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8대 대선 과정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사퇴한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 측 인사들이 잇달아 '안철수가 문재인보다 더 경쟁력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고 있다. 역사에 가정법을 들이댄 것이라는 비판이 예상된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는 4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안 후보가 사퇴하는 날조차도 박 후보에게는 양자대결에서 앞서고 있었다"며 "양자대결에 있어선 좀 더 확장성 있는 후보가 이긴다는 것은 법칙에 해당한다. 이렇게 본다면 안 전 후보가 더 경쟁력은 있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안 전 후보의 출마 기자회견 때부터 함께 했고, 안철수 캠프 정치혁신포럼의 일원이었다. 문재인 후보 측과의 '새정치 공동선언' 작성을 위한 안 측 실무팀으로 참가하기도 했었다.
김 교수는 진행자인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법륜스님이, 안철수로 단일화됐으면 이기고도 남았다고 말했는데 시점이나 내용상 적절한 발언이었다고 보나?'라는 취지로 물은데 대해 "정말 안 전 후보가 이기고도 남았는가는 사실 알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이같이 답했다.
앞서 지난 2일 법륜스님의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 이후 민주당 김기식 의원이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라고 반박하며 보름 전 대선 결과를 놓고 문-안 진영 간에 책임공방이 벌어지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김기식 의원은 3일 "안 전 후보 측은 문 전 후보로 단일화되면 무조건 지고 안 전 후보로 단일화되면 무조건 이긴다고 하는 주관적 사고에 빠져 협상에 임했었다"며 "단일화 과정이 아름답게 진행됐다면 양쪽 지지층을 화학적으로 결합시킬 수 있었을텐데 그렇게 되지 못했던 점에서 이번 대선의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김 의원의 인터뷰 다음날, 같은 프로그램에 김민전 교수가 출연해 이를 사실상 재반박하는 내용의 발언을 함으로써 '공방'은 더욱 가열되는 모양새다. 대선 패배 후 '안철수 신당'론이 재등장하는 등 야권발(發) 정계대개편이 예상되는 가운데여서 그 전초전 성격의 기세싸움이 아니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50대 돌아선 것보다 인천, 경기 패배가 더 중요"
김 교수는 "이번 선거 결과는 지난 4.11 총선보다도 좋지 않은 것이었다"며 그 근거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총선에서) 얻은 득표율을 살펴보면 47.75%였고 새누리당과 자유선진당을 합치면 46%여서 1.7%정도를 진보진영이 사실상 이기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오히려 3% 정도 진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김 교수는 또 "총선에서는 서울은 물론이고 경기도와 인천에서도 모두 진보진영이 이겼는데 이번 선거의 경우에는 서울에서만 이겼고 인천과 경기에서는 모두 졌다"며 "이 대목은 정말로 뼈아프게 성찰해야 될 대목이다. '50대가 돌아섰다'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하기도 했다.
손 교수가 이에 대해 "안 전 후보가 나왔다면 그 지역에서 이겼을 것이다, 이런 결론을 가지고 계신 모양이죠?"라고 묻자 김 교수는 "쉽게 말하긴 어렵다"며 "다만 선거 결과는 4월 총선보다도 나빴다는 것은 팩트(fact)"라고 했다.
한편 김 교수는 '안 전 후보가 사퇴하는 방법이나 문 후보 지지유세 방식, 대선 당일 출국을 감행한 점 등을 놓고 민주당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선 "지고 나니까 모든 것이 다 그렇게 해석되고 있지만, '골든크로스 퍼포먼스' 등은 당시에 굉장히 찬사를 받았던 행동"이라며 "하나하나 여기서 따진다는 게 의미가 없다"고 반박했다.
대선 당일 출국 부분에 대해서는 "선거에서 이긴다고 해도 공동정부를 요구하거나 그 일축으로 들어가서 뭔가를 하겠다, 자리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선거 결과를 보지 않고 나는 나가겠다'는 것으로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만약 기존 정치인이었다면 그 자리를 회피하고 멀리 가 있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빨리 받아들여서 자기 것으로 만들려고 할 것"이라는 게다.
그는 "선거에 있어서 기존 정치문법으로 보게 되면 이번 선거의 경우에는 안 전 후보에게는 양수겸장, 양 손의 떡이었다"며 "선거에서 이기게 되면 공동정부까지도 요구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었고, 선거에서 지면 야권 권력 균형의 추가 안 전 후보에게 쏠릴 수밖에 없는 선거"였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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