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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광산파업 속 경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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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광산파업 속 경제 추락

[진단]'남아공식 민주주의'로 빈부격차 악화일로

세계 최대 백금 생산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피비린내나는 파업이 계속되면서 남아공 경제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남아공은 지난 2010년 신흥경제대국을 의미하는 브릭스 국가 명단에 이름을 올릴 만큼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뤘다. 원래 브릭스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4개국을 의미하는 이들 나라의 영어 약자에 복수의 의미로 소문자 s가 붙은 것이었으나, 남아공이 포함시키면서 's'가 남아공을 의미하는 대문자 S로 바뀌었다.

하지만 불과 2년만에 브릭스에 속하기 어색한 나라가 되고 있다. 개발도상국들이 많은 아프리카는 요즘 평균 경제성장률이 5%가 넘는데, 남아공은 올해 0.5% 포인트 감소한 2.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남아공 광산 노동자들의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24일 앵글로골드가 운영하는 낭마공 광산 노동자들이 업무 복귀 마감 시한일에도 파업을 계속하고 있다. ⓒAP=연합
S&P "남아공 사회분열, 예상보다 심각한 경제적 악화 요인"

국제신용평가사들로부터 국가신용등급도 잇따라 강등되고 있다. 최근 남아공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낮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하면서 "남아공의 사회적 긴장이 초래할 경제적 타격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8월 34명이 파업 현장에서 사살되고 이후 사망자가 50명까지 늘어난 '마리카나' 백금 광산의 학살 사태 이후 남아공 전역에서 백금과 금광 광산 노동자들도 파업에 나섰다.

이런 파업에 대해 사측은 언제까지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전원 해고한다는 최후통첩으로 맞서고 있지만, 일부 광산에서는 효과를 거두었지만 주요 광산들에서는 노조집행부도 통제하지 못하는 '무질서한 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 3위의 금광업체인 앵글로골드는 이날까지 파업 노동자들에게 복귀하라고 했으나 2만4000명의 파업 참가자 중 절반은 명령을 거부했다. 앵글로골드의 경우 3만5000명의 노동자 중 대다수가 지난 9월말부터 파업에 돌입해 영업이 중단됐고, 최근 일부 노동자들의 복귀로 부분적으로 영업을 재개했다.

론민, 학살 부른 파업에 놀라 22% 임금 인상

마리카나 광산을 운영하는 세계2위의 백금업체 론민은 학살 사태를 부른 파업에 놀라 임금 22%를 올려주기로 하면서 파업이 끝난 상태이지만, 광산업계에서는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면서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현행 임금을 울려줄 수 없으며, 비용 부담이 더 커지면 채산성이 떨어지는 광산들을 폐쇄해 더 많은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면서 버티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백금생산업체인 앵글로아메리칸플래티넘은 마리카나 학살 이후 광산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이달초 1만2000명의 파업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강수를 두었고, 지난주 골드필드라는 광산업체도 1만명의 노동자를 해고하며 이런 강경대응 업체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런 강경대응이 효과를 거두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동자들이 복귀 마감 시한을 넘겨 해고를 감수한 광산들이 많고, 앵글로아메리칸플래티넘이 운영하는 최대 광산이 러스텐버그 광산에서는 복귀 노동자가 20% 아래로 전체 그룹 생산의 40%가 차질을 빚고 있다.

"교체불가능한 집권당이 사회분열 원인"

남아공의 주요산업인 광산에서 이처럼 파업이 만연하고 있는 상황은 남아공 사회의 극심한 빈부격차가 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사회적 분열이 가속화되면서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남아공의 사회적 분열이 이렇게 심각해진 최대 요인으로는 집권당이 지목되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남아공의 정치 경제적 번영을 이끌었던 것도 현재의 집권당이라는 점이다.

남아공의 집권당은 아프리카민족회의(ANC)라는 정당이다. 하지만 단순한 정당이 아니라, 남아공에서 가장 유력한 세력들이 합친 연합체 성격의 정당이어서 대안세력이 없는 거의 '절대정당'이다.

원래 아프리카민족회의는 1993년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넬슨 만델라가 이끈 재야세력으로, 이듬해 만델라가 대통령에 취임한 뒤 악명높은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흑백분리주의)를 공식적으로 철폐한 뒤 국민통합을 이끌어내고, 외국자본을 대거 끌어들이며 급속한 경제성장도 이뤄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집권당의 세력이 너무 절대화되고 그러다보니 정경유착에 따른 부정부패가 극심해졌다.

개발도상국이 급속한 경제발전을 하다보면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부정부패가 만연하는 것이 공통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아프리카의 최대부국이라면서 가장 빈부격차가 심한 곳도 남아공이고,빈부격차가 심하다는 브릭스 중에서도 남아공의 빈부격차는 최소한 지니계수에서 중국과 러시아, 브라질, 인도처럼 빈부격차가 심하기로 악명 높은 나라보다 더 높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남아공은 아프리카 최대부국이라면서, 실업률이 40%가 넘고, 상위 10%는 갈수록 부유해지는 반면 하위 50%는 하루 2달러로 생계를 연명한다"고 지적했다.

"집권당 전당대회가 사실상 대선"

집권당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많아도 장기집권 기반은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 남아공의 앞날을 밝게 보기 어렵게 만든다.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 보기 드문 민주주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곳이다 .

하지만 민주주의를 형식적으로 만드는 속사정이 있다. 남아공의 총선은 지역구 의원이라는 게 없고 정당지지율에 따른 정당명부제로 뽑는다. 결국 절대세력인 집권당이 의석 3분의 2는 그냥 가져가는 구조다.

대통령도 직선제가 아니라, 의회에서 선출하는 간선제다. 그러니 집권당 전당대회가 사실상 대선이다.

현재 제이콥 주마가 남아공 대통령으로 오는 12월 집권당 전당대회에서 당 총재 재선을 노리고 있다. 임기 5년의 당 총재는 차기 대통령을 예약하는 자리로 간주된다.

현재 남아공 부통령이 최근 일반인 상대 여론조사에서 주마 대통령의 지지도를 능가하지만, 대의원 지지표에서는 밀리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집권당의 당 총재가 누가 되던 집권당 총재가 대통령이 되는 것이 '남아공의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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