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새정치'를 강조하며 3일 정치일선 복귀에 나섰다. 이날 안 전 후보는 1000여 명의 지지자들 및 캠프 구성원들과 함께 '진심캠프 해단식'을 치렀다. 그러나 안 전 후보 스스로도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했듯, 해단식은 일면 출정식의 의미를 가지는 면이 분명 있었다.
우선 해단식 분위기는 비교적 밝은 편이었다. 일부 참석자들이 감회를 이기지 못하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으나, 후보 본인도 지난 대선 과정보다는 앞날에 방점을 둔 연설을 선보였다. 후보의 연설 중간 중간 지지자들은 "옳소!", "파이팅!" 등 추임새를 넣거나 각자의 주장을 외치며 호응하기도 했다.
후보의 연설에 앞서 있었던, 자원봉사자들의 소감 발표 자리는 다소 습윤했지만 이 역시 방향은 과거보다 미래를 향해 있었다. 콜센터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했던 하윤희 씨는 "우리는 안철수 교수님을 안철수 후보님으로 만들었다"며 "지난 66일 동안 갑자기 늙어버린 후보님의 얼굴을 보면서 저는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그동안 얼마나 힘드셨나"라며 울먹였다.
하지만 하 씨는 "후보님과 끝까지 함께 가겠다. 쏟아지는 화살을 막아줄 수 없다면 그 화살을 함께 맞고, 함께 걷겠다. 안 후보께서 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는 그 날까지 여기 모인 우리 모두가 후보님을 지켜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안 전 후보는 '갑자기 늙어버린'이라는 대목에서는 웃음지으면서도 시종 진지한 표정으로 하 씨의 소감을 들었다.
자연스럽게 관심은 안 전 후보의 앞날 행보에 쏠린다. 우선 자원봉사자들까지 300명에 달했던 선거캠프는 주요 관계자들과 몇몇 실무팀을 중심으로 재편돼 안 전 후보의 정치활동을 지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안 전 후보를 도울 것으로 알려진 한 선거캠프 관계자는 해단식 이전 "오늘은 해단이 맞지만, 소수의 지원팀 비슷하게 준비될 것"이라며 실·팀장 등 캠프 주요 보직자 대다수는 여전히 안 전 후보를 도울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관계자도 일정·수행팀, 상황팀, 메시지팀 등의 선거캠프 내 부서는 앞으로도 안 전 후보를 계속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했다.
▲3일 선거캠프 해단식에 참석한 안철수 전 후보가 손뼉을 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대선 역할은?…캠프 관계자들 "安, 문재인 도울 것"
당장 대선 국면에서도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여론과 언론의 관심이 쏠릴 것을 예고하고 있다. 대선후보직을 사퇴했음에도 그가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안 전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도울 경우, 현재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뒤지고 있는 문 후보가 박 후보를 앞지르거나(<한겨레> 조사), 오차범위 내인 1%포인트대로 바싹 추격하는 양상(<SBS> 조사)을 보이고 있다.
한편에서는 안 전 후보가 이날 해단식에서 선보인 연설 내용을 놓고 볼 때, 문 후보 지원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있다. 연설 가운데 절반은 '앞으로 새정치를 계속해 나갈 저 안철수를 성원해 달라'는 내용이었고, 나머지 반의 반이 각각 '문 후보를 성원해 달라고 한 저의 뜻을 받아들여달라', '대선 과정의 네거티브가 너무 심하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선거캠프 관계자들은 "방점은 돕겠다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 안철수 선거캠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이 정도면 크게 한 걸음 내딛은 것"이라며 "사퇴 회견에서는 '성원해 달라'고만 했으나, 오늘 '아픔이 있더라도 큰 마음으로 그 뜻을 받아들여달라'고 한 것은 상당히 적극적인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또 이날 해단식에서 문 후보 지지를 당부하는 내용이 분량으로나 표현으로 예상보다 약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선관위에서 연락이 왔는데, 이 자리에서 지지를 직접 당부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선거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할 만큼 했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도 "이게 돕겠다는 얘기지 어떻게 안 돕겠다는 얘기냐"며 "선관위 지침상 그렇게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민영 대변인도 구체적 지원 방식 등에 대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최선을 다해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번 더 밝힌 것"이라고 강조했고, 전문 영역에서 안철수 선거캠프에 조직적으로 결합한 한 인사도 "대선 때까지는 문 후보 당선을 위해 열심히 뛸 것"이라며 캠프 내 해당 분야 조직에서는 이탈자가 단 한 명도 없다고 힘을 실었다. 이 인사는 "다만 (문 후보 측과) 연대해서 할 것인지, 독립적으로 할 것인지 등 어떤 형식으로 하느냐는 조율해봐야 한다"고 했다. 또 전날에는 안 전 후보의 공식 팬클럽 '해피스' 대표단도 문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보기)
"민주당에 달렸다…安은 보조적 역할" 선긋기도
다만 안 전 후보의 역할이나 책임은 어디까지나 제한적이라는 인식도 캠프 인사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정권교체라는 대선 구도는 살아 있는 것"이라면서도 "그 구도를 만들고 나아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문 후보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대선은 후보의 선거다. 문 후보가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안 후보는 보조적 역할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캠프 내 실세로 평가받았던 다른 관계자도 대선의 향방을 묻는 질문에 대해 "민주당에 달렸다"며 "아무리 안 후보가 나서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고 해도 민주당이 네거티브나 계속하면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고 짚었다. 여론조사 결과가 대선의 열쇠를 쥔 것이 안 전 후보임을 가리키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서도 "안 후보가 한 마디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로부터 촉발될 모든 변화의 효과를 다 해서 그렇다는 얘기"라고 의미를 한정했다.
다른 캠프 관계자도 "나는 이긴다고 본다. 한명숙, 최문순, 박원순 선거 때에도 결과는 여론조사와 달랐다"고 전제하면서도 "민주당은 (독자적 역량으로) 이긴다고 보니 우리 쪽에 별 연락이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혹여 대선에서 기대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경우, 그에 대한 안 전 후보의 책임을 제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캠프에서 주요 보직을 역임했던 한 인사는 "나는 여기까지"라며 안 전 후보의 정치행보에 더 이상 적극적으로 결합하지 않을 뜻을 밝히면서 "문재인으로는 패배한다"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 인사는 "문 후보는 개인적으로는 훌륭하지만 그 상징성 때문"이라며 문제는 문 후보가 참여정부의 이미지를 덮어쓰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안 전 후보의 도전이 "여야 양당 체제의 정치구조를 바꾸고, 다양한 의견을 전달하고,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그를 통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정치실험"이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노사모'라는 자원을 가지고 당선됐음에도 여당과의 관계설정에 실패하면서 결국 국정이 불안해졌다며 "안 후보도 그런 길을 따라가면 필패"라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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