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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죽음에 쿠바가 더 난리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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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 죽음에 쿠바가 더 난리난 이유

[분석]석유로 묶인 '남미좌파동맹' 좌불안석

'종신집권'으로 '21세기 사회주의 혁명'을 완성시키겠다던 '반미좌파동맹'의 구심점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병마에 발목을 잡혀 끝내 60세를 못넘기고 사망했다.

지난해말 대선에서 4선에 성공하고도 취임식도 못할 만큼 건강이 악화되면서 '후계자'로 지명된 니콜라스 마두로 부통령은 5일(현지시간) "차베스 대통령이 오후 4시25분 58세를 일기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6월 암 선고를 받은 이후 2년을 못넘기고 '국제정계의 풍운아' 차베스가 사망하자 미국 등 서방국과 남미좌파 동맹국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차베스의 죽음에 대한 애도 없이 "대통령 사망이라는 어려운 시기에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민에 대한 지지와 베네수엘라 정부와의 건설적인 관계 발전에 대한 관심을 다시 확인한다"는 짤막한 성명을 발표했다.

▲베네수엘라와 쿠바의 밀접한 관계를 '베네쿠바'라고 할 만큼 쿠바에 애정을 보인 차베스.. 2006년 당시 쿠바 최고지도자였던 피델 카스트로와의 돈독한 우정을 과시하던 당시의 모습. ⓒAP=연합

미국 "향후 관계 발전에 관심", 남미 동맹국들은 '애도의 눈물'

반면 차베스의 동맹국 지도자들은 극도의 애도를 표현했다. 평소 차베스를 '형제'로 부른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차베스는 그 어느때보다도 생생하게 살아있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특히 차베스가 마지막 생사 여부를 가를 수술을 맡길 만큼 신뢰했던 쿠바에서는 애도를 넘어 당혹해 하고 있다. 차베스의 죽음으로 쿠바의 경제가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큰 탓이다. 그동안 쿠바의 정치경제시스템이 차베스의 석유 지원 때문에 유지됐다고 할 만큼 차베스에 대한 의존이 유난히 심했기 때문이다.

사실 차베스의 '21세기 사회주의 혁명'을 추진한 힘은 '석유'다. 외치는 물론 내치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워싱턴 소재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빈곤율은 지난 2004년 이후 50% 감소했으며 극빈율도 같은 기간 동안 70% 줄었다. 대학 등록 비율은 두 배로 늘었으며 수백만 명의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건강보험 혜택을 봤다. 상당수는 무료 임대주택을 공급받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석유를 팔아 생긴 수입으로 충당한 것이고 차베스는 그것도 모자라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할 만큼 '퍼주기 복지정책'을 썼다. 이때문에 내치에 대한 평가도 크게 엇갈린다.

하지만 차베스 이전의 집권자들이 석유를 팔아 극소수의 특권층만 배불리 먹고 살았다는 점에서 차베스는 '사회주의 영웅'으로 서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지난 98년 이후 14년 동안 장기집권할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차베스가 서방과의 적대적 관계로 외국자본이 떠나고 산업기반을 갖추지 못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취약한 경제시스템을 남겼다고 비판하고 있다.

"쿠바에게 카스트로 죽음보다 더 큰 타격주는 사건"

하지만 베네수엘라는 석유만 팔아도 앞으로 몇 백년은 먹고 살 정도로 세계 최대의 원유가 매장된 곳이라는 점을 들어, 차베스가 '오일달러'로 복지정책을 우선적으로 실시한 것은 '과도기적으로 정당성이 충분한 정책'이라는 반박도 있다.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코트라 무역관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채굴 가능한 원유가 2950억 배럴로 전 세계 확인 매장량의 24.8%에 달한다. 여기에 미확인 매장분까지 합치면 모두 1조3000억 배럴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중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능가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처럼 풍부한 석유를 앞세워 차베스는 지난 2005년부터 쿠바 등 라틴아메리카 좌파 동맹국들에게 파격적으로 싼 값에 원유를 공급하는 지원책을 써왔다.

대표적인 곳이 쿠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쿠바에게 차베스의 죽음은 피델 카스트로의 죽음보다 훨씬 타격을 주는 사건"이라면서 "쿠바 정부 관료들은 차베스가 쿠바 정권을 지탱해준 생명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차베스 이후'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베스가 쿠바 정권의 생명선이었다는 말이 나올 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석유 지원이다. 차베스는 쿠바의 내수의 거의 두 배 가까운 물량의 원유를 싼 값에 제공해왔다. 그래서 쿠바는 그 중 40%를 시장가격으로 되팔아 정부 수입으로 챙겨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밖에도 차베스는 쿠바와의 공동 프로젝트 등 각종 사업에 직접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피델 카스트로는 쿠바에 대한 차베스의 지원이 연간 70억 달러에 달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처럼 차베스 집권시절 베네수엘라와 쿠바의 관계는 마치 '한 나라'처럼 보일 정도로 가까웠다. 차베스는 '베네쿠바'라는 말로 우애를 과시하기도 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렇게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면서 "5000명이 넘는 쿠바의 군사, 정치 자문관들이 베네수엘라 정부와 군부에서 활동하고 있고, 차베스 정부는 쿠바의 정보기관에 크게 의지해왔다"고 지적했다.

'포스트 차베스' 누가 될까

차베스의 후계자 마두로 부통령도 쿠바 혁명을 열렬히 지지하는 좌파 정치인으로 '후계자 지명' 과정에서 카스트로의 승인도 거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쿠바 등 차베스의 동맹국들은 '포스트 차베스' 시대의 베네수엘라의 노선이 어떻게 변할지 주목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헌법에 따르면 새 대통령을 뽑는 선거는 현직 대통령 사후 30일내에 치러지게 돼 있다. 현재 마두로 부통령과 야권통합연대(MUD)의 엔리케 카프릴레스의 양자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카프릴레스가 차베스의 강력한 도전자로 상당한 득표를 했지만, 이후 마두로가 '차베스의 후계자'로서의 지지기반을 다지고 있어서 여권에서는 마두로가 '죽은 차베스의 후광'으로 무난히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반면 차베스에 비판적인 야권이 승리할 경우 '남미좌파동맹'에 분열이 초래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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