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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박근혜 지지율이 39%? 조작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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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20대 박근혜 지지율이 39%? 조작 아니에요?"

[르포] 대학가 20대 유권자들 만나보니…

'젊은 층은 진보, 나이든 층은 보수.' 일종의 공식처럼 받아들여지는 말이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 문재인'의 구도가 형성된 18대 대선에서, 유권자 중 가장 젊은 20대는 과연 문재인의 텃밭일까?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최근 각 조사에서 대개 50~60%대에 머물러 있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율은 30%대 중반까지 올라온다.

단 여론조사 업체마다 차이가 크다는 점은 눈여겨 봐야 한다. 최근 사흘 간 발표된 여론조사들을 돌아보면 문 후보의 20대 지지율은 70.1%(9일 오마이뉴스-리서치뷰 조사)에서 54.7%(8일 국민일보-글로벌리서치)까지 차이가 난다. 박 후보 지지율도 29.2%(오마이뉴스)에서 39.1%(9~10일 리얼미터)까지 널을 뛴다. 10~15%포인트씩 차이가 나는 것이다.

여론조사 등 선거 사정에 정통한 한 정계 인사는 이에 대해 20대의 경우 여론조사 대상에 잘 포집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여론조사 회사들이 대개 할당된 샘플 수를 채우지 못한다면서, 이로 인해 가중치를 부과하기 때문에 편차가 크다고 설명한다. 정확성이 낮다는 것. 그럼에도 확인되는 대강의 추세는 있다. 이들의 '형/언니 세대'라 할 수 있는 30대보다 문 후보 지지가 상대적으로 낮고, 박 후보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대개의 조사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추세다.

왜 20대가 30대보다 보수적인 성향을 보일까? 40%에 육박하는 20대 유권자가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은 사실일까? 강추위가 맹위를 떨친 11일, 안철수 전 후보가 대학가를 찾은 배경으로 짐작되는 부분이자 <프레시안>이 직접 20대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찾아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20대 인터뷰이들은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하게 대부분 실명을 밝히기 꺼려하거나 실명 보도를 거부했다. 민감한 시기에 주변의 인간관계가 우려된다거나 취업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걱정된다는 등의 이유였다.

수면 위는 문재인-안철수…"그래도 박근혜는 좀 그렇다"

수면 위로 드러난 반응들만 보면 '젊은 층은 진보'라는 속설대로라고 할 법도 했다. 문 후보 지원유세에 나선 안철수 전 후보에게 쏟아진 대학생들의 관심은 뜨거운 수준이었다. 유세 현장 인근에서 자기들끼리 대화를 주고받을 때에도 '어디 계셔?', '말씀하시려나 봐' 라고 꼬박꼬박 존칭을 사용하는 모습에서는 진심어린 존경까지 엿보였다.

이날 기자가 만난 20대 대학생들 중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한 사람은 20여 명 가운데 단 2명. 지지 후보가 없거나 밝힐 수 없다고 한 사람이 4명이었고, 나머지는 문재인이 좋아서든, 안철수가 좋아서든, 또는 박근혜가 싫어서든 문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고려대에서 만난 이 아무개 씨(여, 27세)는 '박근혜가 싫어서'인 경우다. 이 씨는 "원래 보수적 입장이었는데, TV토론을 보니 자질이 의심되더라"며 "박 후보를 '독재자의 딸'이라고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럴까 했는데 그 당 안에서 하는 방식을 보면 민주적이지 않은 것 같다. 문 후보가 좋다기보다는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학교 김 아무개 씨(여, 25세)도 "문재인이 좋다기보다는 새누리당이 싫다"고 잘라 말했다. 건국대 장 아무개 씨(남, 20세) 역시 "문 후보가 다 마음에 든다기보다는 상대 후보를 이기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고 했다.

