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장·실장이라는 직함에 비해 '팀장'이라는 호칭이 가볍게 보일 수도 있으나, 안철수 캠프 자체가 워낙 그런 곳이다. 팀장이라도 후보와 직접 소통하고, 후보가 직접 팀장급 영입을 위해 초면에 먼저 전화를 걸기도 한다. 연쇄 인터뷰 시리즈 전체를 진행한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에 따르면 유 팀장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숨은 전략가"다.
유 팀장은 <내일신문> 창간 때부터 기자로 일했고, <TV저널>을 거쳐 <스크린> 편집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4월 총선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여론분석 일을 하며 사실상 야권의 조언자 역할을 했다. 다음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의 안철수 선거캠프 사무실 인근에서 진행된 유 팀장과의 인터뷰 주요내용이다. <편집자>
▲무소속 안철수 후보 선거캠프의 유승찬 소셜미디어팀장. ⓒ프레시안(서어리) |
"정치공학으로는 안철수의 존재를 이해도 설명도 못해"
이철희 : (안철수 선거캠프 전략자문을 맡은) 김윤재 변호사가 상대적으로 알려진 사람이라면 유승찬 팀장은 숨은 전략가다. 전략은 상상력이 있어야 하니 아무리 좋은 사람도 선거마다 매번 전략을 짤 수 없고 한두 번이면 소진된다. 안철수 캠프가 좋은 사람을 데려간 것 같다. 캠프 합류는 어떻게 결정됐나?
유승찬 : 유민영 대변인, 김윤재 변호사와 사적으로 알던 사이다. 안철수라는 존재가 시대정신이고 한국사회에서 중요하고 이례적인 현상이다. 제 나이 또래가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의 설계'로 고민이 많다. 거기 기여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늦게 합류하게 됐다.
이철희 : 캠프 분위기는 어떤가?
유승찬 : 한 달 됐는데 지금까지는 큰 실수 없이 잘 왔다. 후보의 잠재력이 밖에서 우려했던 것보다 낫다. 메시지 컨트롤이나 이런 것들을 정치 처음 하는 분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잘한다. 선거캠프도 10명으로 시작해 200명 가까이 됐다. 2기에 진입할 수 있는 모양을 갖췄다.
지금까지는 '한 달의 성과'가 아닌가 한다. 후보가 출마선언에서 말했던 '국민 접촉면, 소통면 늘리겠다'는 기조와 방침을 그대로 밀고 나왔다. 또 하나, 네거티브는 하지 않겠다 했는데 그 원칙도 지켜 왔다. 밖에서 안 후보를 볼 때 말씀의 이면을 해석하려 하는데, 대체로는 말씀 그 자체다. 정치적 고려 등은 적으신 분이다.
이철희 : 왜 언론이나 관찰자들이 해석을 많이 하느냐, 질문에 맞는 답을 안 하니까 해석을 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단일화 합니까, 안 합니까' 물으면 사실 예스냐 노냐인데, 묵묵부답이니 추론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 동안 안 후보가 언명으로 공표한 건 적은 반면에 일정은 짧고 결정해야 할 사안은 눈앞에 와 있다. 단편적인 걸 가지고 맞출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귀책사유가 후보한테도 있다. 이걸 과하게 해석하면 소통이 문제라는 말도 된다. 안 후보가 적극적으로 임해서 설명하거나 답해야 할 때가 온 것 아닌가. 지금쯤은 적절한 타이밍이 된 게 아닐까?
유승찬 : 말씀하신 면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안 후보의 문법과, 안 후보를 바라보는 기존 정치의 문법 차이가 존재한다. 민주당이든 새누리당이든 안 후보의 존재 자체를 공학적으로 본다. 그렇게 보면 이해, 설명되지 않는 측면이 많다.
안 후보 입장에서는 문법이 다른데 그 (기존 정치의) 문법으로 답할 수 없는 것이다. 새정치 하겠다고 나왔는데 궁금해 하는 것들은 '선거게임에서 어떻게 포지셔닝(자리잡기)할 거냐'다. 지금은 선거게임보다는 국민 접촉면을 늘리면서, 안철수 현상의 장점인 한국의 낡은 정치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야 한다.
