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중수부 폐지'를 내세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검찰개혁 공약 발표가 있은 날, 더 강력한 개혁안을 내놓으며 맞불을 놨다. 검찰총장직을 비(非)검찰 인사에 개방하고, 검찰총장추천위원회와 검찰인사위원회에 검찰 외부 인사를 과반수 두며, 검사장급 고위간부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등의 내용이 눈길을 끈다.
문 후보는 2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공약을 발표한 후 박근혜 후보에게 검찰개혁 방안에 대한 '끝장토론'을 공개 제안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반부패·정치쇄신과 검찰개혁을 위해 우리 두 진영이 TV에서 끝장 토론을 하자"면서 "국민이 원하는 검찰, 국민을 위한 검찰, 국민과 함께 하는 검찰을 위해 우리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는 모습을 국민들께 보여드리고 정정당당하게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문 후보는 "얼마 전 공개돼 파문을 일으킨 윤대해 검사의 문자 메시지에는 '박근혜가 될 것이고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공약은 없으므로, 그에 대해서는 개혁안으로 얘기할 필요가 없다'는 매우 충격적인 내용이 들어 있다"며 "결국 박 후보가 되면 국민이 바라는 검찰개혁은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위장개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이번 대선은, 한평생 인권변호사로 현장에서 검사들을 만나오면서 누구보다도 검찰 개혁의 필요성과 내용을 잘 알고 있는 법조인 출신 후보 저 문재인과, 정치검찰을 비호하다가 선거 때가 되니까 검찰개혁을 하겠다고 얘기하는 박 후보 중 누구를 뽑을 것이냐를 가르는 선거"라며 "누가 과연 진짜 검찰 개혁과 정치 쇄신을 할 수 있는 후보인가?"라고 공세를 폈다.
"검찰총장, 외부인사에 개방…총장추천위도 외부위원 과반으로"
문재인 후보가 이날 회견을 통해 밝힌 검찰개혁안은 △인사제도 쇄신, △검찰 권한의 견제, △자정능력 강화 등 크게 세 부분으로 돼 있다. 가장 큰 관심이 쏠리는 인사제도 쇄신과 관련해 문 후보는 "그동안 대통령에게 주어졌던 검찰총장 임명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며 "지금까지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현직 검사 중에서 임명해 왔던 검찰총장직을 외부에도 개방해 국민의 신망을 받는 검찰총장이 임명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그러기 위해 독립적 검찰총장후보추천위를 구성하겠다"며 "검찰 내부의 의견이 수렴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시민단체 등 외부인사가 과반수 이상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하고 검찰을 국민의 감시 아래 두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검찰총장 인사와 관련해 "추천위가 추천한 인물로 임명하고,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사람은 임명하지 않겠다"고 공약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이어 문 후보는 "검찰인사위원회를 혁신하겠다"며 "인사위를 외부 인사가 과반수 이상 참여하는 형태로 확대 개편하겠다. 이를 통해 검찰인사위원회의 중립성·독립성을 강화하고 검사장급 인사에 대해서는 인사위에서 인사청문회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또 "간부급 검찰의 인적쇄신을 위해 차관급인 검사장급 이상 54명 고위 간부를 절반으로 줄이고, 검사장급 직위에 대한 개방형 임용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공약에는 이 부분이 "55명에 이르는 검사장급 이상 직급을 순차적으로 감축"하겠다고 돼 있다.
그 밖에 문 후보는 검찰 인사개혁과 관련해 "'전관예우'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평생검사제'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하고, 검찰청 예산 독립, 검찰총장의 국회출석 의무화 등도 공약으로 내세웠다.
공수처 설치, 중수부 폐지 입장 유지
검찰 권한의 견제와 자정능력 강화 부분에서는 대개 기존 입장이 유지됐다. 이날 발표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와 중수부 폐지, 검사의 국가기관 파견 금지 등의 공약은 앞서 문 후보가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문 후보는 또 법조계 외부 인사도 법무장관에 임명될 수 있도록 하고, 법무부 내에 비검찰 출신 감찰관으로 구성된 상설 독립 감찰기구를 두며, 판결이 확정된 사건의 수사기록을 공개하는 등의 방안도 발표했다.
검찰의 기소독점권 제한과 관련해서는 "불기소 처분에 대한 통제 강화를 위해 고소·고발인의 법원에 대한 재정신청 전면 허용과 공소유지 변호사 제도를 도입하겠다"며 "검사의 무리한 기소로 무죄판결 받은 경우, 검찰인사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중대범죄사건을 제외하고는 검찰의 항소권을 제한해 국민들이 이중삼중으로 재판에 시달리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검경 수사권 조정문제에 대해선 "(검찰은) 기소나 공소 유지에 필요한 증거수집 등 보충적인 수사권과 일부 특수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제한적으로 가지게 될 것"이라며 "영장청구 절차와 기소여부 결정권을 통해 경찰의 수사업무를 필요한 범위 내에서만 통제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경우 이 부분은 "현장수사가 필요한 사건을 포함해 상당부분의 수사는 검찰의 직접 수사를 원칙적으로 배제하겠다"고 돼 있다.
한편 문 후보는 비리를 저지른 검사에 대한 처리 문제와 관련해 "비리 검사의 경우 현재 변호사 개업 금지 사유가 제한적이지만 개업 금지 기간을 연장하는 등 이를 확대하겠다"는 강화된 처벌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새누리당의 관련 공약은 "검사가 비리를 저지르고 옷을 벗은 경우에는 일정기간 변호사 개업을 못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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