반면 이화여대 대학원생 장혜정 씨(가명, 29세)는 '문재인이 좋아서'다. 장 씨는 "살아온 배경, 해온 일, 사상을 보면 저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말한다. 이 학교 학부생인 손 아무개 씨(22세)도 "제가 생각하기에 문재인이 더 서민을 위한 정치를 잘할 것 같다"며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다면 MB정권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가 좋아서'인 것으로 짐작되는 경우도 있었다. 연세대 학생회관의 한 동아리방에서 만난 전 아무개 씨(여, 22세)는 안 전 후보 사퇴 전 그의 지지자였음을 밝히며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해둔 후보는 있다. 문재인 후보, 차악이다"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대학원생 김 아무개 씨(여, 29세)는 지지 후보를 밝힐 수 없다면서도 "제가 반대하는 후보가 당선되면, 이제까지의 정치가 계속 이어질 것 같고 '새로운 정치'가 잘 안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상의 모든 인물들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 외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자신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1차적 인간관계 집단 내에서, 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없거나 최소한 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장혜정 씨는 주변의 반응에 대해 "박근혜 후보 지지자는 없는 것 같다"며 "어제도 20대 초중반 친구들 8~9명과 만났는데, 정치 얘기가 나와도 박근혜 좋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건국대 학생 박 아무개 씨(여, 22세)도 "박근혜 지지하는 사람은 못 본 것 같다"고 했고, 박 씨의 친구 한 아무개 씨(여, 22세) 또한 "주위는 대부분 문재인(지지자)이고 저도 문재인"이라고 했다. 이대생 이 아무개 씨(여, 21세)는 "제 주변에는 박근혜 지지자는 없는 것 같다"며 "건너 건너 들은 적은 있다"고 했다.

지난달 부산대를 찾았을 때 '친구의 친구가 박근혜 지지한다더라'는 식의 반응이 나온 것과 유사했다. 심지어 이대생 이 아무개 씨(21세)는 기자가 전해준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여론 조작 아니냐?"면서 믿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11일 서울 홍대앞 거리에서 지원유세 중인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가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다. 그를 향한 20대 청년층의 반응은 뜨거웠다. 8일 후, 이들의 선택에 따라 대선 결과과 좌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사회 나가면 기득권층 될 텐데, 박근혜 지지가 맞지 않나?"

그러나 여기까지다.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기보다 침묵하고 있는 일부 20대의 표심은 이같은 일방적 흐름으로 수렴되지 않는다. '친구의 친구'까지 갈 것도 없이 본인이 박 후보를 지지하거나 주변에서 박 후보 지지자들을 많이 만난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도 꽤 됐다.

고려대 정경대학 건물 뒤편에서 만난 우대관 씨(가명. 남, 21세)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우 씨는 "총선 때는 민주당에 투표했다"면서도 "그때는 대학 초기라 잘 몰랐는데 대학생이 되고 정치에 관심이 생겼고, 인터넷에 떠도는 근거 없는 글이 아니라 팩트(fact)를 찾아봤다"고 했다.

우 씨는 박 후보 지지 이유 중 큰 부분으로 "안보관"을 들고 "선별적 복지가 맞는 것 같다"는 주장도 밝혔다. '친노'의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때 문 후보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는데 경제가 나아진 게 없지 않나. 그런 정책을 그대로 하려는 것 같다"면서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지지자들이 늘어났는데, 감정적이고 동정적인 것 같다.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연세대 한 동아리방에서 만난 채 아무개 씨(남, 25세)도 박 후보를 지지한다면서 "정책이 저랑 맞는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정책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니 그 쪽(박 후보 지지성향)으로 나오더라"고 말했다. 채 씨는 박 후보의 정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국방 강화"를 들었다. 채 씨는 하지만 "술자리 등 모임에서 저는 정치 얘기를 잘 안 한다"면서 "들어 보면 문재인 지지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고 한다. 듣고만 있는다는 투다.

본인은 박 후보를 지지하지 않지만 기자의 질문을 받고 주변의 박 후보 지지자들 이야기를 전해준 경우는 더 많았다. 채 씨와 같은 동아리인 이동환 씨(가명. 남, 22세)는 "제 주변에는 박 후보 지지자가 많다"고 했다.

이 씨는 "주위에 졸업준비생들이 많은데, 주위 얘기를 들어보면 '연세대를 졸업하면 그래도 연봉 4~5000만 원은 받을 테고 기득권이 되는 게 아니냐. 그러면 박근혜가 되는 게 낫지 않느냐'고 한다"고 전했다. 본인의 성향에 대해서는 "저는 딱히 지지하는 후보가 없고 상황을 보고 있다"면서 "당장 공약을 봤을 때, 20대를 위한 공약은 반값 등록금 하나 아니냐. 와 닿는 공약이 없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박 아무개 씨(남, 24세)는 동년배에서 박 후보 지지율이 비교적 높은데 대해 "당선되면 공약을 실현시킬 수 있는 힘 때문이지 않을까?"라고 분석했고, 고려대 김 아무개 씨(여, 25세)는 "민주당의 무분별한 4대강 비판 등의 분위기가 싫다고 한다"고 주변의 박 후보 지지 이유를 전했다.