한 달은 그런 기간이다. 안 후보의 스탠스는 정치혁신을 요구하고 무엇이 필요한지를 새로운 방식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후보가 질문에 즉답을 안한 것은 불가피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과정으로 이해해 줬으면 한다. 물론 선거 과정에서 모든 걸 할 수는 없으니 어느 순간에는 답을 내놔야겠지. 그런데 그게 어느 시기가 될지는 제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여야, 안철수만 생각하고 안철수 현상은 무시"
이철희 : 새 정치를 내걸었는데 그 내용이 뭔가? 몇 가지 나온 것을 보면 특권을 내려놓으라, (의원들이) 무조건적으로 당론에 따르면 안 된다 이런 것인데 지금까지 제시된 혁신·개혁 방안에서 새로울 게 없다. 과연 '새' 자를 붙일 만한 것인지?
유승찬 : 제가 정치 자체의 문제에 대해 얘기하기는 부적절해 보이지만, 후보의 말도 구체화되고 있다. 프레임 자체가 낡은 정치와 미래의 싸움으로 규정됐다.
또 안철수와 안철수 현상을 구분해야 한다. 민주당이든 새누리당이든 '후보 안철수'만 생각하고 안철수 현상을 무시하고 있는 건 아닌가? 서울시장 선거 때부터 제3후보가 이렇게 1년 동안 30% 가까운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은 유래를 찾기 어려운 일이다. 그게 뭔지는 몰라도 '새정치'에 대한 열망은 기존 정당 시스템에 버금갈 정도로 강고하다. 거기 대해 고민 많이 하신 것이다. 새 흐름이 나타나 받아들이겠다는 것이고 그 과정인데, 자꾸 공학 속으로 들어오라 한다. 그러긴 어려운 것 아니냐.
(안 후보가 내놓은 방안이 기존 정치권에서 나온 방안과 대동소이하다는 지적에 대해) 세종대에서 말씀하신 '협력의 정치' 같은 것도 안 후보의 입을 통해 나오면 새로운 정치가 된다고 본다. 안철수 현상 때문이다. 같은 언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출마선언 때 보지 않았나. 다른 사람이 했다면 감동이 없었겠지만 그걸 안 후보가 읽었기 때문에 감동이 생겼다. 심지어 저희 집사람이나 어떤 분들은 울기도 하더라. 그만큼 안철수 현상이 가진 새로움의 프레임, 미래 프레임이 언어를 새롭게 만든 면이 있다. 그에 대한 해석이 있었으면 한다.
세종대 강연에서 둘째로 말한 건 직접민주주의다. 대의제가 시대적 요구를 실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측면이 있다. 똑똑한 대중 '스마트몹'이 정치에 참여해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IT, SNS 기술의 발전이 직접민주주의를 형성할 수 있는 토대를 형성한 건 사실인 것 같다. 세 번째는 특권을 내려놓으라는 것이었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경쟁적으로 총선 끝난 후 불체포특권부터 내려놓겠다고 했는데 된 게 없다. 오히려 세비나 이런 것을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임이 있었다.
정치에서 정말 새로운 게 있겠나? 안철수 현상을 가지고 안철수가 '워딩'(말)을 내놓으면 새로움이 된다. 물론 구체화는 해야 한다.
▲이날 인터뷰는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이 진행했다. ⓒ프레시안(서어리) |
"안철수, 한국 최초의 '리버럴' 대선후보…'착한 이명박' 아니다"
이철희 : 그럼 세비 줄이고 의원 특권을 없애면 정치의 질이 나아지나? 또 하나, 안철수 현상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흐름이지, 안철수가 만든 건 아니다. 정치적 흐름이 돼서 '안철수 대통령 만들기'로 가려면 안철수 현상을 넘어 '안철수 운동', 즉 무브먼트로 가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가 있나 하는 것이 약간 의문이다.
