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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 EU 아닌 유사프자이가 받았어야"

14살 소녀 보복 공격한 탈레반 규탄 시위 확산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했다가 탈레반의 보복공격을 받아 중태에 빠진 14살 소녀 마랄라 유사프자이가 '저항과 도전'의 글로벌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16일 영국의 <BBC> 방송은 인권단체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유사프자이는 젋은 무슬림 여성들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이 되었다"고 전했다.

또한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는 올해 노벨평화상은 유럽연합(EU)이 아니라 이미 파키스탄 정부가 주는 청년평화상도 받고 국제인권단체인 아동권리재단으로부터 국제어린이평화상 후보에 올랐던 유사프자이가 받았어야 마땅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유사프자이는 지난 9일 탈레반의 총격을 받아 두개골을 관통하는 중상을 입어 현재 의식을 잃고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에서 주민들이 유사프자이의 사진을 내걸고, 탈레반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

"불가사의할 정도로 조숙한 소녀"

유사프자이는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던 파키스탄 북서부 지역 스와트밸리에 거주하던 3년전, 불과 11살 나이로 당시 영국 <BBC>방송 블로그를 통해 여학교를 폐쇄한 탈레반 치하의 삶을 고발하는 글을 익명으로 기고해 유명해졌다.

탈레반은 여성은 배울 필요가 없다는 극단적인 탈레반식 이슬람 근본주의로 악명이 높은데, 이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 미국의 <타임>은 여성의 교육을 위해 직접 학교까지 설립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불가사의할 정도로 조숙한 소녀'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얼마 뒤 탈레반이 정부군의 공격을 받고 이 지역에서 물러나자 유사프자이는 본격적으로 여성의 교육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탈레반은 그동안 "입을 다물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유사프자이를 공공연히 위협해 왔다.

결국 유사프자이는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중 탈레반 암살대원으로 추정되는 괴한들에게 "네가 유사프자이냐"는 확인 질문을 받은 직후 총격을 받았다. 사건 직후 자신들이 한 일이라고 나선 탈레반 무장단체 측 대변인은 "유사프자이는 탈레반에 반대하지 말고 이슬람의 길로 돌아오라고 수차례 경고했지만 말을 듣지 않아 공격했다"면서 "다시 또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는 마랄라" 사이트 개설, 청원 운동 활발

이 충격적인 사건 이후 지난 7월 유엔 교육특사로 임명된 고든 브라운 전 영국총리는 소녀의 이름을 딴 "나는 마랄라(I am Malala"(http://educationenvoy.org)라는 사이트를 개설해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브라운 특사는 이 곳에 모인 청원을 파키스탄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서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원 내용은 파키스탄 정부에 대해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를 향상시켜 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유사프자이에게 총격을 가한 탈레반 대원들의 체포와 파키스탄 정부와 이슬람 무장세력의 관계를 끝낼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유사프자이는 3시간에 걸친 긴급 수술 후 전문치료를 위해 지난 15일 밤 극비리에 영국으로 후송됐다. <BBC>에 따르면, 유사프자이는 현재 영국 버밍엄의 퀸 엘리자베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병원은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장에서 부상당한 군인을 치료하는 전문의료기관으로 알려졌다.

"회복에 상당한 시일 걸릴 것"

유사프자이는 관통상을 입은 두개골과 뇌신경 치료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으며, 의료진은 유사이프자이가 위중한 상태를 넘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보안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탈레반의 보복 위협 속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곧바로 유사프자이의 친척을 사칭하며 병원을 방문한 이들도 있었다. 현지 경찰은 병원을 찾은 2명을 조사한 뒤 풀어주고, 병원측은 "친척을 사칭한 이들은 호기심이 과도한 사람들이었을 것"고 말하면서 이후 경비가 강화됐다고 하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세계에서 교육받을 권리에서 소외된 여성들의 실상도 부각되고 있다. 브라운 전 총리는 "전 세계적으로 6100만 명의 어린이가 초등교육을 못 받고 있고, 특히 여자아이는 3400만 명에 이른다"면서 "2015년까지 이들이 모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복 위협 속에도 탈레반 규탄 시위 확대

이번 사건으로 탈레반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건 초기만 해도 탈레반의 보복 위협 속에 몇 백명 정도만 모여 항의시위를 벌이며 위축된 모습을 보이던 파키스탄 시민 사회에서도 마침내 지난 14일 남부 도시 카라치에서 유사프자이를 지지하고 탈레반의 만행을 규탄하는 시위에 수만 명의 주민이 참석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탈레반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팝스타 마돈나는 14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기념으로 월드투어 중 뉴욕 콘서트에서 "여러분은 14세 파키스탄 소녀가 총격을 당한 부조리를 이해할 수 있는가"라며 웃옷을 벗는'이유있는 노출'을 벌이기도 했다.

파키스탄 정부가 이번 사건에 어떤 대응을 하는지도 주목되고 있다. 총리가 여성인 파키스탄에서 여성의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한 소녀가 보복 총격을 받은 일은 국가적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치욕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유사프자이를 저격한 것은 모든 파키스탄 소녀들에 대한 저격"이라면서 탈레반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고, 레만 말리크 내무장관은 이번 사건을 일으킨 '파키스탄 탈레반운동(TTP,Tehrik-e-Taliban Pakistan)의 수석 대변인 아사눌라 아산에 현상금 100만달러를 내걸면서 "반드시 그를 잡겠다"며 공개적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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