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도 예산안이 결국 해를 넘겨서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는 2012년 중 예산안을 처리하려 했으나, 막판 일부 예결위원들이 최종 쟁점이었던 제주해군기지 예산과 관련된 부대조건 첨부 및 수정 등을 요구하면서 의사진행이 늦어져 결국 이날을 넘기게 됐다.
여야는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이던 31일 11시55분경 임시국회 1차 본회의를 열었다가 바로 산회, 바로 이어 1일 새벽 2차 본회의를 재개의하고 다시 바로 정회했다. 이후 간사 및 원내대표 간 긴급 의견조정을 거쳐 4시께 본회의를 속개, 6시경 예산안과 예산안 부속 법안인 세법 개정안, 그 밖의 일부 법안 등을 의결했다.
어렵게 국회를 통과한 2013년도 예산안은 총 342조 원 규모로 전년(325.4조)보다 17조 원가량 늘었다. 전체적으로 세입보다 세출이 약 4.8조 원 많은 적자 편성이다. 정부 제출안과 비교하면 세입 항목에서 인천공항 지분 매각대금이 삭감됐으나, 세출에서도 정부안 342.5조 원 대비 5000억 원이 순감돼 적자 폭은 유지됐다.
당초 여야는 간사 협의를 통해 정부안에서 주로 사회간접자본(SOC) 비용 등을 감액하고 복지 예산을 늘려 약 2000억 원대의 정부안 대비 순증을 이룰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일반회계 예산만 놓고 보면 예비비 6000억 등 2조7870억 원이 감액되고 복지 및 지역사업 중심으로 3조9956억 원이 증액돼 1조2086억 원이 순증했다.
그러나 여야는 일반회계를 늘리는 대신 기금운용 계획에서 1조7469억 원을 대폭 삭감해 정부안 대비 증액편성 전망을 오히려 감액편성으로 맞췄다. 삭감된 주요 기금 항목은 공공자금관리기금, 쌀소득보전기금, 농어업재해보험기금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을 끌었던 국채 발행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새누리당에서는 2~3조 규모의 국채 발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가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간사 협의에서 '9000억 원'으로, 다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7000억 원 이하'로 조정됐다가 결국 '0원'으로 결론났다.
예산 증액, 내용별로 살펴보니…
일반회계 항목의 증감 내용을 사업별로 보면 차세대 전투기 도입(F-X) 사업 예산 1300억과 K-2 전차 사업 관련 597억, 공격헬기 사업 500억 등 국방 관련 예산이 3000억 원대 줄어든 반면, 줄어들 줄 알았던 SOC예산은 오히려 3700억 원 이상 늘었다. 그 외 증액의 주요 내용 대개 복지 관련 예산이다.
먼저 무상보육에는 이날 통과된 중앙정부 예산 증액분 6897억 원과 이에 따른 지방비 부담 경감을 위한 특별교부금 등 5607억, 합계 1조2504억 원의 재원이 추가 배정됐다. 무상보육 관련 증액 예상규모는 당초 1억4000억 내외였으나 여야 합의 과정에서 1500억 정도가 줄었다. 이에 따라 무상보육을 위한 내년도 전체 예산 규모는 4조2000억 내외가 됐다.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를 위해서는 장학금 확대 5250억 원과 학자금대출 이자지원을 위한 438억 원 등 전체 5688억 원을 증액했다. 그 외에 중소기업 취업을 전제로 한 '희망사다리' 장학금에 신규로 100억 원이, 일자리 나누기를 위한 7개 사업에 신규 243억 등 292억 원이 증액됐다.
또 월세 및 전세금 원리상환 등 주택임대로 인한 가계부담 축소 대책, 이른바 '렌트(rent) 푸어' 대책을 위한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에서 400억 원이 증액됐다. 사병 월급은 15%포인트 인상이라는 정부안에 258억 원을 추가증액, 인상폭을 20%포인트로 끌어올렸다. 새누리당은 이를 토대로 박근혜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었던 '사병 월급 2배 인상'을 임기 내 이룬다는 계획이다.
한편 막판까지 여야 간 주요 쟁점이 됐던 제주해군기지 관련 예산 2009억 원은 △군항이 아닌 민군복합미항으로 건설하고, △이를 이해 15만 톤급 크루즈 선박의 입항 가능성을 철저히 검증하며, △항만관제권 및 시설 유지보수비용에 대한 협정서 체결 등 3개항의 권고사항을 70일 이내에 조속히 이행하고, 그 결과를 국회에 보고한 후 예산을 집행한다는 부대조건을 붙여 통과됐다.
'택시법'도 본회의 통과…세법 개정안은 '부자 감세' 계속
이날 여야는 예산안 외에도 관련 법안과 일부 민생 법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내년도 세입의 규모를 정한다는 면에서 예산안의 부속법안 성격을 갖는 세법 개정안은 여야가 간사 간 합의에 실패, 각각의 안을 본회의에 부의해 표 대결을 펼쳤다.
민주통합당은 당론대로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 구간을 현행 3억 원에서 1억5000만 원으로 낮추고, 법인세 최고세율을 2%포인트 인상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 개정안 및 법인세 개정안을 수정동의 형태로 발의했으나 각각 재석 283명 중 찬성 129 대 반대 148(기권6), 130 대 148(기권 5)로 부결됐다. 기재위 산하에 설치될 조세특위에서 세제 개혁 방안을 추가 논의키로 하기는 했으나,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부자 감세'는 앞으로도 최소 1년 정도는 유지되게 됐다.
민주당 수정안이 부결된 이후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2000만 원으로 하향하고, △과세표준 3000만 원 이상인 고소득 개인사업자의 최저한세율을 현행 35%에서 10%포인트 인상하며, △과표 1000억 원 이상 대기업의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현행 14%에서 2%포인트 인상하는 개혁 내용만을 담은 세제개편안 원안은 재석281명에 찬성 151명, 반대 110명, 기권 20명으로 가결됐다.
여야는 또한 이날 이른바 '택시법'으로 불리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 개정안을 합의 통과시켰다. 여야는 개정 법안을 통해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에 포함, 택시정류장과 택시 차고지를 대중교통시설로 분류하고 택시업계에 유가보조금과 취득세 감면 등 재정적 혜택도 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 외에 '대형마트 규제법'으로 알려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과 '무상보육법'인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대학 기부금 회계 투명성 제고 내용을 담은 사립학교법 개정안,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위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9억 원 이하 1주택 취득세를 50% 감면해주는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도 이날 국회를 통과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