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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MB의 겉포장을 찢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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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MB의 겉포장을 찢어버렸다"

[해외발언대] "강남스타일, 국가브랜드위원회의 '뻘짓' 증명"

다음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에 게재된 칼럼 '한국 정부의 어리석음 드러낸 강남스타일(Gangnam Style exposes Seoul's folly)의 주요 내용이다. 필자 크리스천 올리버는 이 신문의 서울지국장이다

올리버는 <강남스타일>의 대히트가 한국의 국가브랜드를 크게 높인 일대 사건이며, 이 사건은 이명박 정부에서 지난 2009년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추구한 전략이 '뻘짓'에 가까운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직설적인 비판을 가했다.<편집자>

▲1일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 잔디광장에서 열린 아주 인터네셔널데이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에 맞춰 말춤을 추고 있다. ⓒ뉴시스
"국가브랜드위, 쓸데없는 조직"

유튜브에서 지금까지 조회수가 6억 번을 넘긴 <강남스타일>은 한국의 특이한 정부기구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에게는 뜻밖의 횡재다. 나는 <파이낸셜타임스> 한국 특파원으로 있는 동안 각종 토론회와 방송에서 "당신은 왜 이 위원회가 쓸데없는 조직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시달렸다.

눈부신 발전을 해온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보다 '브랜드'에서 뒤질 이유가 없다며 억울해 하는 한국인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국가에서 브랜드 위상을 높이겠다고 나선 것은 계획경제로 성장목표를 설정했던 지난 시절의 발상이다.

개발도상 시절 산업 진흥을 하듯이 소프트 파워를 육성할 수는 없다. 지난 2010년 G20 정상회의를 한국이 유치한 것이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한국 관료들의 주장에 대해 나는 어이가 없었다.

나는 한국의 국가브랜드가 크게 높아지는 것은 관료들의 지원과 관계없는 커다란 문화적 사건이 계기가 될 것라고 주장해 왔다. 한국 정부는 국민을 믿지 못하는 것으로 악명 높다. 국민에게 북한의 웹사이트도 차단할 정도다.

나는 그런 것은 국민이 알아서 할 일이고, 한국인의 위대함은 예기치 않는 방식으로 빛나게 될 것임을 인정하라고 주장해왔다.

그런 계기로 나는 한국의 영화가 이런 사건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스포츠 선수가 그런 일을 할 수도 있다(나로서는 지난 올림픽 펜싱 경기에서 화제가 된 신아람 선수가 진짜 한국의 자부심과 열정을 상징하며 국가브랜드를 높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국가 주도 정책으로 세계인의 마음 사로잡아?

마침내 한국의 국가브랜드를 높인 대박 사건이 터졌는데, '싸이'라는 34세의 래퍼였다. 중국의 반체제 예술인 아이 웨이웨이와 영국 런던 시장 보리스 존슨까지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따라하는 상황은, 정부 주도로 국가브랜드를 높이겠다는 발상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대조적으로 보여줬다.

세계의 여러 나라 사람들이 특정 국가와 정서적으로 연결되는 것을 인위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증거가 필요하다면, <강남스타일>의 무정형성을 살펴보면 된다.

<강남스타일>은 한국의 관료들이 보여주려고 했던 정제되고 건전한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싸이는 팝 스타라기보다는 씨름선수처럼 보인다. 화장실에서, 깡패들과 사우나에서 노래를 부르고 한국의 일부 억압적인 사회문화에 대해 은근히 조롱한다.

<강남스타일>에는 한국의 관광정책과 브랜드 육성과 관련된 관료들이 극구 피하려던 요소들로 가득차 있다. 그들은 이런 요소들을 외면만 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의 고궁들을 가보면 한국 정부가 어떤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공식 안내책자는 무슨 얘기인지 알 수 없다. 명성황후가 시해된 현장, 사도세자가 뒤주에 갖혀 죽은 현장을 찾았어도, 관광객을 위한 안내책자에는 눈으로 보이는 것만 설명할 뿐이다.
이들 공식 안내서는 한 국가가 겪어온 다사다난한 역사를 보여주는 것을 한사코 피하려고만 한다.

방문객들이 정작 흥미로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런던을 방문해 보면 셜록 홈즈와 잭 더 리퍼, 단두대가 있던 '타워 오브 런던'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한국은 꾸미지 않아도 놀라운 이야기 간직한 나라

반면 한국의 안내책자는 한국의 문화를 조선 왕조에서 유래된 점잖은 유산으로 묘사한다. 서민의 삶을 보여주는 야외 행사는 인삼축제와 도자기 축제다. 싸이는 이런 포장을 찢어버렸다. 한국의 문화는 재밌지만 거칠고 자유분방한 요소들도 있다.

한국의 역사의 어두운 부분을 건드리는 것은 지금도 아픔이 된다. 하지만 국가브랜드위원회가 한국의 고유문자인 한글과 고유음식인 한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차별화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치자면 에티오피아와 불가리아도 이색적인 문자와 음식문화가 있다.

한국을 특별하게 만들고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주목받는 나라로 떠오른 과정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은 1950년대 골육상잔의 전쟁과 1980년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의 역사다.

1960년대만 해도 1인당 국민소득이 아프리카 가나의 절반에도 못미쳤던 나라가 세계 7위의 수출국이 된 기적의 이야기는 고무적이기도 하지만 적나라한 사실이다.

한국의 관료들에게 국가브랜드를 육성하는 노력을 하지 말라고 요구해봤자 소용이 없겠지만, "조용한 아침의 나라" 같은 겉포장 방식은 버려야 한다.

싸이의 사례가 보여주듯, 한국인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그런 고요함을 떨쳐낼 때다.

한국의 관료들은 과도한 음주와 떠들썩한 분위기의 한국인들의 모습이나 고난했던 과거를 보여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한국의 브랜드를 끌어올리게 되는 것은 꾸미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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