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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미국 간 날 케리는 출국, 숨은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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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미국 간 날 케리는 출국, 숨은 의미는?

[한반도 브리핑] 미국의 '헤드라인'은 북한 아닌 시리아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 인근에 있는 앤드루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미국시간으로 5월 6일 오후이다. 그때 오바마 대통령은 앤드루 공군기지에 있는 골프장에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방문이 실무방문이기 때문에 외교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 스타일'일 뿐이다.

존 케리가 한미정상회담에서 빠진 이유

그리고 몇 시간 후 이번에는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앤드루 기지에 나타났다.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서이다. 오바마가 보여준 '미국 스타일'과 달리 한미정상회담 기간에 미국을 비운 존 케리의 스타일은 매우 중요하다.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를 이해하기 위한 열쇠기 때문이다.

▲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과 시리아 사태 해결을 위한 회동을 가졌다. 미국과 러시아 양국은 시리아 사태를 계기로 화해 무드를 조성했다. ⓒAP=연합뉴스

존 케리 국무장관은 한미정상회담에 배석하지 않았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핵문제와 원자력협정 개정 등 한미간의 외교현안이 다뤄졌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은 군사동맹을 넘어서 경제, 문화, 국제협력 등 21세기형 글로벌동맹으로 발전했다는 것이 청와대의 평가이다. 한미동맹이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하는 자리에 주무 장관인 미국의 국무장관은 러시아에 있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케리가 자리를 비운 것을 변명이라도 하듯 시리아, 북한, 아프가니스탄 등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케리의 러시아 방문의 주요한 목적은 시리아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서였다.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하고, 이스라엘이 시리아를 폭격하는 등 시리아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랍권이 뭉쳐서 시리아를 공격한 이스라엘에 저항해야 한다는 이란의 선동이 시작되었다. 중동이 다시 전운이 감도는 상황이다.

워싱턴에서 한미정상회담을 할 즈음 모스크바에서는 케리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서 시리아 사태를 협의하고 있었다. 또 한미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나온 첫 질문은 21세기 한미글로벌동맹도 아니도 북한 문제도 아니었다. 시리아 사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질문도 시리아 사태가 북한에 미치는 영향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미국 기자 2명을 포함해 4명의 기자가 질문을 했다. 2명의 미국기자들은 시리아 문제와 미국 군대 내부의 성폭행 문제에 대해서 시간을 할애했다. 무례하기 그지없는 질문이지만 그들의 관심이 어디에 쏠려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사건이기도 하다.

시리아에 밀린 남북한

북한 핵문제나 한미정상회담은 미국외교정책의 우선순위에서 시리아에 밀리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 1월부터 4월 중순까지 고강도 말폭탄을 내뿜었다. 순식간에 미국과 한국의 언론에서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인물이 되었다.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이것을 '헤드라인' 전술이라고 표현했다. 안타깝게도 김정은 제1위원장은 미국 언론의 헤드라인을 시리아에 내주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에서 홀대받았다는 식의 뒷담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이 헤드라인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보스턴 테러 사건으로 북한 이슈는 미국의 테이블에서 내려졌다. 시리아 사태로 북한 이슈는 미국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서 확실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잊혀지는 것을 싫어하는 김정은 위원장이 다시 한 번 불바다 카드를 꺼내 들지도 모를 판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3시간에 걸친 긴 회담 끝에 시리아 정부 측과 반군들 사이의 평화회담을 5월 하순에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존 케리는 작년에 제네바에서 합의한 시리아 평화안이 한 장이 종잇조각이 아닌 '평화의 로드맵'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 시점에서 한미정상은 한반도신뢰프로세스를 꺼내들고 있었다. 그것이 평화의 로드맵이 될지는 아직은 불확실하기만 하다.

앙숙같이 으르렁거리던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시리아 내전 악화를 계기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동안 시리아 반군을 지지하던 미국과 시리아 정부를 지지하는 러시아가 대립과 충돌에서 벗어나 타협점을 찾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우려는 시리아 사태가 악화되어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시리아에서 이슬람 반군들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이들과 체첸반군이 연합하여 모스크바를 위협하는 사태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존 케리는 오랫동안 상원외교위원을 역임했다. 베트남전 포로 출신으로 미국과 베트남의 수교에도 기여했다. 4월 12일 서울을 방문하여 북한과 양자, 다자대화를 제기함으로써 한창 고조되던 북한의 도발을 누그러뜨리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의 국방위원회 정책국이 4월 18일 핵우산 포기, 한미군사훈련 중지 등을 대화의 조건으로 내세운 것에 대해서도 대화를 위한 첫 출발이라고 평가했다.

집중도 떨어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미국의 대외정책은 국무부와 백악관 NSC에서 결정한다. 누가 국무부나 NSC의 책임자냐에 따라서 역할과 비중이 달라진다. 가령 키신저가 백악관 NSC에 있을 때는 NSC가, 그가 국무부에 있을 때는 국무부의 비중이 컸다. 오바마 정부의 첫 국무장관은 미래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이었다. 오바마 2기 국무장관은 과거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존 케리이다.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가 차지하는 위상을 말해준다.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시점에서 국무부의 우선순위는 시리아로 급속히 이동했다. 미국 내부의 강한 반북여론 때문에 북한과 대화 분위기 조성을 중국에 아웃소싱 해서 중국의 역할을 높이려는 것이 존 케리의 구상이었다. 그런데 존 케리가 워싱턴을 비웠다. 국무부에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실무적으로 최고책임을 지는 자리는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자리도 아직 공석이다. 한미정상회담 때 미국의 국무부 라인은 비어 있었던 것이다.

