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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교황보다 국무장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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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교황보다 국무장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분석]바티칸은행, 음모의 산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비밀회의(콘클라베) 개시일이 12일(현지시간)으로 잡히고 콘클라베가 열리는 성당 굴뚝에서는 이를 알리는 연기가 피어 올랐다. 차기 교황이 누가 될지는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오히려 베네딕토 16세가 거의 600년래 처음으로 '생전 사임'을 하게 만든 배경으로 꼽히는 '바티리크스'와 관련해 교황청의 온갖 추문의 근본적인 해결을 도모할 개혁이 이뤄질 것인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중에서는 가시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것이 바티칸 은행이다. 바티칸 은행은 교황청 국무장관이 관리하면서 돈세탁과 비자금 조성의 통로가 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그만큼 불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 추기경들의 세력 다툼으로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비밀회의 일정도 진통끝에 잡혔다. ⓒAP=연합

"현재도 돈세탁 혐의로 당국 조사중"

<뉴욕타임스>는 "바티칸 은행은 어두운 음모가 끊임없이 얽히고, 의문의 죽음과도 연결된 곳"이라면서 "이제 바티칸 은행도 글로벌 스탠더드를 준수하도록 하자는 논의가 미묘한 지점까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유럽연합(EU)은 바티칸시티와 모나코 등 유로를 사용하는 미니국가의 은행에게도 유럽은행에 적용되는 국제적인 기준을 적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바티칸 은행은 1942년 설립됐으며 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교회 조직과 바티칸 소속 관료들의 재산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바티칸은행은 냉전 시기에 공산주의 종식을 위해 동구권에서 벌이는 활동 자금 통로로 이용됐으며, 지금도 쿠바와 중국 등 '민감한 지역'에서의 활동 자금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교황청은 계좌의 주인이 누구인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특히 과거 거래 기록에 대해 외부에서 들춰보는 것에는 결사 반대하고 있다. 이때문에 바티칸은행의 일부 계좌는 조직범죄나 이탈리아 불법 정치자금과 연계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만 바티칸 은행 스스로 3만3000여 개의 계좌가 있다고 밝혔고, 지난 2011년 단 한 차례 자산 규모 등 일부 내용을 공개한 적이 있다. 당시 은행 측은 고객의 68%가 성직자들이며 관리하는 자산이 82억 달러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010년 바티칸 은행의 총재와 사무총장이 돈 세탁에 연루된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며, 지난 5월 총재가 이사회에서 해임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방코 암브로시아노 사건'

지금도 이 사건에 대해 이탈리아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에 있으며, 이처럼 바티간 은행이 당국의 조사를 받는 것은 1980년대 초 이후 처음이다.

1982년 이탈리아의 방코 암브로시아노 은행 회장이 영국 런던의 한 다리 밑에서 목 매달린 채 발견된 의문의 죽음은 지금도 각종 음모론의 소재가 되고 있다.

바티칸 은행은 이 은행에 투자하는 등 특수한 관계가 있다는 의혹을 받았으며, 방코 암브로시아노 은행 회장의 죽음과 관계가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진행되자 바티칸 은행은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방코 암브로시아노의 채권자들에게 2억 5000만 달러를 배상금으로 지불했다.

"신이 아닌 상급기관을 인정한 최초의 사건"

이후 EU에서 바티칸 은행에 대한 투명성 강화에 압박을 가해왔으며, 마침내 지난 2009년 교황청은 유럽과 관련된 돈 거래 분쟁을 EU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것에 EU와 동의했다. 이에 대해 EU의 한 관료는 "교황청이 신이 아닌 상급기관을 인정한 최초의 사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바티칸 은행의 비밀주의는 오히려 그 이후 심해진 면이 있다. 기득권 세력의 반발 때문이다.

최근 바티칸은행 정보를 좀 더 공개하라는 EU 관계자들의 요청에 대해 바티칸 측 대표는 "감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고성을 질렀다고 한다. 또한 지난달 바티칸은 EU에 속하지 않은 스위스에 일종의 우회 수단으로 콘소시엄을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이탈리아의 유력 경제지의 기자 카를로 마로니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바티칸과의 금융거래를 관리하기 위해 스위스 회사를 택했다는 것은 투명성이 강화되는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차기 교황이 누가 되든 '바티칸은행의 실제 주인'으로 불리는 국무장관에 이탈리아 추기경 세력을 등에 업은 이가 국무장관이 되면 바티칸의 개혁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바티칸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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