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는 1일 새누리당에 대해 "정치가 장난인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문 후보는 이날 강원 고성 남북출입사무소를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로서는 아주 진지하게논의하고 고심 끝에 투표시간 연장을 위해 (새누리당의) 제안을 수용키로 한 것"이라며 "이제 와서 아니라고 하면 무슨 정치를…"이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후보는 강원도 선대위 출범식 인사말에서도 "선대위원장들이 릴레이 1인 시위를 하면서 투표 시간 연장운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가 반대한다. 그들은 더 많은 사람들의 투표참여를 두려워 한다"고 꼬집었다.
문 후보 선거캠프의 진성준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두 법안을 연계하자는 것은 이정현 공보단장의 개인 생각이었다'고 한 데 대해 "이 공보단장이 박근혜 후보의 입이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라며 "구차하게 변명하지 말라. 차라리 투표율이 높아지면 불리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하라"고 쏘아붙였다. 진 대변인은 "새누리당이 이렇게 투표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디도스 테러'와 '터널 디도스'의 배후를 우리 국민이 의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투표시간 연장할 돈, 국고보조금으로 나눠내자"
민주당 지도부도 적극 역공에 나섰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투표시간 연장에 대해 새누리당이 왜 그렇게 인색한지 이해할 수 없다"며 "차라리 각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대선을 3시간 연장하는 비용만큼 줄이도록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각 당이 받는 돈을 줄이는 것은 각 당의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라며 "(박지원) 원내대표께서 새누리당 대표와 합의를 해서, 이번 선거 때부터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박용진 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논평에서, 새누리당에서는 투표시간 연장이 문재인 후보의 정치공세라고 하고 있다면서 "투표시간 연장 법안은 친박 의원들이자 지금은 새누리당 의원인 김을동, 노철래 의원 등이 3년 전에 제출했다. 그것도 2~3시간이 아니라 화끈하게 24시간을 보장하는 법안을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그 정치공세를 지금은 새누리당 의원이 된 친박연대 의원들이 무려 3년 전부터 문 후보를 위해 치밀하게 준비해왔단 말이냐? 말 같지 않은 소리 좀 그만하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전날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의 반응이 나온 직후에도 "새누리당이 공보단장을 통해 연계처리를 제안해놓고 이제 와서 원내대표가 발뺌하려 한다면 그야말로 새누리당은 먹튀정당", "마구잡이 당나라정당", "전형적인 정치사기집단" 등 격한 언사를 동원해 문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었다.
▲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1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열린 강원지역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새누리당 "입법 문제니 선대위가 거론할 일 아니야"
궁색한 처지가 된 새누리당은 '국회에서 얘기하면 될 일'이라고 하고 있다. 새누리당 선대위 안형환 대변인은 "분명히 입법의 문제"라며 "선거대책위에서 거론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랐다.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후보 측에서 박근혜 후보 책임론을 들고 나오는 데 대한 차단으로 읽힌다.
안 대변인은 문 후보가 '장난인가'라고 쏘아붙인데 대해 "상당히 유감스럽다"며 "후보등록을 한 뒤 사퇴하면 국고보조금을 반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따라서 이 문제는 장난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의 문제"라고 거듭 강조했다.
안 대변인은 "행안위와 원내대표단이 심도있게 논의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선대위 차원에서 논의되거나 정치공학적 접근은 좋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에 대해 '지난 9월 18일 국회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투표시간 2시간 연장안을 민주당 김민기 의원이 제안했고 새누리당 유승우 의원도 동의했지만, 소위 위원장인 고희선 의원이 새누리당의 지침을 전달받고 처리를 무산시켰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안 대변인은 나아가 "국민행동이니 하면서 지지세 확장이나 선거운동용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고 역공을 폈다. 안 대변인은 "야당은 이 문제를 정략적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고 무엇이 유권자에게 도움이 되는가 차원에서 다루기를 (바란다)"고 준엄하게 촉구까지 했다.
이 사태의 장본인 격인 이정현 공보단장은 오히려 "투표시간 연장 문제 가지고 1인 시위하고 국민행동 만들고 요란을 떠는지 모르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 단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비정규직 투표를 할 것처럼 가장하고 위선하고 선거에 이용하는, 그런 식으로 장난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 분들 아니냐?"며 '정치가 장난이냐'는 문 후보의 비판을 맞받았다.
이 단장은 이날 아침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도 "제가 '교환하자' 라고 하는 용어를 쓰지도 않았고 기자들이 갖고 있는 녹취록에도 그런 내용이 전혀 없는데 제가 교환을 하자고 했다고 얘기하는 것은 철저하게 거짓말"이라며 "처음에 이 문제를 기자들한테 얘기할 때, 두 법을 교환하자가 아니고 두 법을 어차피 입법사안이니까 국회에서 논의하자, 이렇게 얘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투표시간 연장의 비용과 관련해서 "100억 정도가 뭐가 문제냐 라고들 얘기하지만 그것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얘기"라며 "안철수 후보나 민주당에서 국민혈세 100억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데, 요즘에 똑똑한 우리 청년 대학생들에게 창업을 돕는데 이 100억 원을 지원하게 된다면 너무나도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갖게 될 것이고 거기에서 안랩 못지않은 훨씬 중요한 그런 벤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드머니(종잣돈)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안철수 측 "투표시간 연장, 돈 없으면 후보들이 유세차 타지 말자"
한편 전날까지 새누리당에 대해 별다른 비판적 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안철수 후보 측도 이날엔 공세에 적극 가담했다. 안 후보 측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은 오전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새누리당 측이 갑자기 오리발을 내기 시작했다"며 "처음에 국가 보조금 문제와 연계한다고 했다가,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하는 새누리당의 행태야말로 낡은 정치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중선관위와 한국정치학회 등의 설문조사 결과를 들어 투표시간 연장이 국민의 참정권 보장을 위해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하며 "국민 주권의 문제를 돈으로 따지려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의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투표 연장문제의 거부에서 나타나는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부족, 권위주의적이고 사당화된 새누리당의 현재의 모습,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와 새로운 미래를 위해 극복해야 할 것"이라며 "이러한 역사 인식과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 부족은 바로 새누리당이 국민 분열을 가중시킬지언정, 국민 통합의 적임자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준다"고 했다.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도 이날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이정현 공보단장과 벌인 토론에서 "만약에 국가 예산이 아깝다면, 후보자들이 선거할 때 유세비용이 있지 않느냐, 유세차를 타고 다니면서 광고하는 것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예산을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얘기할 수 있다"고 적극 공세를 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주장과 같은 취지의 말이다. 송 본부장은 "이것은 비용이나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느냐, 침해를 계속 유지하느냐의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지만, 시간 관계상 이에 대한 이정현 단장의 답은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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