유승찬 : 어려운 지점 중의 하나다. 안철수 현상이 가진 특이점 중 하나인데, SNS 여론을 오랫동안 분석해 왔지만 1년 동안 30% 지지율이 유지되면서도 강한 드래프트가 안 일어난다. 독특한 현상이다. 이걸 무엇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안 후보가 출마 이전에 가졌던 스탠스가 있다. 국민들은 '안철수가 출마를 한다는 건가 만다는 건가' 그 스트레스를 견디면서도 온 것이고, 지지는 하지만 정치에 들어가면 망가지니 출마를 안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하나는, 안 후보는 한국에서 '서구적 리버럴'(자유주의자. 미국 민주당 지지자)의 정신을 가진 최초의 후보가 아닌가(하는 점이다). 리버럴이 가진 특징들이 있잖나. '직선제 하자'는 등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일어나지 않지만 뭔가를 원하는 그런 게 있다. 끝까지 이 상태, 조용하지만 강력한 지지로 갈 수도 있다.
이철희 : '조용한 다수'(the silent majority)는 안철수를 지지한다는 것인가?
유승찬 :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지금은 이 소장 말씀이시고. (웃음)
이철희 : (선거에서 중요한 건) 개인이 아니라 집단적 정체성인데, 박근혜는 친박, 문재인은 친노 때문에 부담이 있다. 안철수는 그런 부담은 없지만 개인적 정체성인지 집단적 정체성인지 잘 모르겠다. 후보한테 끌려가는 것 같다. 후보가 한 마디 하면 그걸 해석하는 게 캠프의 역할이 아닌데, 참모들이 너무 소극적인 게 아닌가?
이게 CEO 리더십 아닌가? 선장이 소신을 가지고 끌고 가는. 막말로 결국 안 후보 정체성이 '착한 이명박' 아니냐, 이런 질문도 나올 수 있다. 정치는 실체와 상관 없이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가느냐도 중요하다. 후보를 가까이서 보면 어떤가?
유승찬 : 가까이서 보면 되게 매력 있다. (웃음) 저는 기본적으로 이런 말씀을 많이 드리는데, 기존에 해왔던 언어들로 분석하려 하면 힘들 것이다. 언어가 수평적이다. 쉽고, 단순하고, 간결하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비교는, 둘 다 CEO 출신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언어는 정반대다. 권위적이지 않고, 어렵지 않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한다. 밖에서 그런 (안철수가 착한 이명박이라는) 우려가 있는 건 공학적인 결심을 분명히 안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안철수 캠프는 전체적으로 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인터뷰 이후 안 후보 측은 각 팀별 통합 등 실장 체제로의 중층적 개편을 발표했다 : 편집자) 밖에서 우려할 정도로 수평적이다. 누구나 의견을 개진해서 본부장에게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따라서) 그룹이나 세력이 형성될 기회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친박이니 친노니 하는 것은 없어서 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제가 캠프에 와서 처음 요구한 게 후보 트위터 계정을 열자는 것이었는데, 바로 됐다.
"안철수, 그동안 트위터 안한 이유는…"
유승찬 : 얘기가 나온 김에 트위터와 SNS 이야기를 좀더 하겠다. 후보가 오래 전부터 계정은 갖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트위터를 안 했던 이유가 '사람들이 멘션을 하면 (SNS상에서 말을 걸면) 일일이 공평하게 답할 자신이 없다'는 거였다. 이해가 안 가지만 실제로 그런 캐릭터다.
어쨌든 (선본 내의) 그런 요구를 받아들이셔서 시작하셨다. 연 지 며칠 안 됐는데 팔로워가 6만 명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멘션이 2만 개 넘게 들어와 있다. 보고를 해야 하는데 A4 용지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다. (소셜미디어 팀에서는) 어떤 요구들이 오는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이나 바람을 갖고 있는지 분석해 보고하는 작업을 하려 한다.