북한 관련 언급도 빠지지 않았다. 건국대생 김 아무개 씨(남, 21세)는 "박근혜 지지하는 사람들을 보면 '종북세력 반대' 등이 이유"라고 전했다. 고대생 정 아무개 씨(남, 25세) 역시 "박근혜 지지자들이, 주위에 좀 있는 것 같다"면서 "문재인의 대북관이 안 좋다고 한다"고 전했다.

"보수적 대학생은 발언 안 해"…20대, 민주당 '집토끼' 아니다

그렇다면 그 비율은 과연 얼마나 될까? 대학생 개개인이 여론조사 기관이 아닌 만큼 어림짐작에 의존할 수밖에 없긴 하지만 관심이 가장 집중되는 부분이다. 이대 학생인 강유경 씨(21세)는 "새누리당은 최악"이라고 문 후보 지지 입장을 밝히면서도 "주변에 박근혜 지지자들이 '은근히' 많다"고 했다. "여성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사람들"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느낌이 안 좋다'는 이유로 새누리당이 싫다는 연세대생 정 아무개 씨(남, 19세) 역시 주변에 박 후보 지지층이 '좀 있다'면서 "보통 술자리에서 인원의 반을 넘은 적은 없지만, 말을 안 하는 사람도 있으니 소수는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정 씨는 "박근혜가 아닌 다른 후보가 같은 공약을 들고 나오면 찍을 텐데, 박근혜라서 좀 그렇다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들은 (새누리당의) 정책이 마음에 든다고 한다"고 이색적인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여론조사에는 잡히는 박근혜 후보 지지층이 체감상으로는 거의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연세대 교지 <연세> 편집위원인 반석(23세) 씨는 "대학생들은 보수적인 생각을 안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며 "박 후보 지지도 익명으로 글을 올릴 수 있는 학교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나 하지, 대외적으로 하는 사람은 못 봤다"고 했다.

반석 씨는 "한 수업에서 시민단체 사례발표를 하면서 보수단체에 대한 발표도 있었는데, 수강생들의 반응을 보면 보수단체는 '웃을 수 있는 대상'이라는 인식, '보수는 꼴통'이라는 인식이 당연하게 깔려있는 것 같다"고 했다.

앞서 박 후보 지지자라고 밝힌 고려대 우대관 씨도 "학교 분위기가 '저항적'이라 친구들끼리 있을 때는 (정치 성향을)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박 후보나 새누리당에 대해 "일종의 개그처럼 '까'거나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서울 시내 한 대학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자니 대학생들이 전날 2차 TV토론에서 나온 박 후보의 말실수 '지하경제 활성화'를 웃음거리로 삼고 있었던 것도 이런 분위기의 일부다.

보수 성향의 20대 표심이 숨겨져 있다는 것은, 민주당이 현장에서 체감으로 전해져 오는 민심만 믿고 20대를 '집토끼' 또는 잡아 놓은 고기라고 안심하고 있다가는 의외의 결과에 직면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20대 선거 대책으로 신경쓸 부분이 단지 투표율 제고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20대를 위한 공약은 반값 등록금 하나'라는 이동환 씨의 지적 또한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실제로 공약이 부실했든 홍보가 부족했든 이들의 인식이 이렇다면 말이다.

이동환 씨의 말 가운데는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이 있다. '어차피 명문대 나와 졸업하면 기득권인데 보수당 지지가 당연하다'는 졸업준비생들의 반응이다. 또 정책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박 후보의 정책과 성향이 비슷하게 나왔다는 연세대 학생 채 씨의 말 역시 짚어 볼 만하다.

주로 지역별, 세대별 투표가 이뤄져 온 한국에서 이는 강남 3구의 표 집중 현상과 함께 계급별 투표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알리는 면이 있다. 더 이상 20대, 또는 청년층을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 분석하는 것이 얼마나 유효한가를 돌아보게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동환 씨의 주변 인물들이 보수정권 하에서 실제로 '기득권' 진입에 성공할지는 미지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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