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사무처가 국회조직 운영 및 인사관리 실태를 비판하고 공적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펴온 연구원에 대한 징계를 추진해 논란이 예상된다. 내부 비판자에 대한 보복성 징계가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는 가운데 야당도 이를 주시하고 있다.
국회 사무처(사무총장 윤원중 전 박희태 의장 비서실장)는 지난 3월 이후 국회도서관 소속 소준섭 조사관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해 왔으며 오는 4일 징계위원회를 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 조사관은 1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지난달 30일 징계위원회 출석 요구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것은 소 조사관이 해온 언론 기고 등 외부활동이다. 앞서 2009년 <프레시안>연재 칼럼 '정명론'에서도 입법부 행정조직의 문제를 수 차례 지적한 바 있는 소 조사관은 지난 2월27일자 <경향신문>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는 상임위원회에서 대다수의 경우 거의 그대로 통과되는 사실상의 '결정문'에 속한다. 따라서 행정부를 비롯한 각종 이익집단들은 필연적으로 국회 전문위원에게 로비를 집중하게 된다. 이렇듯 법안에 대한 검토보고를 그 법안을 제출한 국회의원이나 해당 상임위원장이 하지 않고 국회 공무원에게 '발언권'까지 부여하는 제도는 어느 나라 의회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같은 칼럼은 국회 내에서 논란이 됐고 그 얼마 후 사무처는 소 조사관에 대한 징계에 돌입했다. 소 조사관의 소속기관은 국회도서관으로, 관장은 야당 몫이지만 사무처는 중앙징계위를 열기 위해 관장(유재일 전 고려대 교수)에게 징계 의뢰를 제출할 것을 압박했고 결국 도서관장은 지난 3월 징계의뢰서를 사무처에 제출했다.
국회 사무처와 도서관은 징계 사유로 '공무원의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들었다고 소 조사관은 전했다. <프레시안>은 징계 사유 및 추진 경과 등에 대해 사무처와 도서관에 문의했으나 이들은 '징계 관련 사안이라 말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나 소 조사관에 대한 징계 추진은 심지어 내부 규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국회도서관장이 소 조사관에 대한 징계의뢰 문서를 제출한 것은 3월22일의 일이다. '징계소청 및 고충처리 규정'(국회규정 413호)에 따르면 징계에 대한 의결은 요구일로부터 30일 내에 하도록 돼 있으며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30일을 연장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다 하더라도 5월 22일로 60일 기한이 다한 것이다.
그럼에도 사무처가 징계를 강행하려는데 대해 소 조사관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최근 MBC 기자나 육군 대위 등에 대한 징계 물결이 있지 않나"면서 "그 흐름 속에서 싹을 잘라놓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인 우원식 의원은 이날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국회 사무총장을 만나 (반대)의견을 얘기할 것이고, 징계가 그대로 진행된다면 당에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 의원은 "국회 제도에 대해 언론에 기고한 것이지 국회를 모독한 일도 아니다. 과거 일에 대해 본인 소신을 얘기한 것인데 징계는 적절치 않다"며 "규정 상으로도 60일 이내 해야 하는데 그 시기도 지났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우 의원은 총선 전 제기된 논란인데도 규정을 위반해 가면서까지 선거 이후에야 징계위원회가 열린 점 등 사건 배경에 대한 질문을 받고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다수가 됐다. 또 (소 조사관이 비판한 전문위원 제도는) 5공 관련 사안인데, 5공 관련인물인 강창희 의원이 국회의장이 된다면 (징계 쪽으로) 힘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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