SNS가 사회 시스템의 전반을 바꾸고 있다. 이미 사람들은 정치에 일상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예전과 다르고 참여 방식도 굉장히 구체적이다. 총선 때 보면 사람들이 SNS를 통해 정당의 공천에 개입한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그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SNS가 중요하다고 하고, 특히 저번 문재인 후보 측 정태호 전략기획실장 인터뷰를 보니 캠페인의 50%가 SNS라고 하던데, 정말 그렇게 되려면 단지 홍보나 마케팅 수단으로 봐서는 안 된다. 소통을 전략적으로 봐야 한다. SNS 여론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너희들은 떠들어라, 나는 내 길 간다' 이건 과거 방식이다. 여론 흐름을 분석해서 후보한테 보고하고, 이게 다시 메시지 전략으로 나오고 하면서 상호작용하는 게 SNS를 중시하는 태도다.
"안철수의 최대 강점은 세대 불문 '내가 말걸 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
프레시안 : 안철수 선거캠프의 집단적 정체성에 대한 얘기를 좀더 해줬음 한다.
유승찬 : 저는 집단적 정체성의 핵심을 이렇게 본다. 핵심적 시대정신을 소통이라고 본다. 안 후보는 세대를 불문하고 '내가 말을 걸 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준다. 이게 박근혜, 문재인 후보와 다른 점이고 안 후보를 떠받치는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뉴미디어, SNS 출현 등의 구조가 짜여져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역사상 지금처럼 소통 요구가 분출된 적이 없었다. 그것을 가장 강력히 받아들이고 있는 후보다. 그게 집단 정체성이고. 그러니 지지율을 유지하는 게 아닌가.
이철희 : 여론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게 소통인데, 유권자가 안 후보에게 요구하는 게 있으면 받아들일 것인지? 정치의 기능 중 하나는 후보가 유권자에게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정책 등은 동의를 구하는 게 아니라 후보나 정당이 좀 간명하게 만들어 줘야 하는 게 있다. 그게 리더십인데 안 후보는 좀 소홀히 하는 것 같다. 후보나 캠프가, 본인들이 대변하고 싶어하는 유권자의 열망을 어떤 정책과 대안으로 담아낼 것인가?
이게 단일화와 연관돼 있을 수 있는데, 두 가지 중 하나 아니겠나. 첫째, 단일화되기 전에 어차피 많이 할 수 없다, 단일화되고 나서 해도 된다. 둘째, 곧 단일화가 밀어닥치니 안철수 표 국정운영 플랜이랄까 이런 것을 빨리 해놔야 한다. 이 가운데 어느 쪽인지?
유승찬 : 일단 캠프 내에서 단일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되거나 이런 건 없다. 정책 준비는 자체적으로 하고 있고, 11월 10일에 준비된 정책이 발표될 거다.
이철희 : 11월 10일 이전에는 단일화 프레임으로는 안 들어가겠다?
유승찬 : 그건 제가 모르겠다. (웃음)
이철희 : 후보가 '앞으로 두 달 동안 더 잘하겠다'고 하신 건 뭔가? 완주의 의지?
유승찬 : 그냥 하신 말씀이다. 확대해석 하시면 안 된다. 한 달 동안 잘했으니 더 잘하겠다, 그런 것이다. 출마도 늦게 했는데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정책이 만들어지고 있다. 정책네트워크 내일 역시 소통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물론 전문가들도 역할을 하지만, 실제 시민사회단체들이나 사람들에게도 탁상공론이 아닌 구체적 현실과 맞는 정책이 있다. 물론 거칠다. 여기에 전문가가 결합해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자는 것이 후보와 캠프의 기본 생각이고, 진행 중에 있다.
▲유승찬 팀장. ⓒ프레시안(서어리) |
"기존 대중조직의 결합, 곧 가시화될 것"
이철희 : 안 후보의 정치가 엘리트주의, 전문가 정치에 경도됐다는 비판도 있다. 민주주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한데, 오직 결과만 고민하는 것은 아닌가? 현장의 정책도 어떻게 보면 전문가 손을 거쳐야 한다는 것 아닌가?