미국의 의회를 비롯한 여론은 북한 문제에 대해서 대체로 부정적이다. 그런 상황에서 시리아 사태의 악화로 한반도 문제가 미국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되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위기를 전환시킬 해법이 마련되지 못한 하나의 이유이다. 중동문제에 집중하기 위해서 미국 정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지지하는 차원에서 한반도 상황관리를 하고자 했던 것이다.

북한 압박에 열광하는 미국 의회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상하의원 합동연설을 할 때, 연설 도중 미국 상하의원들은 두 차례 기립 박수를 하였다. 첫 번째는 박 대통령이 "북한의 도발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을 때였다. 두 번째는 "북한의 도발에 보상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연설 직후였다. 미국 상하의회가 이처럼 북한에 대한 불신과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리아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지지 이상의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것이 미국 정부의 처지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의회 연설 도중 기립박수를 받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오바마 정부는 의회의 강경 분위기 때문에 북한과 대화를 위한 조건 마련을 중국에 아웃소싱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바마 정부는 한국의 입장을 중요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반도 위기 상황 때문에 위기방지를 위한 한반도 평화정책이 대한 주장이 호소력도 있다. 한반도 평화와 국면전환을 위해서 한국이 한몫 할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역대 어느 정상회담 보다 한국이 주도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결국 한국의 주도성은 신뢰프로세스를 오바마 정부가 수용하는 것으로 국한되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새로운 비전은 제시되지 못했다.

'한미동맹 60주년 공동선언'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이명박 대통령도 2009년에 오바마 대통령과 한미동맹미래비전을 선포했다. 한미동맹미래비전에서 제기된 내용들에 기초한 것이 이번 공동선언의 주요한 내용들이다. 수사적으로는 이번 공동선언이 한미동맹을 기존의 군사동맹을 넘어서 신뢰동맹, 글로벌협력으로 발전시켰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공동선언은 이런 수사적인 설명과 다른 차원에서 우리의 대외전략에 몇 가지 과제를 던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대중국 전략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미정상 회담 직후에 "중국이 북한에 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지역 안보와 관련한 중요 문제에서 줄곧 공정하고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한반도의 평화·안정 수호,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중국의 세 가지 한반도 관련 원칙은 매우 명확하다"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중국 외교부가 다소 이례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박 대통령발언을 대중 압박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폭되는 MD 참여 의혹

아울러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MD 참여 문제나 시리아 사태 협력과 같은 문제들이 언급된 것 역시 정부의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미공동성명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동의 대응 노력과 함께, 정보·감시·정찰 체계 연동을 포함한 포괄적이고 상호 운용 가능한 연합방위력을 지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공동의 능력, 기술 그리고 미사일 방어(MD)에 투자함으로써 함께 성공하고 함께 작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만 놓고 보면 한미 양국정상이 한국의 MD 참여를 협의한 것으로 들린다. 국방부는 한국의 MD 참여는 실익이 없다고 말하며, 북한 미사일에 대비한 저층 방어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만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150Km 이상의 상층요격미사일인 SM-3 미사일 구입을 추진하는 등 MD 참여에 대한 의혹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과 저의 동북아 평화협상 구상이 동북아의 평화와 발전을 추구하는데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른바 '서울프로세스'를 한미정상회담과 의회 연설에서 강조했다. 그런데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정책'은 MD 배치가 중심이라서 중국이 이를 대중국 포위전략이라고 의심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MD 참여에 대해 한미 간 그간 논의된 사안에 대한 국방부의 명료한 설명이 필요하다. 또 오바마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에서 시리아 사태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말했는데 역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추가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무난한 정상회담, 그러나 설명이 필요해

한미정상회담은 새로운 대북정책이나 한반도 위기해결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채 무난하게 마무리되었다. 무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올 수 있으나 그 지점에서 반대로 성과가 무엇이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이야기하면서도 동북아 국가들의 북한에 대한 '압력공조'만을 수단으로 제시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는 북한과 '강대 강'의 대결구조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핵폐기 수단이 없이 북한의 선(先)핵폐기만을 제기한 것이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신뢰구축의 수단을 제시하지 못하고 북한의 선핵폐기를 제기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박 대통령은 동북아 평화협력을 내용으로 하는 서울프로세스를 말하고 있지만,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을 건너뛰고 있다.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이 없는 서울프로세스는 모래성이 되거나 최소한 오아시스 없는 사막이 될 수 있다. 또 동북아 평화협력을 추구하는 서울 프로세스와 6자회담의 관계는 설명이 되고 있지 않다.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이 없이, 북한과 협력이 없이 'DMZ 세계평화공원'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할 수 있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정부가 설명하거나 보완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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