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2일(현지시간) '2010년 10대 전망'의 하나로 차베스가 내년에 또다시 쿠데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차베스를 '남미의 후세인'으로 지목해 CIA 등을 통해 끊임없이 '차베스 제거작전'을 획책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이런 전망이 나온 배경이 예사롭지 않다.
▲미국 언론들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앞날에 '불길한 뉴스'를 쏟아내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뉴스위크>는 "글로벌 경제 호황기에 고유가를 무기로 돌풍을 일으켰던 차베스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타격을 받아 힘을 잃었으며 라틴아메리카를 '21세기 사회주의'로 전환시키겠다는 야심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막대한 재정지출과 가격 동결 조치로 인기를 끌었던 차베스의 정책은 올해 30%에 달하는 물가상승이 보여주듯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내년에도 물가 상승은 지속될 것이다. 인플레이션은 차베스의 지지기반인 임금 소득자와 빈곤층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준다.
이런 경제적 상황은 정치적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유가가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베네수엘라의 GDP는 내년에도 2% 감소할 것이다. 차베스에 대한 지지도는 50% 아래로 추락했다.
<뉴스위크>는 "'21세기 사회주의'가 물자 부족, 빈곤, 혼돈이라는 '익숙한 20세기 풍경'으로 변해가면서 군부가 차베스를 축출하려고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네수엘라, 5년내 국가부도확률 1위"
앞서 경제전문 케이블 방송 <CNBC>는 '5년 내 베네수엘라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질 확률이 50%가 넘었다"면서 "세계 10대 디폴트 위기 국가 중 1위에 올랐다"고 전했다.
<CNBC>가 인용한 근거는 세계 최대 선물·옵션 거래소인 CME 그룹 자회사 'CMA 데이터비전'의 통계다. 향후 5년만기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의 누적 확률은 국가 디폴트 가능성을 알려주는 주요 지표다.
63개국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베네수엘라는 5년에 걸친 디폴트 누적 확률은 56.26%에 달했다.
최근까지 1, 2위를 다투던 우크라이나와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확률은 각각 52.91%과 46.06%로 2, 3위를 차지했다. 4위인 파키스탄은 38.11%, 라트비아와 두바이가 각각 30.47%와 25.71%로 5, 6위에 올랐다. 아이슬란드(24.66%)와 리투아니아(19.11%), 미국의 캘리포니아주(18.97%)는 7~9위에 올랐다.
두바이와 그리스 디폴트 가능성 10위권, 한국은 37위
최근 재정악화로 국가신용등급이 잇따라 하향 조정된 그리스의 디폴트 가능성은 18.67%로 10위를 차지했다. 두바이 최대 국영기업의 모라토리엄(채무지급 유예)으로 디폴트 위기설에 시달린 두바이가 25.71%라는 점에서 베네수엘라와 우크라이나,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등 1~4위를 차지한 국가들의 디폴트 가능성은 우려할 만하다.
한국은 5년만기 CDS 프리미엄이 지난 14일 현재 86.9bp(1bp=0.01%)로 3분기말 102.7bp에 비해 또다시 하락하면서 5년내 국가부도 확률도 9.7%(28위)에서 7.2%(37위)로 크게 낮아진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차베스 대통령의 '반미 독설'은 아직 여전하다. 지난 18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총회 최종일 본회의 연설에서 유럽연합(EU)과 미국이 폐쇄적인 방식으로 회의 초안을 만들려는 움직임에 대해 "우리는 오바마가 '문 밑으로 쓱 밀어 넣는' 어떠한 문건도 거부할 것"이면서 "제왕(오바마 지칭)이 한밤중에 야음을 틈타 도착해 모든 이의 등 뒤에서 비민주적 방식으로 문건을 만드는데 이것을 우리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라고 비난했다.
이날 차베스 대통령은 "여전히 유황 냄새가 난다. 나는 이 세상에서 아직도 유황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특유의 표현도 다시 구사했다. 지난 2006년 9월 유엔 총회에서 당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연설한 다음날 "어제 이곳에 '악마'가 왔다갔는데 연단에서 아직도 유황 냄새가 난다"고 한 독설을 이어간 것이다.
앞서 차베스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평화를 위한 전쟁'을 역설한 노벨평화상 수상 연설 내용을 문제 삼아 "그가 수상한 것은 노벨평화상이 아니라 노벨전쟁상"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나 진보 진영에서 '새로운 대안체제'로 기대를 모았던 차베스의 도전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안팎의 반대세력의 공세 속에 크게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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