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후보는 이날 서울 공평동 선거캠프에서 열린 회견에서 약 15분 간의 회견을 통해 △정치개혁, △혁신경제, △교육개혁, △결혼·출산 문제 해결, △노후·질병 대책, △미래세대 대책, △한반도 평화 등 7개 분야에 걸친 문제를 제기하고 큰 정책 방향을 밝혔다.
특히 정치혁신을 강조한 안 후보는 앞서 자신이 제안했으나 불발된 '박근혜-문재인-안철수 3자회동'의 필요성을 재언급하며 여야 대선후보와 정부까지 아우르는 정책 합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정치혁신이 모든 문제 푸는 출발점"
안 후보는 각 분야 중 정치개혁을 가장 앞자리에 놓았다. 안 후보는 "정권교체는 그 시작이다.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며 "정치혁신은 모든 문제를 푸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공직자의 독직과 부패에 대한 처벌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감사원장은 의회의 추천을 받겠다"고 밝히고 "대통령 사면권은 국회의 동의를 거쳐 행사되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검찰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안 후보는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검찰공화국에 정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권력의 분산과 상호견제는 민주주의의 기본요건"이라며 "그 원칙에 따라 검찰을 개혁하겠다.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된 공직비리수사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기존 정치권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며 정치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후보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된 후 자살한 노인의 사례를 들며 "이런 일 앞에서 저는 정말 화가 난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햇다. 안 후보는 "정치와 정부가 할 일을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했기 때문에 기댈 데 없는 어르신이 세상을 떠나셨다"며 "사회가, 정부가 국가가 이렇게 비정해도 되는 것인지 저는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후보는 "모두가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한다"며 "그렇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여야의 합의로 법을 만들어 달라. 작은 차이라면 서로 양보하고 합의하는 것이 정치가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정치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탄식하는 국민들의 한숨이 들리지 않는가?"라고 물으며 "자신들의 주의 주장이 아무리 소중하다고 해도 국민의 눈물과 고통 앞에 하찮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자기 세력의 이익이 그렇게 소중하다면 정치가 아니라 차라리 이익이 남는 장사를 하거나 사업을 해야 하지 않느냐?"며 "선거 때 급조한 무상보육 정책을 몇 달 만에 뒤엎는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겠나?"고 따졌다. 그는 "낡은 정치는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며 "저는 빚진 게 없다. 그러니 갚아야 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직은 전리품이 아니다. 대표적 사례로 국민의 소중한 재산을 감시해야 할 공기업 감사가 왜 논공행상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 국민도 저도 납득할 수 없다"는 예를 들면서 "전 공직에 걸쳐 전관예우나 낙하산 인사라는 말이 사라지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안 후보의 정치혁신 분야 공약이 관심을 받은 것은, 안 후보가 정치혁신을 후보단일화의 조건으로 제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발표 후 질의응답에서 책임총리제나 공동정부를 전제로 한 후보단일화 전망을 묻는 질문에 "방법론적 접근 이전에 진정한 정치쇄신, (국민의) 동의와 인정이 있어야 한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안 후보는 "정치개혁은 선거 과정에서 시작돼야 한다"며 "진정으로 정치개혁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있다면, 양 당이 합의하면 지금이야말로 정치개혁을 이룰 수 잇는 유일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당선되면 하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시작하라는 것이다.
안 후보는 "경제민주화, 복지예산, 일자리, 남북관계를 선거 이후에 하겠다고 공약으로 내세우기보다 지금 양 쪽에서 협의체를 만들겠다고 약속해 주시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문제를 풀 수 있는 해결책을 만들 수 있다"며 "꼭 3자 회동이 아닌 실무선이어도 좋다. 정책합의를 이루자. (그러면) 누가 대통령이 돼도 문제를 풀 수 잇다는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촉구했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7일 정책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박선숙 총괄본부장(후보 왼쪽)과 장하성 고려대 교수(맨 오른쪽), 홍종호 서울대 교수(맨 왼쪽), 김호기 연세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뉴시스 |
경제, 교육, 미래세대, 평화 등 주요 정책방향은?
안 후보는 '혁신경제'와 관련해서는 "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일할 수 있는 경제를 만들겠다"며 "중소기업청을 확대개편해 창업과 사회적기업을 대폭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는 "중산층과 서민을 떠받치는데 정부 재원을 우선 쓰겠다. 토목공사보다 사람에게 먼저 투자하겠다"고도 했다. 안 후보는 "'동일가치 동일임금'을 목표로 정부와 공공기관들부터 원칙을 지키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미래세대 대책에서는 "환경, 에너지, 개발 문제가 모두 다음 세대에 빚을 지는 것"이라며 "원전 불안은 점점 심각해진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 공동체와 협력을 원리로 하는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을 지원해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정치혁신과 혁신경제를 담당하고 있는 안 후보의 정책포럼에서는 이날 이 두 분야에 대해 세부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는데(☞관련기사 보기), 정치혁신포럼은 "국가미래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전담 부처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남북관계에 대해 안 후보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흔들리는 대북정책과 남북관계도 더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앞으로 남북 간의 중요한 합의는 국회의 동의를 거쳐 법적 효력을 갖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북한은 핵무기를 폐기해야 한다.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과의 관계정상화를 통해 함께사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며 "그것이 남북기본합의서로부터 이어진 6.15, 10.4 선언, 남북과 미중러일이 함께 합의한 9.19 공동선언의 합의정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밖에는 교육 분야의 정책비전을 발표하면서 "학부모와 교사가 중심이 되는 대통력 직속 교육개혁위원회를 신설해 정부와 머리를 맞대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것 외에는 대체적인 방향만이 제시됐다. 결혼 및 출산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아서 결혼도 출산도 포기하는 사회, 그런 대한민국에는 미래가 없다"며 "등록금, 취직, 내집마련, 출산과 육아에 대해 지킬 수 있는 답을 낼 것"이라고 했다.
복지 분야와 관련해서는 "노후와 질병 걱정이 사라져야 햔다"며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든 돈 때문에 치료받지 못하는 일을 없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구체적 공약이 발표되지 않고 방향만이 제시된 분야에서는 이날 발표된 비전이 향후 발표될 세부 정책의 골간 역할을 할 전망이다.
현재 안 후보 선거캠프에는 '정책네트워크 내일'을 중심으로 각 분야별 포럼이 방사형으로 구성돼 있다. 경제민주화 포럼, 정치혁신포럼, 혁신경제포럼, 일자리포럼, 외교안보분야 포럼 등이다. 이들은 다음달 10일경까지 구체적인 정책공약을 준비해 공약집 형태로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안 후보 측은 전날 전성인 홍익대 교수를 정책분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안 후보 측은 "전 교수는 앞으로 '경제민주화 포럼'의 대표 역할을 하면서 관련 정책을 안 후보에게 주도적으로 제언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제민주화 포럼 구성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했던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외교안보 분야를 제외한 전 정책분야를 총괄하는 역할에만 충실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8일 대구에서 첫 모임을 갖는 '균형발전을 위한 분권과 혁신포럼'은 지역균형발전 비전을 준비한다. 지방분권운동을 해온 김형기 경북대 교수 등 1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범 전 서울시교육청 정책보좌관 등의 참여로 교육정책 분야 포럼도 곧 꾸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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