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재정절벽' 회피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소식에 반짝 상승했지만, 2개월 연기시킨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회의적인 평가가 많자 곧바로 약발이 사라진 반면, 증시 관계자들이 올해 내내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일본의 '엔저 정책' 등에 대한 부담이 곧바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지수의 전망을 내놓으면서, 유럽의 재정위기와 미국의 재정절벽, 중국의 경기둔화에 일본의 엔저 정책 등 악재들이 즐비해 상반기에는 지지부진하고 하반기에 조금 나아질 것이라는 '상저하고'의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대체로 내다봤지만, 하반기의 상승세도 크게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 일본의 대대적인 '엔저 유도 정책'이 새해 벽두부터 국내 경제의 주요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
'엔저 공세'에 자동차 종목 직격탄
당장 일본의 '엔저 정책'은 자동차 종목에 타격을 주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하락세가 이틀째 이어지면서 기아차는 장중 전일 대비 3.5% 떨어진 5만2700원까지 내려가 52주 최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 세계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 원·엔 환율이 1% 하락하면 자동차 수출이 1.2% 감소한다"는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분석이 보여주듯 '엔저'에 긴장하고 있다.
지난달 민주당에서 자민당으로 정권이 바뀐 일본에서 아베 신조 신임 총리는 대대적인 통화 증발로 엔저를 유도해 수출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정책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아베 총리는 취임 전부터 "윤전기를 쌩쌩 돌려 엔화를 찍어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아예 20년 장기불황 속에 디플레이션에 빠진 일본 경제에 대해 '2%의 인플레이션'을 목표로 하는 공약까지 내걸었다.
지난 12월 16일 총선에서 자민당의 압승이 예상되자, '엔저 정책 선언'은 곧바로 환율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달러 당 80엔 밑으로 떨어졌던 엔·달러 환율은 3일 87엔까지 상승했고, 90엔까지 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면 원·100엔 환율은 지난해 6월 초 1500원대에서 현재 20% 가까이 하락하면서 1220선까지 위협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이후 '원·100엔 환율 1000원 시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원화는 달러에 대해서도 강세를 보이면서 올해 원·달러 환율은 1050원 안팎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제조업 부활' 외치는 '아베노믹스'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아베의 경제정책은 단순히 엔저 유도뿐이 아니다. '일본 제조업 부활'을 선언하면서 대대적인 자금 지원도 약속했다. 아베 정부는 전자 기계 등 제조업체들이 보유한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직접 공급하기로 했으며, 기업들이 최신 설비를 도입할 때는 비용의 33%를 보조금으로 지급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아베 총리는 신년사를 통해 "제조업에 1조엔(약 12조 20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베노믹스'에 대해 일본 증시의 반응도 뜨겁다. 일본 다이와증권은 "올해 일본 닛케이 지수는 30% 정도 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니케이 지수는 지난달 19일 8개월 만에 1만선을 회복한 뒤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원화 강세가 국내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물가는 상승하고, 수출 부진 등으로 경제 상황은 침체를 면치 못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다.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는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환차익까지 노린 '투기성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국내 자산시장에 밀려들어왔다가 빠지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엔저 정책을 이용해 엔화를 원화 자산시장에 투입하며 금리 차이와 시세차익에 환차익까지 노리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경고도 대두되고 있다. 특히 '국제 현금지급기'라고 불릴 정도로 환금성이 좋은 국내 증시는 '엔 캐리 트레이드'의 표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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