국 주요 인사 2500명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요인 경호에 영국의 MI5 등 비밀 조직들까지 대거 동원된 상태다.

하지만 경찰은 시위 과정에서 돌발사태가 빚어질 수 있고, 대처 집권 시절 강경진압으로 원한이 깊은 북아일랜드 분리주의 집단의 테러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런던 경찰은 궁여지책으로 2011년 윌리엄 왕자 결혼식 때처럼 사전체포 전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내비치고 있다. 당시 경찰은 소요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민간인 수십 명을 체포해 기본권 침해 논란을 빚었다. 이번에도 경찰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시위대 모집 글을 지켜보면서 요주의 인물을 골라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축하 파티'하는 시민들

장례식을 겨냥한 시위에 따른 치안 문제는 차치하고, 대처 전 총리의 사망 당일인 8일 직후부터 영국 일부 지역에선 다양한 '축하 파티'가 열리고 있다.

브리스톨에선 거리 파티가 열리던 중 1명이 폭력으로 연행됐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 6명이 부상당했다. 80년대 초 반 대처 시위의 중심지였던 런던 남쪽 브릭스턴에서도 150여 명이 모여 축하 행사를 열었다.

대처의 강경한 노조탄압 정책의 대표적인 대상이었던 영국 탄광노조(NUM)는 "대처는 자유시장의 상징이었지만 이들이 취한 이익은 소수에게만 돌아갔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탄광노조의 사무총장 크리스 키친은 "오랫동안 대처가 사라지길 기다려왔기 때문에 그의 죽음을 유감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대처가 땅에 묻히면서 그의 정책들도 함께 사라지길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탄광노동자 출신인 70대 노인 데이비드 호퍼는 대처 사망 소식에 "내 생애 최고의 날"이라며 "기뻐서 술 한잔 하고 있다"고 외치기도 했다.

대처는 철저한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국영탄광 20곳을 폐업하고 2만여 명의 탄광노동자를 해고했다. 당시 노동계층의 처참한 현실은 영화 <브래스트 오프>, <빌리 엘리어트> 등에 생생하게 묘사되기도 했다.

"누구를 위한 변화였나"

대처의 사망과 대처리즘을 둘러싸고 이렇게 영국이 국론분열이 일어날 정도가 된 것은 대처가 남긴 후유증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대처는 분명히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변화를 가져온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것은 비판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대처가 연설 때 사용한 '우리 국민'이라는 말은 모든 영국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생각을 같이하는 영국인이었다(<가디언> 8일자 사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대처 전 총리는 '소수를 위한 변화'를 일관되게 추구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대처는 19세기 마인드로 20세기를 통치했다"는 조롱을 받은 '인두세'다. 87년 재산세율을 낮추는 대신 가구별 주민세를 소득과 관계없이, 심지어 실업자까지 개인에게 일률적으로 부과되는 새로운 세목을 부과하려던 대처의 정책은 그의 심복마저 등을 돌리게 했다. 결국 3연임 총리 재임 중 당에서 사실상 축출되는 수모를 겪고 인두세는 1년만에 폐지됐다.

대처, '인두세'까지 꺼내들다 말년 수모

대처가 집권 말년에 '인두세'까지 꺼내드는 무리수를 둔 것은 대처의 경제정책의 효과가 집권기간 중에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경제는 다시 침체에 빠지고 금융을 빼고는 제조업이 무너진 상황에서 실업자가 넘쳐난 것이다.

대처 집권 이전보다 영국 사회가 더 질적으로 나빠졌다는 비판도 따른다. '변화만이 살 길'이라고 외친 대처리즘에 의해 사회가 극심하게 양극화되며 분열됐기 때문이다.

경제회생을 명분으로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았지만 개혁의 과실은 소수에게 몰렸을 뿐 '신자유주의 정책'의 한계를 드러내며 경제는 다시 무력화됐다.

영국의 대표적인 진보성향 <가디언>이 대처의 사망에 대해 사설을 통해 "마거릿 대처의 유산은 인간 정신을 파괴한 사회 분열, 이기심, 탐욕"이라고 직설적으로 지적한 것도 이때문이다.

장례식 비용 수백억 원 "세금 낭비" 반발

집권 기간에 "못사는 것은 개인 탓"이라는 신념으로 민영화를 밀어부친 대처의 장례식이 세금까지 지원되는 '준 국장'으로 치러지는 데 대해 반대여론도 거세다. 영국 정부의 전자청원사이트에는 대처 장례식에 국민혈세가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는 청원이 순식간에 3만 건이 넘었다.

영국 정치권에서는 장례식 비용이 1000만파운드(약 173억 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어 일부 의원들은 "세금 낭비"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영화 <보리밭에 부는 바람>으로 유명한 영국의 켄 로치 감독은 "대처의 장례식을 민영화하고 최저가 입찰에 부치자. 대처라면 그렇게 해주길 원했을 것"이라고 꼬집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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