유승찬 : 그런 해석은 거꾸로인 것 같다. 오히려 기성 정치권이 그런 게 아닌가? 자기들 좋아하는 교수들 모아 놓고 정책 만들고. 또 노동 관련이면 노총 등 (중간 단체들이 있는데) 그 역시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런 문턱조차 없애는 열린 정책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게 안 후보 생각이고, 집권 이후에도 이렇게 가져가려 하고 있다.
저희에 대해 중간단위가 덜 차있다거나 관계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지 않다는 지적은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적 단체나 조직이 없는 건 문을 닫아서가 아니라 관계형성이 덜 돼서다. 폐쇄적이라는 건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기존 정치권이 가진 폐쇄성을 극복하자는 캠페인의 지향과는 정반대다.
이철희 : 하지만 '포럼' 역시 중산층에 맞는 의사수렴 방식 아닌가? 삶의 현장에 긴박돼 있는, 예를 들어 비정규직 등은 어떻게 수렴할 수 있나? 그 동안은 정당이나 노조 같은 사회조직이었다. 안 후보에게는 당은 없고, 그렇다고 노조 같은 조직이 붙어서 밑에서부터 끌어올려 주는 것도 아니다. 문재인 후보처럼 청년유니온 같은 단위가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포럼이 넓게 꾸려지더라도 중산층이 과잉 대표될 우려가 있다.
유승찬 : 포괄적으로 답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다만 기존 정치권의 민주당 새누리당이 기층과 얼마나 연계돼 있고 민의를 잘 수렴했나 하는 점에서 같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것인지, 안 후보에게만 너무 가혹한 게 아닌지 하는 생각은 든다.
프레시안 : 포럼이 과연 정당의 역할을 대신할 적절한 통로인지?
유승찬 : 포럼도 있고, 가능한 선에서 하고 있는 작업들이 있다.
이철희 : 노조나 사회단체가 결합되고 있는 것인가?
유승찬 : 부분적으로 결합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곧 가시화되지 않을까 한다. 지역포럼 같은 경우 대외협력실에서 진행하고 있고, SNS 채널도 열고 있다. 오프라인 포럼도 네트워크로 연결시켜서 항상성 있게 수렴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뿐 아니라 카카오톡까지 생각하고 있다. 사실 이 채널 자체가 중요하다. 아무튼 아직 출발한 지 얼마 안 돼서 생긴 문제를 폐쇄적이라서 그렇다고 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
프레시안 : 보충 질문인데, 4.11 총선에서 SNS상의 여론과 실제 표심은 큰 차이가 있었다. 그런 것을 고려하고 있는지? 또 세대 변수도 크다. 스마트폰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온라인 여론흐름에서 빠진 자들의 의견을 흡수할 보완책으로 (오프라인) 포럼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유승찬 : 충분히 일리가 있다. 저쪽(여당)에서는 세대 투표, 네거티브 투표를 하고 있다. 지금도 실제로 기층에서 그렇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 세대갈등 프레임을 쓰는 것이다. 50대 이상 유권자들에게 (안 후보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하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우리 캠프의 구성을 보면, 정통적 캠페인을 하시던 분들이 지휘하고 있다. 박선숙, 김성식, 김윤재다. 새로운 것, 소셜미디어 팀은 수십 개 팀 중 하나다. 사회적으로 SNS가 강조되고 소통이 강조되다 보니 착시가 있을 뿐이지, 실제로 캠프 안에 들어와 보면 그렇지 않고 오히려 저로서는 과하다 싶을 만큼 조중동 등 기성 언론들 체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다만 그런 우려는 중요한 지적이다. 지역에 내려갈수록 스마트폰은 일반화됐다 해도 SNS는 다르다. 실제로 사용하는 사용자가 페이스북은 1000만 명 정도, 트위터는 이보다 적을 것이라 본다. 60대 이상은 SNS가 취약하다, 당연한 거다. 공략 방법은? 조직이 없는 한 TV나 기존 매체 광고밖에 없다. 불가피하다. 지역 조직 만들고 이런 것도 가능한 범위에서 할 것이다. 캠페인이 SNS에 치우칠 것이라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좋다.
