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인권 특히 시민권을 옹호해온 진영에서는 브레넌에 대한 인준청문회 과정에서 중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양당 체제에서 상대적으로 시민의 인권과 자유를 옹호한다는 민주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권에서 드론 공격이 본격화됐고, 이를 주도한 기획자인 브레넌이 CIA 국장으로 영전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침묵했기 때문이다.
▲ 미국 CIA국장 인준청문회에서 13시간의 필리버스터 연설을 한 랜드 폴 상원의원. ⓒ |
"미국 땅에서도 드론으로 시민권자 살해할 것이냐"
오바마 정부는 테러 용의자라면 미국 시민권자도 드론이라고 불리는 무인항공기를 동원해 사살하고 있다. 재판 등 최소한의 사법절차도 거치지 않은 초법적인 방식으로 대통령의 승인만으로 이런 일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 미국 본토에서 미국 시민권자들을 테러용의자라는 이유로 드론으로 살해한 적은 없다. 하지만 급박한 상황이라면 테러용의자라면 본토에 있는 미국 시민권자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사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미국의 법무부 장관은 "그럴 수 있다"거나 침묵해 왔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확실한 답변을 하지 않으면 인준 표결을 막겠다"고 나선 유일한 정치인이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랜드 폴이다. 그는 전날부터 7일 새벽까지 이어진 무려 13시간의 연설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를 구사했다.
2016년 차기 대권 후보로 꼽히고 있는 정치인의 '자기 홍보'라는 시각도 있지만, 폴 의원은 "대통령이 공화당 소속이었다고 해도 나섰을 것"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지원사격'도 공화당 의원들이 도맡아
미국에서 필리버스터가 허용된다고 해도 '단독 필리버스터'는 매우 드물다. 체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폴 의원이 중간에 목이 쉬고, 생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할 때 잠시 공백을 메워주며 지원에 나선 이들도 공화당 의원들이었다. '휴식 지원'에 참여한 민주당 상원의원으로는 론 와이든이 유일했다.
저명한 미국의 독립언론인 에이미 굿맨은 <가디언> 칼럼을 통해 "랜드 폴 상원의원만이 '드론 처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미국이 부끄럽다"면서 "티파티 공화당 의원에게 이 문제를 의존해야 하다니, 민주당의 시민권 옹호론자들은 어디갔냐"고 개탄했다. 랜드 폴은 감세 정책을 지지하는 미국의 보수 유권자단체 '티파티'의 후원을 받는 친재계 정치인이다.
폴 의원은 필리버스터 연설 도중 "내가 인준안 통과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관심을 환기할 수 있고, 미국에서 드론에 의해 살해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대통령의 확답을 받아내려고 노력해서 이를 해낸다면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굿맨도 "미국 시민권자를 미국 본토에서건 해외에서건 초법적으로 처형하는 문제는 중대하다"면서 "또한 미국 정부가 드론이나 특수작전팀의 야간기습 등 치명적인 방식으로 시민들을 죽이는 일을 반복해서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법무장관, 3일만에 입장 번복
하지만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지난 4일자로 폴 의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비상 상황이라면 대통령의 승인으로 미국 내에서 치명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군사작전을 승인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에 따르면, 이 서한을 문제 삼은 폴 의원은 끝내 필리버스터 과정에서 백악관으로부터 "테러 용의자로 의심되는 미국 시민권자를 미국 땅에서 살해하는 일은 법에 따라야 한다"고 시인하는 답변을 받아냈다.
홀더 장관도 결국 "폴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노'입니다"라는 식으로 마지못해 입장을 번복하는 서한을 보냈다.
불과 몇 줄 자리로 된 이 편지에서 홀더 장관은 "미국 땅에서 전투 요원이 아닌 미국인을 드론으로 살해하도록 승인할 권한이 대통령에게 있느냐는 귀하의 질문에 대한 답은 '노'입니다"라고 밝힌 것이다.
폴 의원은 이 답변을 명분으로 필리버스터를 끝내면서 "이런 답변을 받는 데 한달 반이나 걸렸다는 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나쁜 사람 아들이라는 게 죽일 이유 되냐"
상원의원들은 폴 의원의 발언을 경청한 뒤 토론 종결 투표를 실시하는 성숙함은 보였다. 60표 이상을 얻으면 필리버스터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규정을 일찍 동원할 수 있었으나 기다려준 것이다.
상원은 필리버스터가 끝나자 인준안에 대한 논의 종결안을 찬성 81표, 반대 16표로 통과시킨 뒤 곧바로 전체회의에서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폴 의원이 예멘에서 드론 공격으로 테러용의자라는 이유로 미국 시민권자를 살해한 뒤 불과 2주 뒤에 그의 16세 아들까지 죽인 사건을 거론하면서 "나쁜 사람의 아들이라는 이유가 살해하기에 충분한 근거냐"라고 제기한 질문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 정치권은 침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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