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의원은 "오늘 통합진보당을 떠난다"며 "국민을 등진 죽은 진보를 떠나 국민이 원하는 진보, 국민과 함께 가는 정치의 길로 가겠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탈당이라는 또 한 번의 멍에를 쓰게 됐다.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살아남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기 위해 험한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지역구 주민들에게 자신의 거취와 관련 설문조사를 통해 의견을 물은 결과 탈당하라는 답이 우세했다면서 "지역구 주민들께 약속한 바를 앞으로 계속 이행해 가겠다"고 했다. 그는 "저 때문에 통진당에 입당하신 분들께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며 감정이 북받치는 듯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저를 용서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했다.
강동원 의원은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야권단일후보도 아닌 상태로 당선돼서 가능성을 확인했던 4.11 총선이었으나, 이후 통진당은 저에게 가혹한 시련을 맛보게 했다"며 "이제 당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될 절체절명의 시간에서 당을 사랑해주신 국민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원만하게 정리하지 못한 점을 거듭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견에서 각자 시(詩) 한 구절을 통해 우회적으로 심경을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심 의원은 중국 당나라 때 시인 이백(이태백)의 시 가운데 '양쪽 강 언덕에 원숭이 울음소리 그치지 않는데, 배는 이미 만 겹 산중을 지나 바다로 나아가고 있네'라는 구절을 빌렸다. 노 의원은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 가운데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는 구절을 택했다. 강 의원은 송강 정철의 노래 한 가락을 빌어 구 당권파에 대한 심경을 표현했다.
"말(馬)은 가려 하고, 님은 잡고 아니 놓네. 님아, 가는 나를 잡지 말고 지는 해를 잡아라"
이들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신당 창당이나 대선 전략 등 이후 전망에 대해서는 "16일 300~400명이 모이는 혁신모임 전국회의 자리에서 새로운 진로에 대한 방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통합진보당 노회찬, 심상정, 강동원(오른쪽부터) 의원이 13일 탈당 기자회견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유시민 "국민 약속 지키지 못했다…정치인으로서 책임질 것"
유시민 전 공동대표는 이날 오전 있었던 '혁신모임'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앞으로 국민 속에서 함께 해나갔으면 하는 소망을 말씀드리고, 통합진보당 안에서 그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서 당의 공동대표였던 사람으로서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탈당계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 대표는 전날 오후 통합진보당 홈페이지에 남긴 '작별인사'에서 "총선 비례후보로서 좋은 진보정당이 될테니 표를 주십사 부탁드렸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정치인으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데 아직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더 고민하고 상의해서 제가 져야 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그는 "통합진보당을 떠나시는 분들께 말씀드린다"면서 "제가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으나, 우선 함께 당을 떠남으로써 마음이라도 함께 하겠다"고 말해 이후 미묘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조준호 전 공동대표는 혁신모임 회의에서 "이제까지 몸담았던 정당에서 나와서 국민의 눈높이, 노동자, 농민, 서민의 희망이 되는, 그리고 그 고통을 안고 미래로 나아가는 정치의 길로 가고자 한다"며 "그 길을 허락하지 않으면 저희들이 갈 수 없기 때문에, 통합진보당을 나와서 국민들에게 저희들의 길을 물을까 한다"고 말했다.
앞서 10일 강기갑 대표의 탈당 선언 이후 선출직 공직자 및 당직자 등 주요인사들과 당원들의 탈당이 줄을 잇고 있다. 전날 천호선, 이정미 최고위원이 공식 탈당 회견을 했고, 참여당 출신 당원 3739명도 지난 11일 집단 탈당에 나섰다. 권영길, 천영세 전 민주노동당 대표도 11일 탈당했다. 또 이날 정성희, 박승흡, 박인숙 전 민노당 최고위원과 홍희덕 전 의원 등의 탈당 회견이 예고돼 있고, 오후에는 지방의원들의 탈당 선언도 예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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