"새누리당, 이보다 더 못하긴 어려워…앞으로는 상승할 것"
이철희 : 문재인과 안철수, 누가 나가든 박근혜가 붙으면 이길까? 아니면 안철수만이 이길 수 있나?
유승찬 : 박근혜 후보는 (지지세가) 결집하는 후보다. NLL 문제 놓고도 상당히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면에서 박 후보는 못해도 40%를 가져간다. 또 지금보다 더 못하기는 어렵지 않겠나? (웃음) 그런 면에서 앞으로는 더 나아질 것 같다. 표로 환산하면 1200만 표는 가져갈 것으로 예상한다.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을 쇄신하는 과정에서 리더십을 보이지 않는다면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가 돼도 이기기 어렵지 않나 싶다. 자꾸 '없다'고만 하지 말고 '친노 프레임'을 벗을 수 있는 방법과, 당 쇄신을 선거 전에 다 할 수는 없더라도 방향(제시하는 것)을 통해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만에 하나 단일화를 한다면 문 후보가 이길 수 있는 길이 아닐까 한다.
이철희 : 그렇게 보면 문 후보는 아직 기회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미 늦었나?
유승찬 :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돌직구 토론회'도 하는 것 같고. 그런데 중요한 건 레토릭(수사법)이 아니다. 사람들은 다 안다. 이철희 소장이 저번 인터뷰에서 했던 지적에 동의하는데, 단순해져야 한다. 또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는 전략적 기반인 광주·호남의 마음을 풀지 않고는 이길 방법이 없는 것 아닌가.
이철희 : 단순 지지율로 보면 박근혜, 안철수, 문재인 지지율이 대략 4:3:2라고 하지만 안 후보 지지층 가운데는 중도·무당파 층이 많고 이들은 투표율에서 정당 지지층과 현격한 차이가 난다. 투표율 변수를 집어넣으면 문재인 대 안철수가 2:3이 아니라 잘 해 봐야 2:2라는 말도 있다.
유승찬 : 공감한다. 실제로 양자대결에서 이기는 것으로 나와도 그렇다. 박선숙 본부장이 하신 말인데 이번 선거에 없는 세 가지가 있다. TV토론이 없고, 여론조사 판별분석이 없고 단순 지지율 조사만 하고 있다. 판별분석하면 진다는 시뮬레이션 다 나오고 있다.
셋째로는 정책의 차이가 없다. 박근혜 후보가 창조경제 얘기했는데, 우리 후보도 옛날에 <전자신문>에 창조경제 얘기한 바 있다. 또 경제민주화든 뭐든 다 하겠다 하지 않나.
이철희 : 실제로 쟁점이 없는 것인가, 야당 후보가 무능해서 차이를 못 만드는 것인가?
유승찬 : 저는 거기에는 대답을 못 하겠는데. (웃음)
"안철수, 부동층 흡수에는 성공…민주당 지지자들로 확장해야"
▲이철희 소장. ⓒ프레시안(서어리) |
안 후보의 강점은 지지층이 취약해서 갖는 역설적 강점이다. 원래는 투표를 열심히 하는 층에서 지지율이 높은 게 유리한 게 맞고 그게 박근혜의 경우인데 야권은 거꾸로다.
그러면 안 후보 입장에서는 민주당 지지층에 대해서는 더 겸허하게 껴안으려 하고 다가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민주당 지도부와 지지층을 구분하지 않은 것은 실책인 것 같다. 단일화 여부와 상관 없이 민주당 지지층에 애정과 관심을 표해야 하지 않나?
유승찬 : 당을 구성하는 낡은 정치체제와 지지층을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생각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부동층이 거의 사라졌다 하는데, 그만큼 안 후보가 많이 흡수한 것이다. 안 후보도 그러면 이제 30%에서 확장을 더 해야 하니, 민주당 지지층이 와야 하나 새누리당 지지층이 와야 하나 그런 고민도 있다.
