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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로 살기 어렵구나"…국회 출입 금지 논란

국회 사무처, '불상사 발생할 수 있다'며 경내출입 막아

국회 사무처가 노동자들의 국회 견학을 가로막고 경내 출입을 봉쇄해 논란을 빚고 있다. 해당 노동자들이 파업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통합진보당 탈당파인 무소속 박원석 의원과 정진후 의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국회 사무총장을 찾아 항의했다.

박 의원과 정 의원은 14일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회견문도 없이 분개한 목소리로 마이크를 잡았다. 박 의원은 "노동자들이 (파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헌정기념관 등을 방문하고 의원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면서 "내용을 충실히 사무처에 통보했는데 오늘 오전 돌연 국회 본청 출입을 허할 수 없다는 통보가 왔고 아예 국회 경내 출입을 막았다"고 말했다.

▲박원석 의원실에서 입수한, 국회 사무총장 직인이 찍힌 공문. 파업 중인 노동자들이 국회 경내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관할 경찰서장에게 경력 배치를 요청하는 내용이다. ⓒ박원석 의원실
박 의원은 "(불허)이유는 파업 중인 노조원들이 집단적으로 출입했을 경우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며 "(노조원들의) 방문 목적은 항의하고자 한 것도, 어떤 형태의 집단행동을 위해서도 아니다. 국회를 관람하고 의정활동을 알고자 하는 목적이었다. 이를 충실히 알렸고 이해를 구했으나 돌연 사무총장 명의 공문을 관할(경찰)서에 내려보내 국회 경내 출입을 차단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고 밝혔다.

공문은 "국회를 방문하고자 하는, 현재 파업 중인 보건의료노조 노조원들의 국회 진입 차단"을 위해 적정 경찰병력 배치를 영등포경찰서장에게 협조 요청하는 내용으로 "진입 강행, 난동행위시 해산 및 연행"을 요청사항으로 명기하고 있다.

국회 견학을 신청한 것은 보건의료노조 이대목동병원지부의 노동자 140여 명이다. 박원석 의원실에서 이들의 견학 신청 등 관련 행정처리를 지난 12일 마쳤고 이날 오전까지도 방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견학 프로그램은 본회의장 방문, 헌정기념관 방문, 의원동산(국회 경내 소공원)에서의 국회의원 간담회 등이었다.

박 의원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정상적 의정활동을 사무처가 뚜렷한 근거 없이 방해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심지어 국회 사무처의 수장인 윤원중 사무총장은 의원들의 항의를 받아들여 경내 출입을 허가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나 실무 부서에서 이를 막았다고 박 의원은 전했다.

나아가 박 의원은 파업 중이라는 이유로 국회 경내로 들어올 수 없다면 이는 "헌법상 보장된 정당한 노동기본권에 대한 뚜렷한 차별이자, 국민 누구에게 개방된 국회 출입을 파업 중이라는 이유로 가로막은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사무처가 보인 행태는 '국민을 위한 국회'가 아닌 '국회 사무처만을 위한 국회'의 모습이었다"며 "사무총장실을 항의방문하고 사과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교조 출신인 정진후 의원은 "경내 출입마저 차단됐다는 소식을 듣고 아연실색했다"며 "(노동자들은) 국회를 직접 방문해 국회의 모습을 보면서 법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그런 과정이 노조활동의 주요활동이 되기 위해 찾아왔다. 국회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가지고 돌아가실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국회 사무처가 나서 스스로 봉쇄하고 차단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만약 (사무처에서)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 모든 책임을 저와 박 의원이 지겠다고 보증까지 했는데도 여전히 의원의 의정활동을 방해했다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의료노조 이대목동병원지부의 임미경 지부장은 "국회 밖에서 조합원들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로 살기 어렵구나. 가장 서민 위하고 노동자 위한다는 국회가 강자에게는 약하게 굴고 약자에게는 강하게 구는구나' 하고 현실을 깨닫게 됐다"고 쓸쓸한 어조로 말했다.

임 지부장은 "저희를 마치 테러집단 보듯이 쫓아내는 이런 인식을 바로잡아야 할 것 같다"며 "노동자라는 것,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 죄인 취급을 당하고, 내쫓기고, 죽어나가는 이 땅의 현실이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과 정 의원은 회견 직후 국회 사무총장실을 항의방문했다. 박 의원은 방문 결과에 대해 "사무총장은 사과했다"며 "우리 전화를 받고 (담당부서에) 지시했는데 경비 쪽에서 '그런 식으로 들어와 농성한 전례가 너무 많다'며 '파업 중에는 경내로 들인 전례가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이에 대해 "우리는 '그런 예단을 가지고 막는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라고 했고, 사무총장은 '두 의원의 유감 통보를 잘 알겠고 사과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배성례 국회 대변인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사실이다. (견학신청이 불허돼 두 의원이) 항의하신 상황은 맞다"면서도 "담당 부서에서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는 모르겠다"며 대변인실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담당 부서 관계자는 "국회 내 시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취지는 좋으나 노조가 통일된 복장으로 핸드마이크 등을 가지고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 의원이) 차라리 노조 대표를 데려오셔서 회견을 하시는 형태였으면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실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래의 목적'에 대해 그는 "제가 예단하긴 그렇지만 내용은 실질적으로는 시위"라며 "경험적, 통계적으로 볼 때 100% 그렇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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