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의 후쿠시마(福島) 사태 방사능 유입 시뮬레이션 연구를 중단시키기 위해 국가정보원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관련기사 보기)과 관련, 환경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국정원의 외압이 있었음을 의심케 하는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통합당 김경협 의원과 장하나 의원은 2일 각각 보도자료를 내고 환경부 감사담당관실에서 4월 작성한 '방사성물질 유입 은폐 보도관련 관계자 조사보고' 문건을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 국정원의 외압 정황이 뚜렷하다고 주장했다.
문건에 따르면, 환경부는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에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로 유입될 수 있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실험 결과 발표를 국정원이 막았다'는 내용의 보도가 나간 이후 담당 연구원과 연구기관장을 조사했다. 당시 환경부는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정정보도를 요구했고, 국정원도 "그런 보고서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 대외비로 결정하라고 관여한 바가 없다"고 했었다.
이 환경부 내부조사 결과 문건에는 윤승준 당시 환경과학원장이 국정원으로부터 '후쿠시마 방사능 유입 경로를 모델링한 결과가 있느냐'는 문의를 받고 관련 문건을 "직접 국정원으로 송부"했다고 명기돼 있다. 문건을 송부 시점은 지난해 3월 25~31일 경이며, 담당 연구원도 같은해 3월 31일 시뮬레이션 방법을 국정원에 메일로 보냈다. 문건에 따르면 윤 원장은 이후 담당 연구원에게 "더 이상 외부에 대응하지 말고 연구도 진행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고 돼 있다.
앞서의 언론 보도에 등장한 '환경부 고위관계자'는 바로 윤 전 원장을 지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건에 따르면 윤 전 원장은 담당 연구원에게 연구를 폐기하라는 지시는 하지 않았으며, 국정원 외압 의혹 부분에 대해서도 "국정원으로부터 특별관리(대외비)하라거나 폐기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장하나 의원실에서는 "(윤 전 원장의) '국정원 폐기 지시' 발언이 있던 자리에 동석했던 2개 매체의 기자들이 서로 윤 전 원장의 발언사실을 확인하는 과정까지 거쳤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문건은 '국정원 외압'과 관련해서는 윤 전 원장의 조사 진술 내용과 언론사 보도 내용이 다르지만, 윤 전 원장이 "신문사 기자와 '방사성 물질 한반도 유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 것은 사실"이라며 "향후 동일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위 건 관련자에 대해 (환경부 운영지원과에서) 엄중 경고 조치"하겠다고 하고 있다.
장하나 의원은 이에 대해 "(환경부는) 윤 전 원장의 진술을 토대로 국정원 외압 지시는 인정하지 않고 있고 그렇다면 환경부 감사실은 윤 전 원장에게 징계를 내릴 사유가 없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는 윤 전 원장이 '국정원 외압 지시'를 부인하는 진술을 감사실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과학원 조사결과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로 유입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연구결과가 있는데도 정부는 '편서풍 때문에 후쿠시마 방사능은 한반도에 오지 않는다'는 주장만 강변해왔다"며 "환경부 조사보고서대로라면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정권의 원전 장사를 위해 내동댕이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김경협 의원은 "이 조사결과는 국정원에 의해 과학원의 일본 방사능 유입가능성에 대한 외부발표가 중단됐을 뿐 아니라, 관련 연구마저 중단되었음을 시사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커졌다"면서 "국민안전을 심각하게 위해한 사안이므로 국정원과 윤 원장, 나아가 은폐를 지시한 윗선을 밝히는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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