그런데 안 후보가 당선되려면 민주당 지지자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게 아닌가? 그건 훨씬 섬세하게 가야 한다. 민주당 지도부의 특권의식과 낡은 체제를 공격하는 것과는 별도로…. 그래서 저는 김대중기념사업회 주관 토론회 축사가 감동적이었다. 후보 자신이 공들여 쓴 흔적이 역력하더라.
프레시안 : 아까 안 후보에 대해 '한국에서 처음 등장한 리버럴 대선후보'라는 말을 했다. 동의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안 후보에게 가장 크게 기대하는 게 양극화 문제인데, '리버럴'이라는 정체성으로 해소가 가능한가?
유승찬 : 격차사회와 민생을 얘기하지 않고 대통령 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질문 요지는 '진보적이지도 않고 리버럴인데, 어떻게 격차 해결할 거냐?' 이거 아닌가. 후보가 재벌개혁에 대해 강력한 얘기 했다. 재벌개혁 아젠다는 안 후보가 선점한 것 같다.
새누리당도 경제민주화 한다 하는데, 누가 더 진심을 갖고 하느냐 하는 문제다. 그런 점에서 기존 정당시스템이 가진 재벌과의 유착관계가 있다고 본다. 누가 더 재벌과 유착됐는가, 상대적으로 새누리당이 강하고 민주당이 약할 텐데, 안 후보는 상당히 자유롭다. 더 추진력 있게 밀어붙일 수 있는 것 아닌가.
또 이건 제가 처음 하는 얘기인데, SNS를 보면 출마선언 전에 나돌던 안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를 방어해 주던 것이 무당파여서 발언을 잘 안 하는 안 후보 지지자들보다 오히려 통합진보당 지지자들이었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에는 그런 게 있다. 국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시키지 못한 게 단지 정책적 잘못이냐 아니면 이미 기득권 체제에 편입됐기 때문이냐 하는 것은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쇄신하라, 그래서 같이 가자"
프레시안 : 단일화 문제인데, 근데 물어보면 답 하실 건가? (웃음) 이 소장은 어차피 답 안 할 거라 생각해서인지 별 질문을 안 했지만, 안 후보 측 사람 만나서 단일화 문제를 안 물어봤다고 하면 우리가 이상한 사람들 된다.
유승찬 : (답) 못하죠. (웃음) 아까도 얘기했는데, 안철수를 볼 것이냐 안철수 현상을 볼 것이냐 하는 문제다. 안철수 현상은 국민이 준 숙제다. 안철수 현상을 만든 국민은 '양대 정당은 왜 제3후보에게 이렇게 많은 지지를 받게 했는가?'라는 숙제를 준 것이다. 정치쇄신 요구도 안 후보가 안철수 현상을 빌어 한 말이라 생각한다. "바꿔라, 쇄신하라, 그래서 같이 가자" 이 얘기다.
그런데 그걸 안 하면서 단일화 얘기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 그런 식의 단일화로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리끼리 공학적으로 룰을 만들어, 그래서 가위바위보 해서 단일화, 그렇게 이길 수 있느냐? 아니다. 쇄신을 요구하는 사람과 요구당하는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있어야 할 게 아닌가. 서로 그런 노력을 하자는 것이고, 그렇다고 끝까지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언젠가는…. 그래도 안 후보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든가 로드맵이라도 좀 내놓고…(그래야 하지 않을까?)
이철희 : 그런데 출마 당시에는 '안 후보에게 한 달 정도 시간을 줘야 한다' 여론도 그런 반응이었는데, 지금은 단일화 논의를 회피하는 게 오히려 불안감을 조성하는 측면이 있다. 그런 불안감 때문에 야권의 두 후보 지지율이 동반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유 팀장이 얘기하는 자세는 옳지만, 단일화 프레임을 거부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 후보가 어느 시점엔가는 가부에 대한 답을 줘야 하고, 그건 머지않은 시점이어야 한다. 불안감이 너무 깊어지면 '예쁜 단일화' 해도 안 될 수도 있고 시너지를 죽이는 게 될 수 있다. 이제 얘기할 타이밍이 돼 간다고 보는데?
유승찬 : 이 소장님 의견을 캠프에 잘 전달하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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