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폭주…삼성 자산 300조 넘어서

30대 그룹 중 순익 80%, 총자산 55% 차지

'부익부 빈익빈' 같은 사회현상도 '멱함수 법칙' 같은 자연법칙을 따른다는 이론이 맞는 것일까?

멱함수 법칙은 어떤 간단한 조건이 하나 주어지면, 시간이 갈수록 소수에 집중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법칙이다. 네트워크 이론에서 하나의 교차점이 허브의 성격을 갖게 되면 점점 집중되는 현상도 '멱함수 법칙'을 따르는 대표적인 사례다.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국내 30대 민간 기업그룹(2008~2012년) 현황'은 마치 멱함수 법칙을 따르는 듯한 충격을 주고 있다. 국내 30대 그룹은 이제 '4대그룹 외 기타'라고 불러야할 정도로 대기업 내에서도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4대그룹(삼성, 현대, SK, LG)이 총자산, 매출, 순이익에서 30대 그룹 중 나머지 기타그룹과 비교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부채 비율에서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 30대 그룹은 이제 '4대그룹 '외 기타'라고 부르거나 '삼성 외 기타'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대기업 사이에서도 갈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뉴시스

1년만에 4대그룹 순이익 비중 60%에서 80%

특히 2012년 4대 그룹의 당기 순이익은 상위 30대 그룹 순이익의 79.8%를 차지했다. 더 놀라운 것은 이게 불과 1년 사이에 이렇게 됐다는 것이다. 1년 전만 해도 4대그룹 당기 순이익 비중이 61.4%, 그 전년도에는 58.3%였다.

4대 그룹의 독주는 총자산을 봐도 확실해진다. 4대 그룹의 30대 그룹 내 자산총액 비중은 55%를 넘겼다. 4년 전에도 이미 50% 가까이 되었지만, 이제 절반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즉 4대 그룹 이외에 5위에서∼30위까지 그룹의 자산을 다 합쳐도 4대 그룹의 자산에 한참 못 미친다.

4대 그룹 중에서도 삼성이 압도적이다. 삼성은 자산 300조 원을 처음으로 넘긴 반면 다른 3개 그룹은 100조 원대에 머물렀다. 매출액도 마찬가지였다. 순익 규모도 삼성은 36조 원, LG는 3조 원으로 무려 12배 차이가 났다.

"총수일가 규제로 경제민주화 안돼"

부채비율에서도 4대 그룹은 67.0%로 가장 양호했고, 5∼10위 중위 그룹 96.5%, 11∼30위 하위 그룹 141.9%였다. 그룹별로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민간 30대 그룹은 조사기간 중 평균적으로 부채비율이 12.4%에서 90.5%로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공기업은 민간 대기업과 달리 부채가 늘어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 들어 지난 5년간 4대강 사업 등 재정사업으로 할 일을 공기업이 대신 떠맡으면서 공기업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결과다.

공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은 2008년 145.6%에서 지난해 186.2%로 뛰었다. 특히 LH(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가스공사 인천도시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4개 공기업집단의 부채비율은 민간 기업에서 '위험 수위'로 간주하는 200%를 넘었다.

이번 민간 30대 그룹의 현황은 총수일가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경제민주화'의 대표적인 정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한기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대기업 간 빈부격차가 이 정도이니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격차는 말할 필요도 없이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4대 기업에 대한 자원배분 등 경제 집중이 강화된 현상은 하청기업인 중소 기업에도 악영향을 끼질 수밖에 없다"면서 근본적인 경제구조 개혁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