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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국제화, 대부분 '착시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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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국제화, 대부분 '착시 현상'

[해외시각] "국제결제 대부분, 위장된 재정거래일 뿐"

다음은 5일 <파이낸셜타임스>에 게재된 '위안화의 달러 대체는 먼 얘기(The renminbi won't replace the dollar any time soon)'라는 칼럼의 주요 내용이다. 필자는 아시아판 편집장 데이비드 필링이다.

필링은 이 글에서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만들려는 노력을 앞뒤가 바뀐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국제결제 수단으로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통계도 알고보면 '환율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에 불과하다는 등 과장된 실상을 지적했다.

최대한 긍정적으로 보자면,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면서 국내 자본시장에 변화의 충격을 주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지만, 공산당 체제에서 자본통제에 대한 권한을 놓치 않은 채 추진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에서 위안화의 국제화는 진행되더라도 매우 더딘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편집자>
▲ 중국 위안화가 국제통화로서 주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는 세간의 인식은 '착시를 부르는 통계'에 근거한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시스

위안화의 국제화도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

최근 위안화가 대만에서도 국제통화의 지위를 얻어 대만의 은행들은 위안화로 결제를 할 수 있게 됐다. 홍콩과 함께 대만이 위안화의 역외거래 센터가 된 것이다.

싱가포르와 영국이 위안화 역외거래의 다음 후보지로 경쟁을 벌이고 있고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위치를 굳힌 가운데, 국제교역의 상당 부분이 위안화로 결제되고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액 중 의미있는 비중으로 위안화를 보유하게 되는 것은 마치 시간문제일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위안화의 국제화'는 상당히 과장된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보자. 미국이 영국의 파운드화를 대체한 국제통화 후보로 부각된 1925년 경은 이미 미국이 40년 넘게 세계 최대 경제대국의 지위를 지켜온 뒤였다.

그 이후로도 미국은 세계 최대경제대국의 지위를 굳히기 위해 제1차 세계대전을 겪고 유럽권의 교역이 위축되는 시기를 거쳐야 했다.

중국의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중인 것은 사실이다. 위안화의 국제화가 비슷한 속도로 이뤄질 수도 있다. 그러나 위안화가 글로벌 통화로서 달러, 심지어 유로화 정도의 지위에 오를 기반이 갖춰진 것으로 보기에 어려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겉보기에 위안화의 국제화는 인상적일 만큼 속도가 빠르게 보인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의 국제화에 나선 2009년 이후 홍콩의 위안화 예금액은 거의 '제로' 수준에서 전체 예금액의 9.5%로 급증했다.

위안화가 교역결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중국 전체 무역의 2%에서 2011년에는 9%로 늘어났다. 홍콩에서 발행된 '딤섬본드(위안화 표시 채권)도 발행액이 늘었다. 캐터필라, 맥도날드, 테스코, HSBC를 포함한 몇몇 은행들은 딤섬본드를 발행한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중국은 아르헨티나에서 뉴질랜드에 이르기까지 12개가 넘는 국가들과 위안화의 스와프 협정을 맺었다.

역외 예금 감소, 올들어 위안화 평가절하 추세인데도?

그러나 이처럼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통계는 착시를 초래하는 것이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저명한 경제학자 위용딩(余永定)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뒷받침한다는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고 단언한다.

위용딩에 따르면, 우선 역외에서 위안화를 사용하는 성장세가 멈췄다. 홍콩의 위안화 예금은 2011년 10월 5800억 위안에서 2012년 3월 5540억 위안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최근까지만 해도 중국의 위안화는 평가절상의 추세를 보일 것으로 될 것으로 보였다. 중국의 경제가 성장가도를 달리고, 중국 정부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거세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부터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예측과는 좀 다르게 움직였다. 올해 들어 위안화는 약 1% 정도 평가절하됐다. 2005년부터 올해 전까지 30%가 평가절상된 것과 비교된다.

중국 경제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으로 볼 때 단순히 평가절상될 것을 기대하고 위안화를 보유한다는 것은 더 이상 합리적 판단이 아닐 수 있다.

자유로운 역외, 통제된 역내 사이의 재정거래

결제통화로서의 위안화의 사용도 감소했다. 위용딩에 따르면, 지금까지 위안화를 결제통화로 사용한다는 것은 '형식적'인 것이다. 자유로운 시장의 역외와 통제된 역내 사이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환율 차이를 노린 '재정거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안화 거래의 대부분이 이런 식의 위장된 '재정거래'라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베이징 소재 금융자문업체 드래고노믹스의 아서 크뢰버도 중국의 위안화가 국제통화로 성장한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드라고노믹스에 따르면, 오늘날 중국 수출의 약 6%, 수입의 13%가 위안화로 결제할 것을 요구한다. 상당한 규모처럼 보인다. 그러나 1990년 무렵 독일의 당시 화폐인 마르크는 수출의 80%, 수입의 50%에서 결제통화로 사용됐다.

자본시장의 통제를 위해 엔화의 국제화를 추진하지 않은 일본조차 당시 수출의 38%, 수입의 15%를 엔화로 결제했다.

양국의 사례를 보면 요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오늘날 일본의 엔화는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3%만을 차지한다. 유로는 28%를 차지하지만, 독일이 유로존에 가입한 뒤에 얘기다.

"위안화 국제화, 추동력 잃을 가능성 더 커"

일본과 비교해 보면 중국에 대해서 보다 잘 알 수 있다. 중국의 성장모델은 일본과 비슷하다. 값싼 조달비용의 자금과 저평가된 통화에 기초한 것이다.

일본은 서구의 생활수준을 어느 정도 따라잡을 무렵인 1980년대 초반에야 자본 통제의 끈을 풀기 시작했다. 게다가 중국 정부는 경제정책에서 일본보다 자본 배분과 국유산업 및 고용을 창출하는 수출업체를 보호하는 권한에 더 의존하는 공산당 체제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중국 정부의 정책은 앞뒤 순서가 바뀐 방식이다. 우선 국내 자본시장을 발전시키고, 금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당국자의 전화 통화보다 시장의 신호에 자본시장과 금리가 반응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 없이 자본시장을 개방하는 것은 위험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변화 없이 위안화의 국제화가 의미있는 수준으로 진전되는 속도도 더딜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위안화의 국제화는 왜 추진하는 것일까? 우선 중국의 시장 개혁론자들이 국제화가 자국의 변화를 강제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길 기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만일 그게 사실이라면, 위안화의 국제화는 속도 있게 진행돼 중국의 자본시장과 환율체제에 극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통제권을 확실히 유지하고, 위안화의 국제화는 추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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